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꽤 오래동안 안일한 삶에 안주하고 도전을 피하며 조용히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 륙십이 되여서야 슬슬 이런 삶이 따분해지며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슬슬 갈마들었으며 도전과 함께 내 삶에 생기가 돋기 시작했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을 맛나고 멋있게 살아가려면 도전이 필요하다.
도전은 새로움을 선사해준다. 새로운 한해를 맞으면서 무용교실과 노래교실에서 함께 송구영신활동을 했을 때였다. 무용교실에 다닌 지 몇달 안되는 나는 아직 회원들과 서먹서먹했다. 그래서 잠간 망설였다. 그러나 사회활동이 별로 없는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에 떠밀려 용기를 내서 참가했다.
다채로운 공연 뒤에 흥성흥성한 노래에 맞춰 춤판을 벌렸는데 그것이 최고봉이였다. 그날 노래방기계는 멈출 줄 모르고 흥에 젖은 우리들을 위해 복무했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분위기에 취해 모임을 즐겼다.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우리는 정오가 다될 무렵에야 점심을 먹었는데 술상이 무르익으면서 가족이야기도 슬슬 흘러나왔다.
나이가 륙십대 중반쯤 되는 송녀사는 남편이 출근할 때에도 퇴근할 때에도 문가에 서서 깍듯이 인사를 한다고 얘기했고 륙십대 후반쯤 되는 김녀사는 남편이 위암판정을 받았는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남편과 함께 위암약을 먹는다고 했다. 나는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그동안 내가 남편에게 너무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을 슬며시 느끼였다.
그번에 송구영신활동에 참가하고 나서 나는 낯선 모임에 참가하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서먹서먹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즐거움과 새로운 기쁨을 만들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가슴깊이 느끼게 되였다.
도전은 신심을 선사해준다. 태여나서부터 지금까지 연변에 발을 붙이고 살아온 나는 조선족학교를 다니고 조선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보니 한어수준이 너무 낮았다. 한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자면 쑥스럽고 말문이 꺽꺽 막히였다. 한어 때문에 난처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적당한 기회가 없어 한어를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런데 한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금후 삶에 많은 불편을 느낄 것 같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한족들과 접촉하고 한족말 회화책을 읽기도 했으며 한어 잡지나 산문집을 보기 시작했다. 생각처럼 되지 않아 많은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만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자기를 채찍질하면서 열심히 한어공부를 했다.
아래 집 한족녀자와 함께 매일 오후 세시면 산보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한어로 된, 읽기 쉬운 책을 골라 읽기도 했다. 독서를 할 때면 한손에 연필을 들고 읽었다. 읽으면서 모르는 글자는 표기해뒀다가 사전을 찾아 병음을 달고 뜻을 알아보았다. 그다음 새롭게 알게 된 글자들을 필기장에 적고 기억했다. 뿐만 아니라 메모지에 한자를 수십개씩 적어 핸드백에 넣고 다니면서 기억한 후에 버리였다. 책 읽는 속도가 아직 많이 늦지만 장악한 한자의 량이 많으면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신심을 갖고 매일 견지했다.
내 생에 처음 한어책을 완독했을 때에 그 뿌듯함은 형언할 수 없었다. 시작이 반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진보한다는 것을 날에 날따라 더욱 굳게 믿게 되였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진득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책을 보니 일주일이면 한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일종 성취감이 밀물처럼 밀려오며 또 한번 도전의 매력에 푹 빠지였다.
우리의 삶은 도전의 련속이다. 크고 작은 도전 앞에서 결정권은 우리 손에 쥐여져있다. 며칠 전 딸이 들려준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 딸보다 열살 이상인 선배가 입사할 때에는 당직실에 배치받았는데 열심히 노력한 결과 비서로 채용되고 이어 공정사시험에 합격되였단다. 그 선배는 모든 기회를 꼭 잡고 자기를 부단히 성장시킨 성공자이다. 나는 이름 모르는 그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우리 딸에게 참 훌륭한 분이 곁에 있으니 많이 따라배우라고 채찍질해주었다. 더불어 나도 도전 앞에서 뒤걸음하지 않고 젊은이들처럼 용기 내여 뛰여들고 싶은 욕심이 샘솟듯 했다.
우리는 태여나서 생을 다하는 날까지 학생이다. 학생은 겁 없이 도전하는 가운데서 많이 배운다. 많이 도전해야 자기 부족점을 찾고 그 부족점을 미봉할 수 있다. 그 부족점을 미봉하는 과정이 성장하고 성숙되는 과정이며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맛잇고 멋잇게 살 줄 아는 사람이다.
정년퇴직한 후에 느낀 제일 큰 후회가 수십년 동안 도전이 별로 없이 안일한 생활에 안주하며 살아온 것이다. 내가 좀 더 일찍 도전을 즐기며 보다 새로운 교수방법을 탐구하며 수업했더라면 학생들에게 좀더 신선하고 좀더 재미있는 수업시간을 마련해줄 수 있었겠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후회로 남는다. 나는 수십년을 너무 소심하게 살아왔다. 새로운 환경에 내 몸을 던지지 않았고 새로운 사람과 교제를 거부했다. 그러니 삶에 격정과 열정이 없고 생기와 활기가 없었다. 작은 공간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세시대에 여생을 도전이 없이 허송세월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도전이 없으면 잡생각이 부르기나 한 듯 밀려오고 그런 잡생각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도전은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심신의 건강을 지켜준다.
여생은 내 상황에 맞게 도전을 하면서 도전 속에서 삶의 풍요와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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