연변시인협회 룡정시 동성용진 용성촌 현지시창작 작품선

2023-08-11 08:41:13

좋구나 용성이여!

□ 김동진


청산을 당겨 병풍으로 두르고

말쑥한 실개천 휘돌아가는 곳

토스레 삼베옷의 하얀꿈 안아준

은혜로운 흙이 여기에도 있었구나


아리랑 열두고개 넘어넘어 넘어서

가난을 벗어던진 민초의 복된 삶이

치부의 참뜻을 새김질하며

행복의 무게를 저울질하기로서

용성의 하늘은 저리도 푸르른가


고운 바람으로 부푼 가슴에

농자의 ‘천하지대본’을 새겨놓고

록색설계도를 펼치는 용성의 더기

좋구나 용성이여!

보기도 좋고 살기도 좋은

산이여, 물이여 그리고 땅이여!



석마동들장미

□ 최기자


나는 모르네

그 할머니의 성도 이름도

그저 고동색 얼굴 왜소한 몸매의

용성촌 할머니

일차림으로 어정쩡 끼여든

도시 연예인들의 춤판에서

바람처럼 휙 사라졌다가

선녀 되여 짱 나타난

연분홍 치마저고리의 할머니

얼마나 급하셨으면 치마를 돌려입기까지 했을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네 멋이 내 멋이지

당실당실 나울나울

춤판을 휘저으시는 할머니


그 할머니를 보노라니 어쩐지

멋대로 진을 친 우거진 풀숲 헤치고

조용히 잊혀가는 석마동비석을 지켜보는

야무진 들장미 한송이 눈에 밟혀오네.



부끄럽다

□ 최삼룡


화려한 외모를 갖추고

눈부신 광채를 떨치고

요란한 향기를 풍기는

꽃은 말이 없다


나무를 키워 숲을 만들고

오곡을 무르익혀

대지를 풍요하게 하는

흙은 말이 없다


죽은 자 말이 없다

아는 자 말이 없다

일하는 자 말이 없다


그런데 나는

갈대처럼 자랐구나

키는 크고 속은 비고


부끄럽다.



어떤 마을

□ 김학송


모아산 느티나무에 걸린 백년 피땀은

이 고장의 전설을 반짝이고


흰 옷자락에 씌여진 벼농사 이야기는

지지 않는 별이 되여

미래의 하늘 수놓아가고


자음 모음 도란대는 해란강은

오늘도 와ㅡ와ㅡ

너와 나의 타는 갈망 속을

휘휘 저으며 흘러가는데


손님처럼 찾아온 그 옛날의 달빛이

토방마루 만지다가 싱긋 웃고 가더라.



용성촌

□ 김영능


모양새 하나같은 고래등팔간집

모습이 한결같은 순박한 촌민

모여서 한집 같은 순백의 마을


그 옛날 흉물스런 민둥산

선인들 피땀으로 가꾸어 이룬

둘러선 록수청산 병풍 아래


노들강변 실개천 여울소리

아리랑문화회관 노래소리

도라지도서관 글 읽는 소리


연대봉 봉화는 불길이 꺼졌어도

뜨거운 전설은 력사에 남아

선구자의 심념은 파랗게 치솟고


석마동 옛터 외로운 돌비석

고난의 그 세월 뼈저린 설음

망치소리 메아리로 전하는가


선조들의 혼불은 식을 줄 모르고

하아얀 렬사비 선렬들의 숨결

영렬의 더운 피로 가슴을 달구네.



록색 동산

□ 김준


삼복의 염천도 쫓겨가는

록색의 동산에 찾아왔다

짙은 숲 설레이는 산간마을

룡정시의 용성촌 신선동네


연대봉은 두 팔 들고 환영하고

석마동은 가슴 열고 안아준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골바람

소근대는 치부사연 뿌듯하다


메마른 황산에

식수조림에 떨쳐나선 박준화

척박한 고향땅에

푸른 꿈 가꿔온 마을 어른들


심어온 나무들은 몇만그루

흘려온 구술땀은 몇천동이

세월 따라 변신한 산천모습

록음으로 파도치는 바다풍경


앞산뒤산 록색 은행 되여

우썩우썩 자라는 나무숲

우줄우줄 부푸는 쌀뒤주…

예가 바로 무릉도원 아니런가


저기 뒤동산에 높이 모신

혁명렬사기념비 박준화기념비

영렬들은 오늘도 웃음 지으며

힘내라고 새 마을 다독여준다.



바위로 서있는 사람

-용성촌 박준화기념비에 부쳐

□ 전병칠


6월의 산자락 짙푸르게 물들이는

당신의 미소 그 의미는 무엇입니까?

용성 땅에 태를 묻고

마을 산둔덕에 천년바위로 서있는 사람


꼴망태 등에 지고 둥글레 캐던

가난의 동년 추억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코기러기 되여 고향사람들을 이끌어

나무를 심고 나무로 살다 간 사람


밀려오고 밀려가는 저 신록의 손풍금연주에

오늘은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겁니까?

