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따는 사람 (외 3수) □ 최미화

2024-01-05 09:07:36

사과나무가지가

돌배나무에 접목되여

연변에 태여난 우리의 과일

그 이름은 정다운 사과배다


비옥하고 기름진 땅에서

기후와 풍토에 적응하며

두 문화를 가슴에 품고

백년력사를 자랑해온 사과배다


알알이 농익은 결정마다

땀방울이 모여 과즙이고

해볕자국이 굳어 사과배다


사과배 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과일의 력사를 따고

그들은 과일의 맛을 따면서

사과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미새의 생리


새끼 잃은 둥지에

홀로 남은 어미새

외로움과 씨름한다


부리에 물린 혼밥이

설음과 반죽되여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고


초승달에 걸린 혼잠이

모성을 잃은 빈 둥지에서

잠 못 들고 허공을 휘젖는다


어미새는 알고 있다

상처를 악착스레 씹으며

또다시 알을 품어야 함을


이제 눈물 젖은 둥지에서

새 생명이 눈을 뜨면

어미새의 날개는 더 굳세여질 것이다.



옛 집


고향으로 가면

정다운 옛집 하나가

나를 자식처럼 반겨준다


너부러진 부엌문이

나를 얼싸 안아주고

처져내린 대들보가

메주의 추억을 던져준다


부엌에서 풍구 돌리는 아버지

가마에서 밥을 퍼내는 어머니

뽐프에서 물을 뽑아내는 소리

어느 새 숭늉으로 따뜻해진다


나를 낳아준 옛집에서

숭늉 한잔에 추억을 담아

아버지 어머니 사랑도

동동 띄워 함께 마신다


이제 아버지 어머니 옛집은

추억의 차집으로 남아

나를 손님으로 맞아주니

나는 둘도 없는 단골이다.



귀뚤귀뚤 저 소리


어둠 타고 울려오는

귀뚤귀뚤 저 소리


풀밭에 터를 잡고

짝짓는 사랑 소리


때로는 그 소리 아름다워

여름밤의 랑만으로


때로는 그 소리 구슬퍼

가을밤의 슬픔으로


기분에 따라 울고 웃는

귀뚤귀뚤 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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