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건 □ 조홍매

2023-12-29 08:40:07

주말에 있을 대가족모임에 외삼촌이 어떤 먹거리로 준비하면 좋겠느냐며 위챗그룹에 건의를 요청해왔다. 우리는 저저마다 먹는 것보다 모이는 게 더 중요하다며 입을 모았다. 먹거리는 흘러넘치지만 대신 그만큼 인정이 색바래가는 요즘 우리에게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전에 절친이 박사학위론문에 쓸 자료가 필요하니 5분에서 10분 정도의 대화내용으로 록음된 음성파일을 부탁해왔던 적이 있다. 그런 것쯤이야 부탁도 아니지 않냐며 나는 흔쾌히 대답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핸드폰만 울려대면 자동적으로 록음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화되였고 부지런히 음성파일을 루적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5분에서 10분 정도의 통화는 거뜬히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통화를 마치고 보면 1분도 채우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통화자체가 확연히 줄어들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매달 100원씩은 기본으로 통화료금이 빠져나가는데 와이파이세상에서 위챗 등의 출현으로 웬만하면 통화보다는 메시지를 선호하는편이고 가끔가다 어쩔 수 없이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용건만 말하다 보니 30초를 초과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통화내용을 늘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는데 우선 대상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내 주변을 아무리 올리 훑고 내리 훑어도 상대가 마땅치 않다. 절친의 요구로는 부동한 년령대, 부동한 성별, 부동한 직업이 다 필요하다는데 말이다.

가족? 엄마와도 평소 전화통화보다는 영상통화를 많이 한다. 것도 내가 아닌 우리 딸애랑 말이다.

친구? 요즘 들어 친구들도 가정과 육아로 바쁘다 보니 통화하며 수다를 떨 여유 자체가 없다. 어쩌다 간혹 통화를 시도해도 간단한 용건에서 마무리한다.

동료? 매일 가족들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고 있지만 자기의 업무를 하는 반면 컴퓨터, 핸드폰의 존재는 대화 자체를 저켠으로 이사 보냈다. 그러니 무슨 얘기를 더 한단 말인가?

집평수가 커지고 각자 자기 방이 생기게 되면서 자기만의 공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요즘 어쩌면 줄어든 것은 전화통화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의 출현, 스마트폰의 출현은 손가락만 까딱하면 실시간으로 세상의 폭넓은 변화무쌍함의 묘미를 즐길 수 있도록 편리해졌지만 대신 인정미 넘치는 교류를 상실하게 하고 더불어 불안과 공허와 허무를 선사하기도 한다.

가족끼리 늘 밥상에서 이런저런 얘기들로 웃음꽃을 피웠었으나 지금은 남녀로소 불문하고 오로지 관심사가 스마트폰이며 그래서 폰이 손에 쥐여있지 않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다고까지 하지 않던가?

모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는 6초에 한번꼴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한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한번 들여다보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컴퓨터도 없고 휴대폰도 없던 그 시절이 너무 그립다. 루추한 초가삼간이였어도 가족끼리 희미한 등잔불 아래 오손도손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고 이웃끼리 색다른 음식으로 정답게 정을 나누고 친구끼리 모래를 밟고 개미 한마리를 발견하고도 깔깔깔 배를 끌어안고 인정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그 시절을 말이다.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스마트한 세상에서 오늘도 분명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려고 애쓴다. 하지만 끊임없는 비교와 선망 속에서 초조함과 허전함을 떨쳐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것에 대처하는 자세와 태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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