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포 (외 8수)□ 리명자

2024-03-29 07:55:24

천리길 낭떠러지

뛰여내려 부서지고


비단필 휘날리며

은하를 펼치더니


아픔이

절경 이뤘나

환호성도 높더라



꽃나무


봄 아씨 필묵 따라

춘색은 화려한데


벌 나비 춤사위에

홍조 띤 얼굴이라


애닲다

사랑도 한때

락화류수 아니냐



락수물


저 하늘 서러움이

눈물로 락수되고


한방울 두방울이

모여서 강물인데


추녀 끝

청사초롱이

옛사랑에 젖었소



종이배


내 손은 기억 따라

하얀색 종이 접고


동년의 그 시절은

노 저어 찾아오네


오호라

잊혀져가던

연분홍빛 꿈이여



노란 계절


황토 빛 들녘에서

가을이 익어가고


갈바람 반죽되여

향기는 그윽한데


잠자리

날개 끝에도

노란 가을 묻었네



계절의 길목


선선한 바람 불어

산과 들 식혀주니


푸름이 놀던 자리

새 옷 단장 분주한데


찬 이슬

맺힌 풀잎에

매미 울음 애닲다


락엽


봄여름 지닌 얘기

잎새에 새기더니


그 많은 비밀 안고

떨어져 락엽되네


아마도

수많은 사연

묻어두고 싶었나



성에꽃


스치는 바람붓에

유리창 도화지라


꽃피고 말 달리니

찬탄이 터지는데


자연이

부린 묘기가

해빛 따라 떠난다



국화차


떠난 님 기다리며

언덕길 지키다가


찬 가을 달빛 아래

향으로 피여났네


가만히

지켜낸 순정

  우리 님께 바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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