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물이나 오물을 배출하는 데 쓰는 장치를 배수구라 하고 인간이 시름 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을 정제하는 기구를 정수기라 부르는데 이 두가지중에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인간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불편해지고 혼란해진다.
그런데 지금 깨끗한 물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어느 때나 구매할 수가 있어서 정수기가 없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아서 참 좋다. 그렇지만 하수구의 경우는 다르다. 가정마다 물을 써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하수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한 잘 통해야 한다.
언젠가 조카네가 출국하면서 그동안 집을 봐달라고 부탁하기에 조카네 집에 가 주숙하면서 집을 지켜준 일이 있었다 .
조카의 성품에 어울리게 집안 꾸밈새거나 갖춰놓은 설비들이 마음에 들어서 편한 마음으로 생활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달도 채 안되는 어느 날 저녁에 식사준비로 쌀을 일고 채소 따위를 손질하고 씻으려 하니 하수구가 막혀서 구정물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였다. 그래서 하수구 어구 거름망에 걸린 음식물찌꺼기 따위를 깨끗하게 제거하기도 하고 솔로 하수구를 아무리 쑤시고 어쩌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어 구정물을 다 퍼내고 어렵게 하수관을 뜯어내여 분해해보니 거기에 달린 려과장치에 오물이 차서 꽉 막혀버린 것이였다.
려과장치는 쉽게 뜯어내서 청소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였다. 려과장치가 없었더라면 차라리 배구관이 막히는 일이 없었을 테니 긁어 부스럼, 뱀에 발을 그려놓은 격이였다. 많은 쌀알과 같은 자잘한 알갱이들에, 채소 부스러기 따위도 적지 않게 걸려있었던 것이다.
복잡하게 려과장치를 도관에 설치해서 성본가를 높이고 게다가 고치기 불편하게 만들어낸 그 제조업자들의 심사가 심히 궁금해졌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 제작자들의 심사가 고약하기 그지없다고 평판할 수밖에 없겠다 .
제조업자들이나 판매자, 장식일군들이 하수구를 기능이 많고 복잡한 것으로 추천해도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하수구는 아주 간단하게 내열성 배수관을 ‘U’자 형으로 구부려 악취를 단절하고 하수관 입구에 이중으로 혹은 삼중으로 체뿌리 같은 것을 설치해서 쉽게 들어내서 털어버릴 수 있도록 하면 아주 완벽한 것으로 되는 것인데 굳이 려과장치 같은 것을 설치해놓았으니 참말로 언어도단이였다.
하수관으로는 구정물이 흘러나가게 하면 되는 것이지 아주 작은 알맹이거나 혹은 미립마저도 걸러낼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
하수구를 정수기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수기는 꼼꼼하게 필터로 잡질을 려과해서 마셔야 하지만 하수구로는 허용범위내의 오물이 흘러나가면 되는 것이다. 만일 이 두가지 용도를 분명하게 가르지 않고 혼돈한다면 정상적인 생활이 오히려 시끄러워지고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하수구처럼 허용범위내에서 감정쓰레기들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해보게 되였다. 아주 미세한 미립마저 모두 걸러내려고 하지 말고 흘려보내야 하는 것은 미련을 두지 말고 흘러가도록 허용해야 하지만 필요할 때에는 정수기처럼 최대한 제거해야 할 것은 철저히 제거하고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수구와 같은 장치거나 정수기와 같은 기구는 그 성능과 용도가 서로 다르지만 사람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단 각자 애초의 취지에 맞는 기능만 단단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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