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아침시장□ 박성우

2025-03-13 16:48:21

새벽 4시가 되니 창밖에서 부르릉 차소리, 왁작지껄 사람들 소리가 들려와 잠에서 깨여났다. 오늘따라 새벽 하늘은 맑은데 땅으로는 옅은 안개가 흐른다. 아침공기는 제법 선선하다. 우리 집 바로 옆에 난 길은 아침마다 장이 열린다. 해마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길은 새벽부터 오전 8시까지 구경거리로 흥성인다. 아침마다 시장을 한바퀴 도는 것은 나의 일상으로 되여버렸다.

여섯시쯤 긴팔옷을 입고 장에 나가니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장이라야 고작 150메터쯤 되는데 대부분 채소와 과일이다. 고추, 가지, 풋배추, 홍당무, 파, 마늘, 감자, 풋옥수수, 왜지, 참외, 포도, 사과 등으로 길 량쪽에 줄지여 펼쳐졌다.

“여보, 왜지를 좀 사게나.”

나의 요구에 집 ‘로반’님이 지갑을 들고 문을 나선다. 나도 제꺽 따라나섰다. 마누라는 도로 들어와 금방 삶은 감자 두알을 쥐고 나간다. 우리 집 ‘로반’은 장사군 대부분과 안면이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봄부터 매일이다싶이 장에 나가니 말이다. 마누라는 곧장 안면 있는 한 남자 장사군한테로 가더니 감자를 내민다.

“드셔보세요. 금방 삶은 거예요.”

“아즈마이 오셨어유. 자 왜지를 맛보세유. 오늘 아침에 금방 뜯은 거예유.”

투박한 손을 가진 장사군이 감자를 받으면서 반겨준다. 마누라는 왜지 하나를 쪼개 맛보며 묻는다.

“오늘 한근에 얼마인가요?”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2원 50전에 가져가시유.”

장사군 남정은 다른 사람이 들을세라 귀속말로 속삭인다. 지금은 과일값도 올라 한근에 3~4원씩 하며 서근에 10원이 푸술하다. 마누라가 열근 사니 그는 웃으며 두 손으로 세움큼이나 더 넣어준다. 투박한 손에서 흘러나오는 인심이다. 채소를 파는 데서도 후한 인심이 풍긴다. 풋배추 두근 사니 한줌 더 넣어준다. 모두가 여유로움 속에서 나오는 배려심이다. 여기서 잠간 아침시장과는 상관 없지만 배려심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리 우정그룹 회원들은 월, 수, 금 점심 때면 끼리끼리 식당에 가 밥 먹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속에서도 특별히 내 마음에 감동을 주는 녀성분이 있는데 그는 한주일 세번씩 점심마다 집에서 농사한 부추며 오이며 무우에다 양념까지 가져와서는 당장에서 랭채를 버무려 내놓는다. 한두번은 몰라도 계속 이렇게 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배려심이라는 애정이 없으면 할 수나 있을가. 말수 적고 얼굴도 예쁘지만 착하고 후더운 마음씨가 더더욱 예쁘다. 그래서 노래교실 갈 적마다 그를 다시 보게 된다.

오늘날 여유로운 삶 속에서 장사군이 제 아비도 속인다는 말과 반대로 토박이 장사군들 속에서는 배려라는 인품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아! 아름다운 우리 고향 우리 조국의 따뜻한 품이여! 그 품 속에서 행복을 누려가는 오늘날, 가슴이 후덥다.

마누라가 오이를 파는 장사군 앞에 가니 크고 작고 꼬부라진 풋오이 한무더기 있다.

“표랑아즈마이, 이 오이 한무지를 5원에 몽땅 가져가세요.”

“정말이세요?”

“정말이잖구요. 집에서 심은 건데요.”

한 대여섯근 푼히 되는 것을 가져다 짠지로 절군단다. 절인 풋오이는 겨울에 진짜 밥반찬으로 일품이다. 마누라는 5원에 2원을 더 보태준다. 마누라 말에 의하면 어느 쌀쌀한 봄에 그한테 따뜻한 시루떡 한덩이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가 너무도 감사해 큰 감자 세개를 주더라는 것이다.

민족은 달라도 오가는 인정은 똑같은 것이렸다. 한 젊은 남자가 파를 가득 싣고 왔는데 선 자리에서 묶음 채로 파릇파릇한 파잎을 잘라내여 줄기만 파는 것이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날이 밝자마자 밭에 나가 파며 감자며 고추며 풋배추 등을 캐다가 장에 나와 판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앞에 있는 칼국수집 로반이 나오더니 잘라낸 파란 파잎을 보고 가져가도 되는가 묻는다.

“네 됩니다. 나야 감사하지요.”라고 하니 그는 몽땅 정리해 묶어간다. 그의 웃음 띤 얼굴에선 ‘오늘 횡재했네’라는 기색이 확연히 내비쳤다. 동네 아침시장 장사군은 대부분이 당지 한족 채농인 듯싶다. 감자며 당근이며 참외에 흙이 붙은 대로이다. 모두들 서시장 채소매대 깔끔한 채소보다 이 투박한 모양새에 더 눈길이 쏠리고 마음이 가는 듯싶다. 그러기에 몇몇 되거리 장사군들 앞에는 사람들이 가지 않아 훵뎅그레하다.

옥수수를 파는 한 한족아주머니 옆에는 매일 시장으로 마실 나오는 우리 아래집 할머니 한분이 서서 옥수수껍질을 벗겨주며 “찰옥수수를 사세요!”라고 소리친다. 그 할머니와 안면 있는 동네분들이 우르르 모여들어 너도나도 옥수수를 산다. 주인은 알이 듬성한 옥수수를 할머니한테 드린다. 참 재미 있는 장면이다. 더듬이 한족말과 우리 말이 뒤섞여 한바탕 잔치를 벌리듯 아침시장은 생기로 춤을 춘다.

오전 8시가 지나면 아침시장도 파하고 흥성하던 길은 조용해진다. 장사군들마다 팔고 남은 것들을 거두면서 주변의 쓰레기도 말끔히 모아서 큰 쓰레기통에 버린다. 뒤이어 환경미화원이 길바닥을 깨끗이 쓸어내면 언제 장마당이였나 싶게 길은 정결하다. 그 어디에도 향토 만큼 정이 가고 후더운 것은 아마도 없지 않나 싶다. 자그마한 동네 아침시장에서도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이 흘러 넘치는 분위기, 채소를 팔고 사고 인심도 오고 가는,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우리 동네 아침 벼룩시장은 참으로 사랑스럽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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