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일종 학문이고 심지어 기술이다.
요즘은 메이크업을 따로 배워주는 학원도 있고 체계적으로 배우는 전문학교도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하면 취업도 쉬워진다.
녀성들은 화장만 잘해도 꽤 예뻐보이고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화장을 웬만히 잘하는 녀성이 어느 날 화장을 지우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여있을 정도로 고난도의 화장법은 “요상한 마법에 버금간다.”는 표현이 나올 지경이다.
화장은 더 이상 녀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걸로 되여버렸다. 기초화장은 기본이고 눈섭다듬기, 아이라인을 그린다거나 연한 색상의 립스틱을 바르는 남성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립스틱을 바르는 남성 인플루언서’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말이다.
주변을 보면 화장도 잘하고 옷도 잘 입는 ‘스타일리쉬’한 감각적인 사람들이 있는 반면 세수만 간단히 하고 화장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 화장한 얼굴보다 오히려 민낯이 더 나은편이라고 자부할 수만 있다면 굳이 비싼 화장품에 돈을 들여가며 외모를 치장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화장하는 행위를 두고 일각에서는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민낯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심리, 얼굴에 가면을 씌워 꽤 그럴듯 해보이게 ‘포장’해버리는 자기최면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여하튼 화장을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며 부지런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고 보는 시선들이 지배적이다. 지인중에도 화장법에 일가견이 있는 녀성들을 살펴보면 료리도 척척, 육아도 척척, 직장에서도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이는 확률이 높은편이다.
실제로 유명브랜드 화장품 한 업체에서 연구한 통계에 따르면 화장기술에서 기초화장보다 특히 색조화장을 잘하는 사람들은 칼라(색감)에 대한 조화감각과 립체사물에 대한 통찰능력이 상당히 뛰여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얼굴을 포함한 외적인 부분에 대한 색감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분위기를 추구하는 성향인지, 깊게는 한 사람의 내면이나 정신세계까지도 류추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쯤에서 화장을 꼭 해야 된다, 안해도 된다에 론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화장을 하려면 제대로 배워서 제대로 치장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전에 취재중 발생했던 일화가 기억난다.
정부의 소식공개회에 참가했는데 언론매체에서 참가한 한 기자가 약속시간에 늦은 것은 물론 멀리서부터 뛰여오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부스스한 머리, 팅팅 부은 얼굴에 붕 뜬 화장, 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며 회의장소에 들어왔다. 게다가 무릎 우까지 올라간 짧은 치마를 입고 허둥지둥 들어오는 모습이 그야말로 ‘가관’이였다.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을 했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회의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한동안 정적이 흘렀고 ‘스포트라이트’가 그녀를 비췄다.
그날 이후로 그녀의 ‘빨간 립스틱’과 ‘짧은 치마’는 꽤 오래동안 언론 종사자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낯 뜨거운 존재’로 되였다. 화장은 상대에 대한 례의라고는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걸맞지 않은 꾸밈새 때문에 차라리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민낯을 보여줬더라면 어떠했을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곱고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한다고 해서 화장기술이 뛰여난 것은 아니다. 처한 상황이나 때와 장소를 가려서 적절히 색조를 조절해야 할 것이고 년령에 걸맞는 화장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주하는 상대에 따라 례의와 격식을 갖춰 전체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면서 행동을 해야만이 비로소 화장을 잘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가. 제아무리 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독보적인 모습으로 치장을 했다고 한들 격이 떨어지는 행동이나 말투는 결국 스스로의 이미지를 갉아먹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은 ‘행위예술’이라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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