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디에 있든 태양은 항상 우리를 비춰줄 것이다.”
《클라라와 태양》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하는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한 로보트 클라라의 눈에 비친 세계를 다루고 있다. 인류세계에 입문한 뒤 인간의 감정을 부단히 학습하고 감지하며 인간 친구들과 애환을 겪는 인공지능로보트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배경은 미래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AF라고 불리우는 로보트는 매장에 전시되여 자신을 데려갈 아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관찰력과 학습, 공감하는 능력이 남다른 주인공 클라라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소녀 조시와 운명적으로 만나면서 클라라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클라라는 최신형 모델은 아니지만 특별한 점이 있다.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방식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다. 클라라는 매장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 감정에 자신을 대입하고 상상한다.
어느 날,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던 클라라 앞에 한 소녀가 다가온다.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는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몹시 야윈 것이 한눈에 봐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 클라라와 조시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조시는 클라라를 꼭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 역시 다른 아이의 선택마저 거부하며 조시가 자신을 데려갈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소설은 조시가 클라라를 데리고 가면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담아내는데 사람의 립장이 아닌 AF 로보트의 세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AF 로보트는 조시라는 이 소녀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소설은 클라라가 조시의 집에 온 것이 조시를 동반하고 돌보러 온 것이라고 독자들이 생각하도록 의혹의 덩어리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읽다 보면 그 목적은 점점 더 순수하지 않게 된다. 먼저 조시가 쉽게 죽을 수 있는 질병에 걸렸다는 것, 그녀의 언니 사르도 같은 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조시를 잃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카팔디씨에게 조시를 닮은 로보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 클라라가 조시의 집에 온 진정한 역할은 조시의 연장선에서 가족의 감정기탁을 만족시키는 것이였다.
인간 소녀 조시와 그녀의 동반자가 된 로보트 클라라, 두 존재가 그려내는 가슴 저미는 슬픔과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동화를 한번 써보고 싶은 이시구로의 생각에서 탄생한다.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장난감이 자신이 데려갈 어린 소녀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떠올린 저자는 자신의 딸인 나오미에게 이야기의 줄거리를 들려준다. 하지만 평소 아버지 소설의 편집자 역할을 해온 딸의 대답은 객관적이고 단호하다. 어린이에게 들려주었다가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시구로는 이 이야기를 동화책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편소설로 집필하기 시작해 전세계 많은 팬들이 모이는 시점에 완성했다.
이 소설은 원 모티브의 형상을 그대로 간직한 우화적인 과학환상소설이다. 이야기는 간결하고 늘 그랬듯이 잔잔한 지문과 대사 사이에 깊은 행간이 있으며 그 ‘사이’를 읽어가다 보면 가슴 파고드는 슬픔과 여운이 찾아온다. 세상에서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두 연약한 존재가 우연히 만나는 그 순간부터 아픔은 예약되여있다. 독자들은 그 슬픈 예감이 운명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에 이끌려 마지막 페지까지 차마 눈을 뗄 수 없다. 이는 우화의 힘이자 그 강력한 힘을 가장 리해하고 있는 거장 이시구로의 솜씨이다.
이시구로는 빅데이터, 유전공학, 인공지능 그리고 그것이 실현된 세계의 불평등까지 아우르는 근미래적 설정들을 일일이 설명하기 보다는 AI인 클라라의 불완전한 인식구조가 점차 발전해가는 과정을 일인칭 화자의 시선을 통해 담아내고 그에 따라 배경지식에 대한 독자의 리해도 함께 올라가는 세련된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인 클라라의 인간에 대한 한결 같은 헌신이 실현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과연 ‘인간 됨됨이’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 개개인을 고유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을 사랑하는 방식, 그것은 인간이 서로 사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가. 이 지극함이 사랑이 아니라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가? 이것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작가가 처음으로 발표한 기적처럼 놀랍고 아름다운 신작 《클라라와 태양》의 테마가 아닐가 싶다.
소설의 배경은 비록 예상 밖이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여전히 전형적인 이시구로식 명제이다. 결국 ‘인심’이라는 두 글자이다. 그것은 사실 인공지능을 빌어 유일무이한 인간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탐구하는 것이다. 타인의 사랑은 우리를 독특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은 특수한 가정관계와 인간관계를 지니고 부동한 사회신분을 연기하고 있다. 이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산다는 게 아니라 우리에 대한 다른 사람의 사랑이 우리를 남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랑과 인간애, 과학에 관한 우화, 쟝르를 다루는 놀라운 솜씨로 독자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준다.”, “엄정한 아름다움과 촘촘한 조절력 그리고 무엇보다 명료함과 간결함을 담은 대가의 걸작”…
영국에서 가장 먼저 출간된 이 책은 현재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30여개 국에서 출간되였다. 출간 즉시 언론의 격찬과 독자들의 열광 속에 영국 베스트셀러 1위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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