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보다 더 무서운 것은…□ 김은희

2024-12-27 08:57:00

“가장 두려운 것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장편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뽀르뚜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이다.

한 도시 전체에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안 보이는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첫번째 희생자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다. 그는 안과 의사에게 가봤지만 의사 역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자신도 그만 눈이 멀어버린다.

이 전염병은 사회 전체로 퍼져나간다. 실명증이 급속히 확산되며 도시 전체가 전례 없는 공포와 재난에 빠진다. 이러한 실명증은 흔히 볼 수 있는 시력상실과 다른데 환자는 실명 후에도 여전히 빛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형태나 색갈도 구별할 수 없다. 정부는 눈먼 자들을 모아 한 건물에 강제로 수용해놓고 무장한 군인들에게 감시할 것을 명령하며 탈출하려는 자는 사살해도 좋다고 말한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 제대로 씻지 못하는 사람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보여준다. 어느새 서로를 믿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변해간다. 수용소 내부에서는 눈먼 자들 사이에 식량 략탈, 성폭행 등 온갖 범죄가 만연한다. 화재가 발생해 불길에 휩싸인 수용소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수용소 밖으로 탈출한 사람들은 수용소 밖 역시 썩은 시체와 쓰레기로 가득차있음을 알게 된다.

이 악몽의 유일한 목격자는 수용소로 가야 하는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눈이 먼 것처럼 위장했던 의사의 안해이다. 그녀는 황량한 도시로 탈출하기까지 자신과 함께 수용소에 맨 처음 들어갔던 눈먼 사람들을 인도한다.

남편, 맨처음 눈먼 남자와 그의 안해, 검은 안대를 한 로인, 검은 색안경을 쓴 녀자, 엄마 없는 소년 등 이름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이 눈먼 사람들의 무리를 안내하고 보호한다. 그녀는 폭력이 란무하고 리기주의가 만연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를 책임감으로 받아들이며 희생과 헌신을 한다. 눈먼 사람들이 서로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며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닫게 되였을 때 그들은 드디여 눈을 뜨게 된다.

의사의 안해는 이 작품의 ‘령혼’ 인물이다. 인류문명이 실명으로 소실된 맹인의 세계에서 의사 안해의 두 눈은 어둠 속 홰불처럼 시력을 되찾는 미래가 결국 올 것이라고 믿게 해준다. 동시에 그녀의 눈은 모두가 공유하는 눈이 되였고 시종 인간성의 빛을 발했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 소설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확실하지 않으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또한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눈이 멀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작품 속의 인간들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조차 잃어버린 장님들인 것이다.

수용소에 강제 격리되여 각자의 리익을 챙기는 눈먼 사람들, 이들에게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는 군인들의 폭력, 전염을 막기 위해 수용조치를 내린 랭소적인 정치인, 범죄집단을 방불케 하는 폭도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우화 같기도 하지만 현실로 직행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질서의 붕괴와 도덕적 상실,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인간성은 예전과 다름없는 추악함을 보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아름다움도 뒤섞여있다.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는 인물들은 함께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며 도와가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라마구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리유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이 세상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상황, 이 소설은 인간 본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는 사라마구의 문학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눈이 멀어버린 도시 속에서 생존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로정을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둠으로 표현해낸 독특하면서 강한 울림을 주는, 전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적 베스트셀러 소설책으로 추천한다. 눈먼 자들의 공포와 보이는 자의 심리를 잘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사라마구의 작품은 독자들을 몹시 긴장시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소설 속에 쓰이는 문장부호는 마침표와 쉼표 뿐, 직접 간접적 화법조차 구분하지 않는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의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력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탁월한 서술과 심리묘사… 흥미진진하여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들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들로 탈바꿈시키는 강렬하지만 고요한 변화의 힘이 깃들어있다 ”…

감정이 풍부하고 줄거리가 통쾌한 이 작품은 저자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며 사라마구는 1998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마르케스의 《백년고독》과 비견되며 이 작품은 인류문명의 서사시로 불리기도 했으며 노벨아카데미 ‘모든 시대의 최우수 문학작품 100편’에 선정,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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