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손에 들고 □ 리련화

2024-01-11 15:37:33

요즘 연길에는 커피숍이 많다 못해 거리 하나에 커피숍만 몇개인지 경악스러울 정도이다.

커피콩을 로스팅해서 커피숍에 공급하는 친구가 함께 연길시내 커피숍투어를 하자고 해서 거의 매일 한집씩 찾아다닌 적이 있다.

커피맛에 대해서 깊게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 친구가 커피에 대해 내리는 품평과 곁들여 커피맛을 음미했다. 그 친구는 커피맛에 대한 품평과 가격분석을 하고 나는 인테리어, 분위기, 봉사태도, 디저트의 맛 등등에 대해 얘기했다. 그만큼 커피숍은 단순히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라 환경, 봉사, 맛 등 다양한 복합적요소로 이뤄진다는 말이 되겠다.

연길 시내 많은 커피숍 중에 계속 가고싶게 만드는 가게는 몇개 되지 않는다. 다양한 컨셉의 커피숍이 많아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 모든 커피숍에 령혼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내가 좋아했던 커피숍이 있었다. 과거형을 쓰는 까닭은 지금에 와서 실망감이 든다는 뜻이다. 책도 많이 진렬해놓았고 가게 내부의 꾸밈새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자주 다녔었다.

얼마전 다른 곳에 자리를 옮기고 규모를 확장해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었다. 분위기도 그대로고 꾸밈새도 여전히 마음에 들며 무엇보다 소품을 고르는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커피를 일회용컵에 내오는 것이었다. 원래 이 집의 묘미가 음료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예쁜 잔과 커틀러리였는데… 아, 하고 김새는 탄식을 뱉고 말았다.

아메리카노는 일회용컵에 나오면 맛이 확 못해진다. 아트가 생명인 라떼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아무리 커피숍이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서 승부수를 던진다해도 가장 기본으로 되는 커피의 맛은 보장해야지 않을가싶다. 누가 여기 사람들이 커피맛을 모른다고 했는가. 나이가 들면 관상만 봐도 사람의 성격이 알리듯이, 커피도 장기간 마시다보면 맛이 알린다. 그러니 고객의 혀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정말 하루가 멀다하게 새 커피숍이 생겨나긴 하는데 그들이 내세우는 컨셉은 대략 커피맛, 커피가격, 커피숍 규모, 내부환경, 대형프렌차이즈, 시내 근교에 위치한 자연환경, 맛잇는 디저트 대략 이 몇가지이다. 그렇게 많은 커피숍이 생겨나도, 물론 경영부진으로 망해나가는 수자도 많겟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버텨내거나, 성업을 이루고 있는 것은 꼭 그들만의 매력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커피숍+’의 형태로 디저트, 미술, 도서관 등을 접목시키며 커피숍의 정의도 그 경계가 무너지고있다.

요즘은 집이나 사무실에 누군가를 잘 초대하지 않기때문에 커피숍은 사람을 만나는 좋은 장소가 된다. 나의 경우 인터뷰를 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 커피숍을 자주 리용한다. 내가 자주 찾는 커피숍의 매력포인트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독특한 메뉴를 갖고 있는 커피숍이다. 물론 커피숍에 가면 거의 번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는 하지만 간간히 그 가게에만 있는 특정된 메뉴를 마시고싶을 때가 있다. 둘째는 노트북 작업을 하기 편리한 탁자의 사이즈와 높이, 그리고 노트북 충전에 필요한 소케트이다. 그밖에 요소들로는 세련된 내부 인테리어, 꾸밈새와 금연이 되는 깨끗한 환경이다. 물론 이건 필수요소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읽은 한 소설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또한 다방에 앉아 하릴없이 이 말 저 말 옮기다보니 사람들 간의 관계는 더욱 번잡스러워졌고 시비는 늘어났으며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느라 술값이, 혹은 커피 값이 더 많이 들어가 소비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피식 웃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과 동떨어진 오밀조밀한 아빠트에서 살아서 그런지 늘 어떤 탈출을 하고싶어한다.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끼다보니 또 다른 공간에서의 여유를 즐기고 싶어하고 여럿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아침에 빈속에 모니커피를 마시고도 오후가 되면 또 빨고 싶은 커피, 요즘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일에 정신을 집중못한다거나, 금단 현상이 생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쩌다가 이런 깜장콩 우린 물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침투했고 또 연길의 독특한 풍경선으로까지 자리를 잡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분명 우리 연길사람은 얼리어댑터들이 틀림없다. 이곳은 지리적으로만 ‘뻑빡골’이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져서 가장 빠른 류행의 흐름을 민감하게 잡아탄다. 약삭바르고 즉흥적이며 열정적이고 깨끗한 것을 좋아하며 센스 있고 멋쟁이이다. 그러니 자연히 ‘깜장콩물’한잔 마시는 멋을 부리려고 할 수밖에.

지난해 년초에 연길시는 벌써 전국 커피소비열기도시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년에만 500집의 커피숍이 새로 생겨났을 정도로 커피는 이미 연길의 일종 ‘문화자신감’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도 점심식사를 마치고 또 새로 나온 커피숍이 없나 찾아본다. 어차피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만나고 싶은 친구를 불러내 함께 오후 커피타임을 즐기면서 남은 반나절을 위해 재충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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