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갈이(외 5수)□ 리영해

2025-05-23 07:10:36

봄의 편지를 나르는 종달새 목청이

흙의 귀를 간질일 때

구름 발자국에 가린 소가

한겨울 잠든 대지의 허리띠를

뚜뚝 뚝뚝, 시간의 망치로 두드리네


심심함에 주저앉았던 보습이

철줄 기지개를 펴며 내뱉는

“어! 푸르른 숨소리!”

긴 꿈을 삼킨 땅이 토해내는

따스함은 푸른 빛갈의 발효주라네.


— 대지의 눈까풀이 떠지며

소의 발자국은 북소리

보습은 강물의 리듬

어우러져 봄의 교향곡을 빚어내고

흙 속에 묻힌 별들이

해살의 숟가락에 저며져

싹트는 은하수로 흐르리라



고향 락조


붉은 수탉이 하늘을 그을릴 때

강물 우에 발자국 수놓는 노을

흐르는 유리잔 속에 담긴

해님의 황금빛 편지


서쪽 하늘에 차려진 향연

달빛이 술잔을 기울이면

은빛 숨결이 머리결을 쓰다듬고

동네 나무들 례를 갖춘 손님


별들의 눈까풀 아래

고향은 밤을 달래는 자장가

고요한 물결은 모래시계의 심장

새벽을 삼키는 파도소리


석양이 남긴 잠든 불꽃

이 순간은 바람에 실린 편지

아스라한 기억의 그물로

네 숨결을 병 속에 담아



머물고 싶은 곳


내 고향 마을 앞, 언덕배기 같은

보라빛 향기

청바지 차림으로

계절마다 마음을 두드려주고

마음이 허기질 때

사랑과 포용이 넘쳐흐르는 그곳

난 그곳에 머물고 싶네


그곳에 가면

푸른 숲, 맑은 시내물 소리에

경운기 소리가 들려오며

풍성한 논밭을 채우고

밀짚모자 땀내음,

얼룩진 티셔츠 흙냄새

노을빛에 물드는 저녁

하루의 꿈을 펼치는 그곳

난 그곳에 머물고 싶네


그곳에 가면

마을 골목에서 멍멍이가

낯선 이방인에게 짖어도

어머니 품속 같은 마을

진달래 아지랑이

여기저기 불타는 그곳

난 그곳에 머물고 싶네



네가 없을 땐


네가 없는 낮에는

꽃잎 우 이슬이 네 눈물로 맺히고

해살에 부서지는 향기

그 끝에 네 웃음소리 맴돌아

꽃밭이 온통 네 숨결에 젖어드네


구름 한점 뜨는 하늘

흰 솜뭉치가 네 옷자락 흉내 내다

바람에 실려 온

푸른빛 파문이 내 어깨를 스쳐가네

온 세상이 네게로 흐르는 강물이 되여


네가 없는 밤에는

파도소리로 밀려오는 달빛 사이로

아픔이 조개껍데기 되여

모래알 삼켜 진주를 키우네

그리움의 조수간만에

모든 상처가 투명한 보석으로 빚어지더라


별이 깃든 어둠 속

홀로 남은 발자국소리

등 뒤 그림자 길게 늘어져

네가 내 귀가에 부는 바람이 되여

차거운 공기를 가르니

빈 손가락에 네 온기가 맴도는 밤



석양의 그림자


멀리, 하늘이 붉은 술에 취해

산은 노을의 망또를 걸치고 서있네.

바람이 전하는 저녁의 속삭임이

고요를 마음의 호수에 적시네


빛 한줄기, 물결에 그림을 그리면

시간은 강이 되여 모래로 스며들고

하늘 가슴에 별꽃이 피여오르며

꿈을 엮는 그물이 평화를 덮네


석양에 취한 마음은 흩날리는 락서

세상은 노을 물감에 잠긴 화폭이 되고

오늘의 문을 닫아 숨은 달빛 아래

밤이 내리는 고요의 률동을 기다리네



겨울사랑


얼음 화살로 묶인 세상이

활시위의 떨림처럼

승려의 호흡으로 잠들고


서리발 핀 백합이 아침을 삼키자

너의 풀어진 머리칼, 은하수가 되여

지구 맥박을 치는 네 미소

간헐천이 되여 솟아오르네


해질녘 도시는 가라앉은 난파선

그 안에서 군고구마 향기는 재불이 되여

술 취한 바다새들 흔들리며

눈보라 속 노래를 묻어가고


밤길에 네 손은 모닥불이 되여

종소리는 잠 못 드는 별의 자장가

흩날리는 우리의 말 못한 사랑

철새떼 되여 국경을 넘나드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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