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외 7수) □ 최옥란
나 말고 또 그 누가
별의 집 지어주고
비밀정원 고요 속에
새벽이슬 잉태하나
그래도
사람들 나를 보면
어둡다고 외면한다.
◆ 2월
매서운 칼바람이
아우성치는 날
한오리 미련을
눈물로 버티다가
매화꽃
등쌀에 못이겨
소리없이 떠난다.
◆ 바람 배달부
새싹이 작은 발로
봄페달 굴리더니
개나리꽃 편지를
와르르 쏟아낸다
뙤창문
빠끔 연 잎새소녀
펼쳐들고 웃는다.
◆ 버드나무
팔다리 휘였어도
마음만은 올곧다
말없이 받아주고
드팀없이 서있는다
어차피
가는 생 아니더냐
부드럽게 살 일이다.
◆ 말 복
키다리 옥수수가
가을소풍 가려는가
절로 만든 려행가방
둘러메고 서성인데
아뿔싸
심술궂은 장마비
길을 막아나선다.
◆ 가랑잎
푸르렀던 그 시절
야무진 꿈 부풀어
비바람 맞받아
하늘 향해 웃었는데
어느새
새우등 되여
체머리를 떨더라.
◆ 겨울나무
뼈마디 드러내고
찬바람 마시면서
궁색한 삶 살지라도
욕되겐 아니 산다
생채기
동토를 뚫고
푸른 홰불 쳐든다.
◆ 커 피
은은한 불빛 아래
감도는 너의 숨결
시들었던 마음도
뜨겁게 일어서니
세월이
날 외면해도
네가 있어 살맛 난다.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