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시내 중심에 있는 탓으로, 점심식사 후에 산책을 할 때면 서시장 부근을 한바퀴 휘이 돌게 된다. 상가가 밀집한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쇼윈도마다 시즌에 맞춰 모델에 입혀놓은 옷들이 눈뿌리를 사로잡는다.
견물생심이라고, 귀신에 홀린듯 들어가서 이리저리 입어보다가 사장님이 “아유, 이건 딱 손님 옷임다.” 하는 말에 얼리워 서슴없이 지갑을 열었었다.
후에는 안되겠다 싶어서 상가쪽에 발길을 끊었다. 헌데 어느 순간부터 쏘파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나에게 틱톡의 라이브커머스가 슬몃슬몃 유혹의 손길을 뻗기 시작했다. 집에 누워서 옷을 구매하는 것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입어보지 못한다는 결점이 있다. 사이즈가 긴가민가할 때면 보통 두가지 사이즈를 사서 입어보고 하나는 반품한다.
처음에는 그토록 미안하던 반품이 이제는 습관되여서 거리낌이 없다. 어떨 때는 옷 대여섯견지를 한꺼번에 사서 도착하면 입어본 후 몽땅 물릴 때도 있다.
편리한 한편 께름직하기도 하다. 누군가가 입어보고 반품하기를 몇번 거듭해서 나에게까지 왔을가를 생각하면.
틱톡과 같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은 사용자가 빠르고 직관적으로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만큼 반품률이 높아지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일부 상가에서 반품시 배송비를 상가가 부담하도록 설정한 것이 이 반품조류를 걷잡을 수 없게 부추기지 않았나 싶다. 반품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니 더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수밖에.
틱톡은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그로 인해 구매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틱톡 사용자들의 약 55%가 충동적으로 구매를 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감정에 휩쓸린 구매는 쉽게 이루어지지만 그만큼 쉽게 후회되거나 불만족으로 이어진다. 영상 속에서 매력적으로 보였던 제품이 실제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들은 반품을 선택하게 된다. 사이즈 선택이 어려운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브랜드나 판매처에 따라 사이즈 기준이 다르고 제품 상세정보가 부족할 경우 소비자들은 정확한 사이즈를 선택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구매한 옷이 몸에 맞지 않아 반품을 하게 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틱톡의 영상 콘텐츠는 제품의 실질적인 크기나 핏을 완전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오프라인 상가에서는 옷의 재질을 만져보고 박음질도 살펴볼 수 있지만 영상으로 보여주는 옷은 그렇지 못하다. 영상에서 보이는 것과 실제 제품간에 괴리가 있다면 소비자는 실망하게 되고 이는 곧바로 반품으로 이어지게 된다.
간사한 인간의 심리도 요인중 하나라 하겠다. 판매자들이 “할인 마지막 1분”이니, “한벌밖에 없다”느니 하면서 다그치는 상술에 말려 충동구매를 했다가 몇분 후 구매 당시의 설렘이 줄어들어 대뜸 반품을 누른 경험도 많다.
높은 반품률을 감안하면서까지 요사한 상술로 고객들이 충동구매로 주머니를 털게 하는 그것이 과연 언제까지 통할가. 언제 어디서나 진심만이 통하는 법이다. 상품의 질을 보장하고 정확한 제품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면 차라리 남는 장사가 될 텐데.
소비자들의 구매기준으로 작용하는 상품후기도 잘 가꿀 필요가 있다. 기존 소비자들의 진실된 후기는 새로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판매자들도 소비자들의 후기를 참고로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다.
틱톡과 같은 플랫폼은 빠르게 변화하는 류행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방식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반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는 플랫폼과 판매자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반품률이 높아지면 판매자는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다. 반품 처리 비용과 시간, 그리고 그로 인한 환경적 영향까지 고려할 때 높은 반품률은 전반적인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고민은 배송시간만 지연시킬 뿐이다’라는 광고문구에 넘어가지 말자. 그 누구나 고민 없이 질러대고 반품하기를 거듭한다면 그 옷이 나에게 오기까지 입어보는 사람만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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