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고향마을 서쪽의 칼산 중턱에서 전투놀음을 놀다가 그만 햇비를 맞게 되였어요. 서쪽하늘에는 해가 두둥실 떠있었지만요. 동쪽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덮쳐오더니 불시에 호두알 만큼한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웬 일일가요?
한참 내리던 햇비가 멎더니 동녘하늘에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정말 멋지게 걸렸어요. 신선화백이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칠색무지개는 북쪽 뿌리를 고향의 태평강에 박고 남쪽 뿌리를 저 멀리 남쪽벌에서 동으로 흐르는 부르하통하에 박고 반공중에 반달처럼 걸려있었어요. 그때 어린 나는 처음 그렇게 아름다운 칠색무지개를 가까이에서 보았어요.
“야-호- 멋있다!”
“야- 아름답다!”
우리 어린애들은 비를 맞을 위험도 무릅쓰고 산비탈에 서서 환성을 질렀어요.
그런데 저게 뭔가요?
글쎄 칠색무지개가 우리 쪽에서 점점 동쪽으로 움직여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칠색무지개 달아나면 보지 못하겠다.”
어느 앤가 근심하자 나는 애들에게 고함쳤어요.
“우리 저 무지개를 쫓아가면서 보자!”
애들은 이구동성으로 고함쳤어요.
“옳다! 무지개를 쫓아가보자!”
우리 어린이들은 무지개를 하나라도 가까이 가 보려고 고함치며 산기슭 아래로 달려 내려가면서 무지개를 쫓기 시작하였어요. 달리다가 진흙탕에 넘어지면 일어나 계속 쫓아갔어요.
그러나 아무리 무지개를 쫓아가도 무지개가 점점 멀리 달아나 지척에 두고서도 붙잡을 수 없었어요. 그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졸지에 신기루처럼 푸르른 하늘로 사라져서야 모두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에 물러앉아 어린 가슴을 할딱거렸어요.
개구쟁이시절에는 어찌하여 모든 것이 그렇게도 신비했는지 몰라요.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무지개를 쫓던 꿈도 많던 개구쟁이시절이 그리워요. 차개돌로 고향의 칼산도 차 넘어뜨리고 딱지로 초가집도 날려보내려던 우둔한 도깨비시절이 그리워요. 무지개도 쫓고 달도 쫓아가던 모험정신이 그리워요.
그래요. 나는 어린시절에 수레바퀴테를 굴렁쇠로 삼아 굴렸고 태양도 굴려보고 달도 굴려보고 싶었어요. 나는 마른 해바라기대로 달을 찔러 떨어뜨려보려고 마구 밤하늘에 대고 구리바라 같은 달을 푹푹 찔렀어요. 키가 모자란다고 돼지우리에 올라가 해바라기대로 밤하늘의 달에 대고 날창질을 쏙쏙 해댔어요. 그러나 보름달은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어요.
어린시절에 봄바람이 세찬 하늘에 연을 띄우면서 연에 매달려 하늘을 훨훨 날아예는 노란 꿈도 꾸었고 풍선에 동동 매달려 고향의 칼산에도 날아오를 푸른 꿈도 꾸었댔어요. 참말 생각해보면 되지도 않을 우습고도 허황한 꿈이였지요.
공상과 모험을 실은 꿈이 있는 개구쟁이시절은 참말 멋졌어요. 모험적인 꿈이 있고 시도하는 것이 있는 어린이는 그만큼 장차 이루는 것도 많게 되지요.
어린 친구들이여, 허황한 꿈일지라도 꿈마저 없는 애는 불행한 아이, 미래 없는 어린이죠. 달도 쫓고 무지개도 쫓고 드론을 타고 하늘로, 우주로 날아오르는 꿈도 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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