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독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음의 ‘요가’와도 같다. 책에는 또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소중한 메시지들이 가득 담겨있다."
◆《경홍》
중국 ‘화가 출신의 소설가’ 범천의 신작 《경홍》은 20세기 40, 50년대 20세도 안되는 몇몇 청년들이 열정을 품고 유럽에 가 예술을 배운 경험을 주제로, 유럽에 거주하는 한 세대 예술가들의 고난스러우면서도 순수한 삶을 묘사하고 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 범국수는 평생 그리워하던 조승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잠시 서로 사랑하다가 다시 갈라지게 된다. 시간의 강물이 흐르듯 국수는 예술의 꿈을 좇는 길에서 외롭게 나아간다. 그 예술을 향한 발걸음은 종래로 멈추지 않았으며 그 가운데 죽음은 조용히 다가온다.
이처럼 소설은 사랑이야기로 시작되였다가 삶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결말을 맺으면서 가난에 대한 예술의 엄숙함과 락관을 보여준다. 동서양 문명이 서로 융합된 장강삼각주에서부터 빠리 옥상의 초라한 화실 그리고 크메르 왕국 석암 우의 신비로운 미소까지. 시대 지각판의 대이동과 크게 재편성된 세계의 모습도 주인공의 경력을 따라 마치 한폭의 웅장한 그림처럼 서서히 우리 앞에 펼쳐진다.
◆《궤도》
한 우주정거장이 매일 지구궤도를 16바퀴 돌면서 매일 16번의 일출과 일몰을 감상하고 매일 부동한 나라의 지리적 풍경을 통과한다. 이것이 바로 2024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영국의 소설가 사만다 하비의 《궤도》가 가져다주는 미적인 충격이다. 6명 우주비행사의 우주 작업을 따라 우리는 시각을 바꾸면서 오랜만에 외로운 행성을 볼 수 있었고 다른 나라에서 온 주인공들의 원래 강렬한 문화적 성격도 유일한 ‘고향’을 함께 마주하면서 서로를 리해하고 융합하게 된다.
이 책은 얇은 소설로, 지어 허구와 비허구의 경계조차 구분할 수 없지만 오늘날 끊임없이 충돌하는 글로벌 현실에 대해 충분히 반성할 수 있다. 결국 작가는 전 인류를 향한 진정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 새로운 우주려행 시대에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
◆《경청》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악인, 용서받지 못한 가해자, 어쩌면 가혹한 루명을 뒤집어쓴 피해자, 역경에 굴복한 패배자, 시련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린 얼간이… 지금 그녀는 어떤 사람일가? 끝난 듯한 이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가?
한국의 작가 김혜진의 장편소설 《경청》은 그동안 저자의 소설이 천착해왔던 주제, 즉 타인을 향한 리해의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맥을 같이 하지만 기존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시선을 제공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당한 뒤 인생이 멈춰버린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빠르게 판단하는 것에 익숙해진 세상을 상대로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침묵의 순간을 쌓는다. 인물이 변해가는 사이, 세상을 판단하는 우리의 속도에도 변화가 시작된다. 경청의 시간이 온다.
◆《각별한 생활법》
요시이 시노부는 근년에 중국어 세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중국어로 글을 쓰는 일본의 녀작가이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개인의 생존상태를 그린 저자의 여러 작품이 중국에서 출간된 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자의 신작인 《각별한 생활법》은 그가 몇년간 도꾜에서 장기 거주하면서 7년의 시간을 들여 중고서점 주인, 개그맨, 독립 사진작가, 문신 장인 등 주류 질서 밖에서 일상의 틀을 벗어난 ‘생활법’에 기반한 인물들을 탐방한 기록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인생 선택과 생활 경로는 보편적인 의미와 참고 가치를 지니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규범과 세속 밖에서 살아갈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회색 꿀벌》
우크라이나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의 소설 《회색 꿀벌》에서 주인공 세르게이 이치는 벌통을 들고 전쟁지역을 탈출하여 크림반도에서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하지만 여전히 전쟁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이번 려정은 살 곳을 찾아 헤매는 자들의 곤경과 사람들이 ‘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치는 한때 철천지 원쑤였던 파슈카와 강제로 공존하게 되였다. 두 사람은 전기와 식량이 부족한 환경에서 서로 의존하게 되였고 지어 꿀 보드카를 나누어 마시면서 동시에 블랙 유머식 생존 상태를 형성하기도 했다.
한 평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설은 우화와 서사시의 요소를 융합해 개인의 운명에 대한 미시적 서사일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회 현실에 대한 거시적 반영이기도 하다. 작가는 풍자와 초현실주의 기법 그리고 간결하고 명쾌한 서술로 현대인의 곤혹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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