조국애 민족애 고향사랑 가꾸며

공산당원이란 신성한 이름 빛낸 사람


시름없이 흘러가는 저 구름 우에

못다 이룬 소원 문자라도 남기려는 겁니까?

반세기 세월 흘러갔어도

용성사람들 심장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여!



우리 고향산은

□ 리기춘


시골 숨결이 일어나

기지개 켜는 아침

우리 고향산은 따뜻한 손길로

안개의 희미한 껍질을 벗긴다

숲속의 바람이 잠을 깨고

후더운 향기를 살살 흔들자

산은 파란 살결을 드러내고

하얀 구술로 미역 감는다.


어느 한곳에도 얹힐 데 없는

보얀 유혹은 산의 발밑에 내려

얄포름한 쪼각으로 숨지고

찬란한 해살을 곱게 입은

우리 고향산은 청청한

무늬를 환하게 드러낸다.


세월의 풍운조화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이 그저

계절의 옷을 순리에 갈아입고

속세의 찌든 멋을 외면하는

시골사람의 미를 덧칠하고

파란 순수로 듬직한 산

높지도 낮지도 않게

‘산’이라는 간단한 이름으로

우리 고향산은 뭇산 속에 청렴하다.



록화왕’ 사나이

-용성촌 박준화기념비 앞에서

□ 김승종


보았소 보았소

유서 깊은 연대봉 기슭에서

한 사나이 억겁의 웅심을 보고 또 보았소…


푸르디 푸른 하늘의 드넓음과

활기찬 청춘의 흉금이다가

마냥 성스러운 록음과

뭇꽃들과 결실의 원대한 천리안이다가

그 언제나 졸졸졸 정다운

용성천의 풍만한 젖줄기이다가

줄기줄기 정기 넘치는

연대봉의 사시절 곡선미이다가

식수조림 선줄군의 피땀으로

이천헥타르 민둥산을

림해로 찬란히 펼쳐놓은 무릉도원이다가

날짐승 들짐승들을 오붓한 놀이터

보금자리로 불러들인 파수군이다가

울울창창 록수청산과

자자손손 대물림 보배산과

노다지 금산은산이다가

대대손손 전해지는 향촌진흥

새 꿈 새 전설이 사탑으로 거연히 우뚝 솟은…


오, 내 고향 용성촌의 으뜸 자랑-

거룩한 ‘록화왕’ 사나이여!




□ 석문주


싱숭생숭… 마음속에

신비스런 새싹이 움 돋는 자연입니다


나무숲이 무성한 산속에선

새들이 목놓아 사랑노래 부릅니다


계곡에선 뭇사슴들 껑충껑충 뛰놀고

늪지에선 개구리들 기를 쓰며 울어옙니다

쌍이쌍이 짝을 지어 업고 업히우며


봄아씨는 당신과 한덩어리 되여

파이란 언덕에서 막 뒹굴어대고

하늘과 땅은 구름이불 속에 하나가 되여

세찬 번개 일구며 고함도 지릅니다…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 다

신성한 천기랍니다

천기를 훔쳐보는 계절

본다는 의미로 봄! 봄!

봄이름의 유래 이렇지 않습니까


건데 봄ㅡ! 하고 부르면

그 다음 입을 꾹 다물게 됩니다


그것은 풍요로운 가을보장 받으려면

천기를 루설 말라 입조심하라

조상의 깊은 뜻이 숨은 까닭입니다


봄! 봄!…


석마동 엉겅퀴꽃

□ 최옥란


산골 언덕배기에서 태여나

나름 대로 제자리 지키며

보라빛 주머니 속

꽃대를 붓대 삼아

구름의 언어로

바람의 서정으로

자연이 엮은

한권의 전원시집


노을이 산 깔고 앉은

풀잎 속

밀어올린 곧은 심지

그 너머 길이 있다고

넌지시 붉은 꽃등 내건

엉겅퀴꽃.



그곳은 내 살던 고향 같았다

□ 리종화


모아산에서 차 타고 20분

병풍처럼 둘러선

연대봉과 이름 없는 뭇산따라

졸졸 흐르는 실개천 옆

신작로를 달려 가다 보면

함박꽃같이 활짝 피여있는

동네가 오붓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강산은 충혼을 기리여

충혼은 강산을 못 잊어

운무를 품에 안고

마을을 지키는 초병마냥

우뚝 솟은 렬사기념비가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곳에는

오랜 세월의 풍화를

무거운 갑옷처럼 켜켜이 입은

용성 옛무덤 표지석이

몇세기 전 유서 깊은

옛 사연을 이야기해주었다


반갑다 손짓하는 가로수

별처럼 반짝이는 처마 달린

고래 같은 기와집들이

어서오라 웃어주는

용성 마을은 꼭 마치

내 살던 고향마을에 온 것 같았다.



