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팝꽃 (외 5수)□ 김봉녀

2024-09-12 16:13:01

저 하늘 뭉게구름 떠다 놓은 듯

이팝꽃이 하얗게 피였습니다


길가의 가로수에도

인적 드문 산길에도

누가 두고 간 고봉밥처럼

이팝꽃이 피였습니다


배고프다 떼쓰던

자지러진 내 울음소리

이팝 속에 숨었나


자식들 배 곯을가

간밤에도 이팝나무

흰 쌀밥 고봉으로 지었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수북수북 얹어놓고 가셨습니다





붓이여,

한번 휘날리면

학이 되여 날아예네

압록강 두만강 아우르며

하늘 높이

훨, 훨, 훨


붓이여,

다시한번 휘날리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신명 나게 상모 돌리며 춤을 추네

흰옷 입은 누이들

덩실덩실 더덩실


붓이여,

버선발 살포시 들어올리면

쑥꾹쑥꾹 쑥꾹새 울어예는

청산의 머루랑 다래랑 함께

온 누리에 빛나리



똬리


흰옷 입은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

장백산 아래 집 짓고

터전 이뤘다


똬리처럼 단단하게 살라

가르쳤다


인정 많던 아낙들

똬리 튼 머리 우에

서리서리 얹힌 물동이

하늘을 받쳐 이고


한생 꿋꿋이 살다 갔다

엄마도 그러했다



가을비


가을비가 추적추적

울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찾아오나 봅니다


우리가 만났던 그 가을날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물이 수정처럼

눈가에 맺혔습니다


오늘도 나는

가을비속에 덩그러니 섰습니다


다시 못 올 그 사람이

가을비가 되여

나를 어루쓸어줍니다


가을에는

눈물처럼 뜨거운

단풍잎에 비가 옵니다



산딸기


산신령님께서

두고 가셨나

저 이쁜 루비 반지를


울 엄마 무덤가에서

붉게 웃으며

주인을 기다리네


험한 일에 지쳐

굵어진 손마디에

반지는 사치였을가


오늘은

저 루비 반지 가져다가

울 엄마 끼워 드려야지



자화상


삼신할매 점지해주십사

9년 치성 끝에 낳았다는 나


늪 속에서 건져낸 큰 항아리가

유난히 빛났다던 엄마의 태몽


달도 별도 캄캄했던 유년은

세상의 내 것은 없었다


또래 사내애들 놀다 버린

딱지, 차곡차곡 펼쳐

공책으로 쓰고 지우고 또 썼다


돌이켜보면

그런대로 살맛 나는 먼 려행길


지금 나는 덜컹거리는

소달구지에 나를 싣고

먼 려행길 떠났다


마른 하늘에 번개 치듯

행간을 건너가는

고독한 성찰의 길


저녁 해살이 길을 재촉한다

저기 붉은 노을이 타는 듯 웃어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崔美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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