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인간》은 노벨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존 스타인벡의 작품이다. 두 뜨내기 일군의 꿈과 우정을 그린, 길지 않지만 짙은 여운을 남기는 중편소설이다.
소설은 죠지와 레니의 오랜 우정과 자신들의 땅을 사서 일구려는 그들의 소박한 꿈이 경제 대공황의 현실 속에서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떠돌이 일군들의 외로움과 비애, 운명 앞에서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이처럼 순수하지만 어수룩한 거구의 레니, 작고 다부진 죠지. 성격도 외모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늘 함께 붙어다닌다. 담요 꾸러미를 짊어지고 일거리를 찾아 캘리포니아의 농장들을 전전하는 두 사람은 남의 땅에서 일하고 푼돈을 받는 신세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땅을 사서 일구고 가축을 키우려는 꿈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오랜 우정과 아름다운 꿈을 나누었던 두 친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약자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작가는 간결한 대화와 극적인 장면 구성으로 두 친구가 겪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런 정신 나간 친구랑 자네처럼 령리하고 작은 친구가 함께 돌아다닌다니 재미있지 뭔가.”
대부분의 일군들이 혼자서 떠도는 반면, 성격과 외모가 정반대인 주인공 레니와 죠지는 늘 함께 다닌다. 힘이 장사이고 거구인 레니는 순수하지만 어수룩해서 늘 말썽을 일으킨다. 한편 작고 기민한 죠지는 그런 레니를 타박하면서도 살뜰히 보살핀다. 독자는 죠지가 레니만 없으면 얼마나 편할가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 일자리를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며 레니와 함께 다니는 리유에 대해 궁금증을 품게 된다. 죠지가 마부 슬림에게 털어놓은 이야기에 따르면, 친한 사람과 함께 다니는 게 더 좋으며, 사람이 너무 오래 혼자 다니면 ‘아무 재미도 없이’ 지내게 되고 결국 ‘속이 꼬여서’ 남을 공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죠지는 레니와 함께 다니는 데 ‘익숙해졌다’. 이렇듯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인 죠지도 레니에게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농장의 여느 고립된 등장인물들과 대조를 이루던 이들의 순수한 우정은 애석하게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일 수밖에 없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비록 해칠 마음은 없었다 해도 레니의 커다란 손아귀에서 작은 짐승들이 죽어나가듯, 결국 레니도 죠지의 손에 죽고 만다. 오랜 우정과 아름다운 꿈을 나누었던 두 친구는 결국 살아남기 위해 약자를 짓밟고 일어서야 하는 거대한 먹이사슬의 일부로 포섭되고 만다. 비록 죠지의 선택이 레니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우정에서 비롯된 것이였다 해도 말이다.
죠지와 레니를 비롯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제각각 외로움에 허덕이는 소외된 사람들이다. 일을 하다 한쪽 팔을 잃은 늙은 일군 캔디는 병든 개를 벗 삼아 지내는데 동료 일군들은 냄새가 지독하다며 그 개마저 안락사를 시켜버린다. 농장의 유일한 ‘검둥이’이며 곱사등인 마구간지기 크룩스는 백인 일군들의 숙소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그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지만 실은 외로움에 쩔쩔 맨다.
또한 농장주 아들인 컬리의 ‘헤픈’ 안해는 실은 남자들 뿐인 농장에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외로운 젊은 녀자일 뿐이다. 농장의 일군들은 하나같이 자기만의 작은 땅덩이를 꿈꾸며 컬리의 안해는 영화배우를 꿈꾼다. 이들의 ‘꿈’은 일견 개인들의 노력과 헌신, 혹은 행운을 통해 이뤄질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함께 쩐을 모아 작은 집과 삼천평짜리 땅과 소 한마리와 돼지 몇마리를 갖게 될 거야…”
저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부드러운 온기를 나누고 싶은 바람, 친구와 함께 일하고 즐기며 살고픈 소박한 바람이 허황된 꿈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묵묵히 고발하며 그 어떤 탈출구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죠지와 레니가 마지막까지 돌림노래처럼 함께 되뇌던 희망의 구절은 독자의 귀전을 맴돌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이야기의 시간을 목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4일간으로 한정하고 또 장소를 설리너스 강가와 농장으로 한정한 채 설명적 진술을 배제하고 정경묘사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외면묘사로만 일관한다. 하지만 얼핏 단순 담백해보이는 그 행간에서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상반되는 죠지와 레니라는 두 인물의 우정과 애환, 락원에 대한 희망과 좌절 같은 감정이 저절로 배여나와 어느새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결말에서 사소하고 평범한 죠지의 동작과 대사에서 그의 서글픈 심정이 절절하게 배여나와 심금을 울린다.
작품의 문체적 특징을 꼽는다면 연극적인 특성과 간결함이다. 연극의 대사처럼 군더더기 없이 응축된 대화문은 각 인물의 성격을 탁월하게 드러냄은 물론 사건의 단서와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들이 각기 경험하는 소외와 그들이 지닌 한계는 그들 자신의 입을 통해 선명히 제시되며 화자는 일련의 사건을 담담한 문체로 좇아간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믿을 수 없이 참혹한 결말을 마주하고도 그 책임을 특정한 한 인물에게 돌릴 수 없게 된다. 리유가 무엇이 되였든 일은 이렇게 끝나버렸다는 현실의 무게감만이 독자를 짓누른다.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고도 련민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평단의 찬사는 물론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스타인벡을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렬에 올려놓았다. 한편 간결한 대화와 극적인 장면 구성에 힘입어 수백회 이상 연극무대에 올랐으며 세차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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