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르셋’□ 리련화

2024-04-26 08:08:49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복식 한복의 인기가 요즘 들어 실감된다.

연길에 놀러온 관광객들은 필수코스로 중국조선족민속원을 찾아 한복을 대여해 입고 예쁘게 메이크업을 받은 후 민속 정취가 듬뿍 담긴 민속원에서 아름다운 모습 사진으로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의 한복은 선이 곱고 색이 화려하며 원단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아름다운 복식이다. 그런데 그 화려한 모습 뒤에는 사실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한복은 고운 선을 위해서 예전부터 가슴가리개로 웃몸을 꽁꽁 동였다. 요즘은 많이 개량되여 가슴가리개를 따로 하지는 않지만 보정용 속치마를 한 사이즈 작게 입어서 가슴을 꽁꽁 옥죄여 숨이 차다. 그 뿐인가, 치마자락은 땅에 끌리여 자칫 걸채여 넘어지기 십상이고 또 원단 특성상 깔깔해서 여기저기가 간지럽고 불편하다.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 시절에 한번은 동료랑 함께 한복을 입고 꽃다발을 든 채 공항으로 모 회사의 ‘높으신 분’을 마중하러 가게 된 적이 있었다. 그때 공항 출구에 몰려있던 사람들의 눈은 거침없이 나와 동료를 아래우로 훑었고 기다리는 내내 정말 몸을 어디다 뒀으면 좋을지 몰라서 쩔쩔 맸던 기억이다. 공항 출구로 빠져나온 ‘높으신 분’은 화려한 한복대오의 거창한 환대에 눈이 휘둥그래졌고 이내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옷을 바꿔 입을 여유가 없어서 한복차림 그대로 식사자리까지 갔고 하필 온돌방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앉았다 섰다 잔심부름을 하는 게 고역이였다. 자리에 앉을 때면 치마자락 밑으로 공기가 새여나오면서 치마자락이 풀럭댔고 저고리 고름이 국물에 빠지기도 했으며 더워서 땀이 나자 저고리가 기분 나쁘게 살에 철썩 들어붙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다.

중세시대 서양 녀성들이 착용했던 코르셋이 별건가?

한번은 시상식 사회를 할 때 원피스를 입었는데 “왜 한복을 안 입었소?” 하고 모두 물어보는 것이였다. 한복을 입고 사회를 보는 것이 불문률이기라도 하듯.

우리는 특별한 행사, 특별한 장소에서 격식을 갖추기 위해 한복을 입는다. 하루종일 입는 것도 아니고 잠간 입었다 벗는 일이 태반이기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한복을 입을 때마다 욱하고 치미는 게, 녀성들에게는 한복을 입으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입지 않는 남성들이다. ‘괘씸죄’를 선고하고 싶다.

보정속옷만 코르셋인 것이 아니다.

이 사회는 아직도 많은 면에서 남성과 녀성들에게 정해진 역할을 강요한다. 그것은 마치 마음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코르셋과 같다. 부부간이 똑같은 출근족이여도 육아나 가사일은 대부분 녀성의 몫으로 치부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모님을 돌보고 육아를 책임지는 등, 녀성은 가정을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희생하고 나면 사회는 또 녀성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할 것을 요구한다.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대형 상가의 기저귀교환대 안내판이나 에스컬레이터의 어린이보호 안내판도 캐릭터가 아이와 녀성으로 그려져있다. 육아는 녀성의 몫이라는 잠재인식의 반영이고 나아가 사회의 통념을 반영하는 일례이다.

녀성스럽지 못한 녀성은 늘 말밥에 올랐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혹은 살집이 없다, 깔끔하지 못하다, 걸음걸이가 남자 같다, 료리를 못한다, 웃음이 헤프다, 아이교육을 잘 못한다… .

설사 사업적으로 성공한 녀성이라고 해도 그 뒤에 ‘그런데’를 붙이고 못생겼다, 집안살림은 못한다 등 딱지를 추가한다. 또 녀성지위를 운운할라치면 페미니트스라는 욕을 먹기 십상이다.

일찍 모 유명 녀력도선수의 경기에서 해설원이 “이제 선수생활이 끝나고 나서 화장이랑 하고 자신을 꾸미면 다른 녀성들과 마찬가지로 예뻐질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열심히 경기에 림하는 와중에 이 무슨 뿌리깊은 외모 차별 발언이란 말인가.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안해이며 누군가의 누나이고 누군가의 딸이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남녀를 통털어 우리 모두이며 녀성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아름다워 보이려고 가슴 조이는 한복을 입고 헐떡거릴 필요 없다. 순응은 미덕이 아니다. 가슴을 옥죄는 코르셋은 유방결절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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