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외 7수) □ 최옥란

2023-10-20 08:43:03

나 말고 또 그 누가

별의 집 지어주고


비밀정원 고요 속에

새벽이슬 잉태하나


그래도

사람들 나를 보면

어둡다고 외면한다.



◆ 2월


매서운 칼바람이

아우성치는 날


한오리 미련을

눈물로 버티다가


매화꽃

등쌀에 못이겨

소리없이 떠난다.



◆ 바람 배달부


새싹이 작은 발로

봄페달 굴리더니


개나리꽃 편지를

와르르 쏟아낸다


뙤창문

빠끔 연 잎새소녀

펼쳐들고 웃는다.



◆ 버드나무


팔다리 휘였어도

마음만은 올곧다


말없이 받아주고

드팀없이 서있는다


어차피

가는 생 아니더냐

부드럽게 살 일이다.



◆ 말 복


키다리 옥수수가

가을소풍 가려는가


절로 만든 려행가방

둘러메고 서성인데


아뿔싸

심술궂은 장마비

길을 막아나선다.



◆ 가랑잎


푸르렀던 그 시절

야무진 꿈 부풀어


비바람 맞받아

하늘 향해 웃었는데


어느새

새우등 되여

체머리를 떨더라.



◆ 겨울나무


뼈마디 드러내고

찬바람 마시면서


궁색한 삶 살지라도

욕되겐 아니 산다


생채기

동토를 뚫고

푸른 홰불 쳐든다.



◆ 커 피


은은한 불빛 아래

감도는 너의 숨결


시들었던 마음도

뜨겁게 일어서니


세월이

날 외면해도

네가 있어 살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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