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없다”…은빛 연주자들의 아름다운 울림

2025-08-21 16:15:55

"창단 이래 이 '은발의 문화예술 기마병'들은 공장, 군부대, 가두, 마을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 "


올여름, 연변로동자문화궁에는 특별한 감동의 물결이 출렁였다. 바로 ‘위대한 항전정신을 이어가고 중화민족공동체의식을 굳건히 다지자’를 주제로 펼쳐진 ‘연변항전 창작곡’ 민족악기 음악회 때문이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민족악기가 빚어내는 웅장하고 격정적인 선률이 홀을 가득 채웠고 관람석에서는 끊임없이 우렁찬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민악단의 무대는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공연이 절정에 달할 무렵, 이 열정적인 무대를 이끌고 있는 연주자들이 다름 아닌 평균년령 65세의 ‘은발’ 연주자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람석은 순식간에 감동으로 물들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에서 관람객들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깊은 울림을 느꼈다.

사실 이 ‘은발’ 연주자들에게 이번 무대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들에게는 은퇴 후 삶의 가치를 되찾아준 소중한 기회였다.

민악단 단장인 류다빈은 “2016년에 민족악기를 사랑하는 몇몇이 모여 민악단을 꾸렸고 그때부터 공연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원의 수가 늘어났고 2019년에 연변로간부대학민악단으로 정식 등록하며 하나의 정규적인 단체로 거듭났습니다.”고 말했다.

67세인 림철영은 이곳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예술무대를 찾았다고 감개무량해서 말했다. 어릴적부터 피리 등 전통민족악기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그는 악기를 독학하며 스스로 음악의 길을 개척했다. 하지만 민악단에 들어온 후 그의 음악생활은 완전히 바뀌였다.

“과거에는 혼자서 고군분투했지만 지금은 전혀 다릅니다. 악기마다 역할이 나뉘여있고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 과정이 저를 더욱 음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울리는 악단이다 보니 평소 소통에는 서툴지만 악기연주 할 때만은 척척 호흡이 맞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전문적인 수준을 요구하는 민악단의 엄격함은 오히려 그에게 좌절이 아닌 새로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적 경지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은퇴 후에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자 마음이 텅 빈 것 같다고들 합니다. 저도 례외는 아니였습니다.”

60세의 비파 연주자 륙경평은 퇴직 후 공허해진 일상을 채우기 위해 비파를 배우기 시작했다. 민악단에 들어온 후에는 전문 강사의 지도와 단원들의 따뜻한 교류 덕분에 비파 실력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훈춘에서의 첫 공연을 떠올렸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얼마나 긴장했던지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습니다. 하지만 연주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던 그 순간의 성취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단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자부심은 바로 ‘나이 들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보람이다. 창단 이래 이 ‘은발의 문화예술 기마병’들은 공장, 군부대, 가두, 마을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나의 조국>, <아리랑> 등 100여곡의 고전 명곡을 능숙하게 연주할 뿐만 아니라 <수분의 봄> 같은 창작곡도 선보이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희망을 담은 공연을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했고 이들의 공연은 가는 곳마다 뜨거운 환호와 찬사를 받았다.

림철영은 감회에 젖어 “남은 힘을 다해 음악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이런 즐거움과 만족감은 집에만 있어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음악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에 기여하고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신연희 기자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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