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박 경

2025-06-06 08:57:46

요즘 들어 자주 화가 난다. 사소한 짜증에서 시작해 화는 온몸을 불태운다. 그 불은 옆사람에게 옮겨가고 같이 타들어간다. 그리고 주변에서 오는 모든 자극은 가솔린처럼 불길을 더 거세게 한다. 나중에 재만 남을 줄 알지만 걷잡을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걷잡지 않는다고 해야 할가?

화가 좋아서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나는 화를 내는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화를 내겠습니다.”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매운 고추나 격한 운동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아니다. 변태나 마조히즘처럼 ‘고통에서 오는 쾌락’ 같은 즐거움도 없는 것이 바로 ‘화’이다.

화는 폭력을 수반하고 또 파괴적이다. 파괴, 그것이 화의 주 목적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모든 것은 망가진다. 거칠은 분노는 원망과 욕설과 주먹질로 변해 아무렇게나 날아간다. 화를 외부로 배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래서 화병이 난다. 외부를 파괴하지 못하니까 자신을 파괴하는 병이 바로 화병인 것이다.

이렇듯 폭력의 원인이 되는 화, 남을 파괴하고 나를 파괴하고 서로의 관계를 파괴한다. 세월을 살면서 쌓아올린 수많은 공든 탑이 화와 함께 산산조각이 난다. 그래서 화가 많은 사람은 소중한 것들이 무너진 페허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후회를 한다.

간혹 화를 내면 기분이 풀린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화 때문이 아니다. 당신이 내뿜는 화에 질린 타인 혹은 세상이 당신의 못난 비위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임자를 제대로 못 만나서 당신의 응석 어린 화를 주변에서 감싸주는 것이다. 세상이 그나마 당신에게 관대한 것. 그 정도일 뿐이고 그저 감사해야 하는 일일 뿐이다.

화는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화는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분노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 망가뜨려버리겠어! 이게 화의 본질이다. 그래서 끝이 두렵지 않게 된다. 두렵지 않은 것만큼 눈에 보이는 것도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에 화를 마구 질러대는 것이다.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반려견과 중요한 장소와 공간에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그것들 역시 당신처럼 취약하고 쉽게 깨져버리는 존재들이다. 당신이 내뿜는 뜨거운 감정의 찌꺼기들을 언제까지 받아줄 수는 없다. 모든 것이 끝나버리길 바라지 않는다면 화를 멈춰야 한다. 못된 화마의 노예가 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의 주인이 되여야 한다.

그럼 화가 날 때 참을 수 있을가? 이 세상은 온갖 여의치 않은 일들로 가득차있다. 화는 그런 맘에 안 드는 존재나 사건들과 마주하면서 부시돌에 성냥을 긋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화를 내가 제때에 막을 수 있을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화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소방훈련처럼 일상적인 점검과 마음훈련이 필요하다.

자나 깨나 불조심, 불은 불씨에서 일어난다. 그런 불씨를 내면에 많이 지니고 있을수록 화가 많다. 화의 불씨는 일상 속의 작은 불만과 불행과 조급함이 응축되여 발생한다. 그래서 항상 지켜봐야 한다. 자신에게는 어떤 불씨가 숨겨져있는지를. 부지런히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

자꾸 트집을 잡는 직장동료에 대해, 례의 없는 이웃에 대해, 끝없이 잔소리하는 애인에 대해,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고양이에 대해, 컴퓨터 후면의 엉켜서 끊어질 것 같은 케블 다발에 대해, 매 번 잘 꽂히지 않는 USB에 대해.

그냥 싫다는 감정만 가지고 참아갈수록 화가 폭발할 위험은 커진다. 싫다는 느낌은 마음속에서 반복되고 반복되며 증폭되여 결국 화가 된다. 어떡할 수가 없다는 식의 무기력함이 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화의 원인을 알고 리해하고 왜 싫은지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자신만의 해결법과 견해를 만들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게 잘 정리된 감정들을 마음속 서랍에 넣어두자. 자신만의 화병 방지 매뉴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화를 유발하는 상황이 더 이상은 긴급상황이 아니게 된다. 대응 가능한 일반 상황이 된다. 그렇게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들의 본질을 알아가고 인정할수록 같이 공존하는 법을 알게 된다.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의미로 존재하고 있다. 그 존재가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파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슴깊이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화는 나지 않는다. 망가뜨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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