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라면□ 송향옥

2025-02-14 08:19:57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가진다. 산과 바다와 하늘과 만나고 나무와 꽃과 풀과 사람과 만난다… 그 가운데서 너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만남이였다. 우리 만남은 내 삶을 비옥하게 살찌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나에게 무한한 기쁨과 즐거움을 가져다주었으며 꽁꽁 닫겼던 내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주었다.

지금도 나는 너와의 만남을 잊을 수 없다.

나의 남편은 한가족의 세대주란 무거운 중임을 떼메고 하나밖에 없는 딸애에게 더 좋은 생활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외지에서 근무한 지 23년이 되였다. 남편이 곁에 없는 내 생활은 아무런 색채도 없었고  생기와 활력을 잃었다.

낮에는 그래도 밖에 나가 산책도 하고 잡안의 자질구레한 일에 시간을 보내면서 지냈지만 밤이면 고독과 외로움이 밀물처럼 몰려와 도저히 잠들 수가 없는 외로운 나날이 매일매일 이어졌다.

그날도 딸애를 학교에 보내고 적적함을 달래려고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분위기는 무척 정숙하였고 책꽂이에는 많은 책들이 진렬되여있었다. 세계명작, 소설, 수필집 등 다종다양한 문체의 책들이 눈이 호강할 지경으로 많았다. 어떤 책을 읽을가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책을 진렬한 사이를 돌아보고 있는데 《회한》이란 수필집이 눈에 띄였다. 연변의 소설가 류원무 선생님의 수필집이였다. 나는 그 책을 뽑아들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하였다. 책장이 넘어가면서 나는 책 속에 빠져들었다. 한편한편의 글들은 자석처럼 내 마음을 끌어당겼고 구구절절은 봄날의 따사로운 해살처럼 내 마음에 살며시 스며들어 나를 감동시켰다. 특히 <남자의 집>이란 수필은 너무도 인상적이였다.

“평생을 두고 집을 찾는 남자, 남자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작가는 남자의 집은 녀자라 할가? 한편 녀자의 집은 엄마 자신이다.”라고 답한다. 아, 얼마나 오묘하고 철리성이 풍부한 말인가! 그때 알았다. 독자들에게 그 어떤 깨우침을 주는 수필은 가장 아름다운 문체라는 것을. 그 순간 나도 감히 수필을 써보고 싶었다… 이렇게 너와 나의 첫 만남은 시작되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너와 끈끈한 인연을 맺었고 내 삶은 너와 함께 하게 되였다.

너와 만나면서 내 생할은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너와의 만남이 길어지면서 너는 한줄기의 빛이 되여 나의 메마른 생활에 단비를 뿌려주었고 삶에서 오는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주었으며 나의  슬픔을 가셔주는 활력소가 되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글 한편 써서 잡지에 투고해보면 안될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불쑥 들면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문학소양을 쌓기 위해 제10기와 제11기 두기에 걸쳐 연변작가협회 민족문학강습반에도 다녔다. 그리고 목마른 사람이 물 마시듯 닥치는 대로 문학잡지를 걸탐스레 읽고 또 읽었다. 너와 만나면서 내 사유는 무르익어갔다.

잠이 오지 않는 고요한 밤이면 나는 너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면 반짝이는 밤하늘의 뭇별들도 창문 너머로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타닥타닥 고즈넉한 방에서 들려오는 타자소리가 귀맛좋게 들리면서 행복이, 즐거움이 그윽한 장미빛향기가 되여 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너와 마주앉아 소근소근 속삭이다 보면 할 말이 너무도 많은데 정작 너와의 대화를 글로 옮기자면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늘 망설이게 된다. 생각했던 글이 마음처럼 잘 써지지 않기 때문이였다. 겨우 제목을 써놓고는 다음은 서두를 어떻게 뗄지 몰라 컴퓨터 앞에 그대로 앉아 하얗게 밤을 새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래도 너와 이미 인연을 맺은 이상 물러설 수 없었고 너와 함께라면 그 어떠한 역경이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노력은 매일매일 이어졌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고 내 생애 첫 작품 <녀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란 수기가 이 세상에 고고성을 울렸다. 드디여 빛을 본 내 이름 석자가 활자로 찍혀 나왔다. 내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아, 그때의 그 기쁨이란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있을가? 나는 인쇄향기가 풍기는 잡지를 가슴에 꼭 그러안고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하였다. 너와 한생을 함께 하리라고.

허나 너와의 만남이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회의에 빠졌다. 필이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는데 수기 한편을 쓰려고 해도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나도 수도물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좔좔 흘러나오듯이 거침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막힘없이 수필을 써내려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하지만 이 세상에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을가? 밥도 첫술에 배불릴 수 없다고 꾸준한 노력을 들인다면 나도 글을 잘 쓸 수 있겠지? 그러자면 너와 열심히 만나야지. 아직은 문학의 길에 갓 발을 들여놓은 이름 없는 들풀에 불과하지만 나만의 감수성으로 글을 써간다면 나도 빛을 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내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홀로 캄캄한 밤길을 걸어가는 누군가에게 등대가 되여 길을 밝게 비춰준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그래서일가? 너와 함께 할 때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말 못할 포만감에 마음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아니 너와 함께 할 때면 나는 나만의 존재와 나만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도 너와 만나지 못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 같고 마음이 허전하여 내 생활은 의미를 잃는 것 같아 너를 떠나선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너와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모든 잡념과 근심걱정은 가뭇없이 사라졌고 고독과 외로움도 나를 비껴갔다. 10여년간 꾸준히 글쓰기를 견지하고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내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걸작은 아니지만  20여편의 글을 발표하게 되였고 어쩌다 운이 좋게도 자그마한 상도 받게 되였다.  어쩌면 기나긴 인생길에서 남편과 갈라져 외롭게 살면서 내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너는 내 삶의 항만이 되여주었고 내 생활이 피페해져갈 때 내 마음에 용기와 힘의 불씨를 지펴주었으며 잔병치레가 많은 나에게 아픔의 고통에서 헤여날 수 있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너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연으로 내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비생산적이여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글쓰기는 내 삶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이며 나를 성숙에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앞으로 인생길에서 세상살이가 순탄하지 않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너와의 만남을 즐겁게 이어가면서 글쓰기를 끝까지 견지할 것이다. 어쩌면 문학으로 가는 길이 나한테는 멀고도 먼길이고 그 길이 험하고 가파로울지라도 나는 한걸음한걸음 앞을 향해 걸어나갈 것이다. 때늦은 시작이란 없기에 문학이란 가시밭길에서 넘어져 살이 찢겨 피가 흐르고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끝까지 견지할 것이다. ‘쇠몽둥이도 갈아야 바늘이 된다’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노력을 경주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명작은 아니더라도 바나나처럼 맛있고 사탕처럼 달콤한 글을 써내는 날이 올 것이며 내 꿈은 이루어져 아름다운 꽃이 활짝 피고 탱글탱글 주렁진 열매를 맺으리라 믿고 싶다.

  앞으로 인생길에서 영원히 너와 함께 한다면 내 인생길에는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아름다운 길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 내 삶을 행복하게 꾸며가리라…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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