록수청산

□ 홍순범


내가 죽어

네가 살 듯이

네가 죽어 내가 살았네


땅에 산에 개울에

그를 만난 나날들

수없는 모습들이 되였네


이 민둥산

저주 같던 대지를

초록을 입히고


세월을 파랗게 춤추게 한

그 꿈 그 노래

살아 하늘과 청산에 울리네


인간이

없어지는 흔적

자연의 한쪼각인 것을

그 부서질 때 그 찰나에


번개같은 그 이름을 외운다

박준화

박준화


이름이 없어졌지만

넋은 살아 파란 교향곡을

이 허공에 영원히 부른다


유한한 세월에

무한한 생명을

이 강산에 심어주었네.



용성촌에서

우리 엄마 보았소

□ 김향란


용성촌에 처음 왔소

반갑게 손 잡아주는 할매들

얼굴마다 웃음꽃이 피여있었소


맛있게 먹으라며

풍성한 밥상 차려주는

로안들에서는 수정꽃이 반짝반짝


새벽 어둠 갈고 갈아

아침 두부 해주시던

엄마의 그 두부맛

하늘의 구름 떠다 넣은 듯

부드럽고 구수했소


더덕구이도 엄마의 손맛

김치도 엄마의 손맛

미나리무침도 엄마의 손맛


나는 용성촌에서 우리 엄마를 보았소.



고향 옥수수

□ 리영해


고향마을 터밭에

움켜쥔 씨앗 뿌려

외떡잎으로 태여나

비물에 단맛을 머금었나


비바람 부는 날이면

키 큰 장수처럼

하늘을 날 듯 씩씩한 기상

얼마나 당당한가


이글거린 태양 아래

푸른 모시 적삼을 켜켜이 입고

칠월의 더위를

황금알로 빚어내던 날들


갈색 수염 속 무르익은

마지막 꿈 하나

머잖아 농가의 식탁 우에서

웃음꽃으로 피여날 것이니라.



해란강 여울목에서

□ 신철호


그게 무슨 말인지 어이 그렇게 불렀는지

아는 이 하나도 없는 동네에 살면서

그냥 해란(海兰)이라 부르는

사랑하고 싶었던 어느 처녀의

순박한 이름만으로도 좋았었지


천년인듯 백년인듯

평강벌 서전벌 물이 있는 길을 따라

지쳐 잠자는 듯 깨여 북두성 보는 듯

오도가도 않고 락엽처럼 떨어진 물웅덩이에

개구리들은 알을 쓸고

그 알들이 올챙이 되여 고기처럼 살다가

팔다리 생겨서 다시 개구리가 되였지

노곤한 봄이면  성가시여서

귀 막고 이불 뒤집어쓰고

잠을 고대하던 그 울음소리가

지금은 듣고 싶어 기우제를 지내듯

기다리는 낮은 우뢰소리여라.


가을이면 하늘을 메우던 잠자리들도 다 떠나고

갈대들도 늙고 말라서 허옇게 이리저리 쓰러진

헐망한 꿈이 내린 웅덩이에


그 해란이란 처녀를 그리던 마음을

갈대씨에 붙여서 어느 바람이든 실어다가

해란강 아무 굽이에 뿌려놓는다면

주정을 하듯 지껄이는 헛소리라 할지라도


남들도 모두 잊어버릴

순박한 그 이름을 나만은 꼭 기억해서

박자가 틀리더라도 더 높은 노래로

오래오래 부르리라


연분이 구름처럼 있을 듯 말 듯

하늘로 가다가 비가 안되고 사라지더라도

굳어진 듯 선자리에 있는 힘을 다하여

다리가 떨리도록 기다리며 있는 힘껏

피가 터지도록 부르고 불러두리라.

해란아, 해란아~~~



연대봉 아래 저 동네

□ 김태국


안개가 자오록한 데

연기는 왜 피여나는가


박씨네 할머니 얼굴에

시물시물

지나간 이야기가 길기도 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손녀


그렇게 그렇게

안개 같은 사연은

아침연기처럼 가물가물


밥상에는

할머니 손이 만든

미나리 무침이

왜서

무지개처럼 피여나는가.



흔 적

□ 오춘란


메마른 골짜기

해는 돌아선 지  오랜데

고독한 그림자 되여

우두커니 서있는 석마동 패말


몸 바스라지게 돌아가며

살을  갈고 깎아서

하얗게 뼈가 되여 서있는 옛터

석마는 어디 가고 바위만 남았네


구름은 물을 붓고

해살은 노란 해가루를  흩뿌려도

노래도 없이 사라져간

애수만 앉아있는 석마동

흙빛으로 삭은 이야기로  굳어져있고


기원 저편에 모여선

세월의 지나간 흔적을

홀씨 뿌린 민들레 꽃대들이

이듬해 꽃을 기다리며 서있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