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얼음장 밑에서 졸졸 흥얼대는 개울물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따스한 해볕에 똑똑 녹아떨어지는 락수물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둥지 틀기에 바쁜 아름다운 새들의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는
저 산 너머 잔설을 핥고 불어오는 어린애 숨결 같은 바람의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미풍에 하느작이는 물오른 나무가지들의 사그락거리는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무논에 랑자한 개구리 울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는
마당까지 찾아와 짹짹거리는 참새들의 요란한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꽃향기 찾아 윙윙거리는 벌들의 울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밤을 지새우다가 이른 새벽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는
얼어붙었던 방죽이나 논에서 저절로 쩍쩍 얼음 금가는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안개 감도는 강가에서 유유자적 헤염치는 물오리들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부지런한 농부가 녹이 쓴 농기구들을 가는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누구는
살랑살랑 바람에 새옷 입을 차비를 서두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아지랑이 피여나는 산야로 봄나물 캐러 가는 아가씨들의 웃음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고
누구는
거리를 누비는 녀인들의 치마자락 팔랑이는 소리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오, 봄이 오는 소리여!
사방에서 불어오는
신비하고 장엄한 소리여
아, 봄이 오는 소리여!
향긋하고 훈훈하고
설레이는 봄의 소리여!
빨래줄에 널고 싶다
봄바람이 부는 날에는
방망이로 탕탕 두들긴
얼룩진 하얀 이불 홑청을
빨래줄에 널고 싶다
류달리 볕 좋은 날에는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헹궈낸 옷을
빨래줄에 걸고 싶다
때가 끼고 땀내에 절은
나달나달 해진 속옷도
솥가마에 바글바글 삶아서
빨래줄에 널고 싶다
맑은 바람 밝은 해살 아래서
빨래줄이 춤을 추면
플라스틱 빨래집게로 집힌 빨래들은
서로 옹송거리며 몸 부빈다
살다 보면 가끔은
마음 자락도 얼룩지고
량심이란 소래도 우그러지니
궁상스런 삶도 빨래줄에 널어야 하리
젖은 빨래처럼 무겁고 고단한 삶도
빨래줄에 널어서
후줄근해진 일상도
허공으로 힘차게 펄럭이고 싶다
산은 말이 없다
계절 따라 옷을 바꿔입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찾는 사람이 많아도
언제나 변함이 없다
남자나 녀자나
어린이나 로인이나
평범한 사람이나 급이 높은 사람이나
똑같이 푸근하게 대한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슬쩍슬쩍 쓰레기도 던지고
지어 담배꽁초까지 버려도
품에 삭이고 묵묵히 서있다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
풀 한포기라도
팔 벌려 아끼며 품어준다
온갖 새들이 지저귀여도
수많은 동물들이 울부짖어도
말없이 묵묵히 들어만 주면서
새와 짐승과 사이좋게 지낸다
풍성한 열매 떨어뜨리고
찾아오는 사람들 한결같은 마음으로 반기고
불평 있어도 한마디 말이 없는 산
듬직한 산은 언제나 말이 없다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을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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