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기억 (외 1수) □ 리화

2026-01-16 09:12:20

한그루 억새가

바람에 몸을 흔들면

그건 흙내음 스민

어머니의 속삭임


구부러진 등에

수많은 계절을 지고

흰 머리카락 날리는

어머니의 뒤모습 같아


억새 줄기 만지던

어머니의 손길에

“앞날엔 풍요로워라”

살며시 속삭이셨네


그 주름 고이 스민

비물과 이슬처럼

땀방울 맺힌 자리

삶의 이야기 새겨졌네


해살에 말린

억새 이삭마다

어머니의 지난날

추억으로 영글었네


하늘과 땅 사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그녀가 꿈꾸던

푸른 래일 피워내고


고개 숙인 모습

세월이 스며들어

흰빛으로 피여나는

사랑의 결실 되였네



해살에 걸린 그리움의 무게


마당 구석, 낡은 구두의 풀린 끈 하나

바람에 한번 흔들리면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스민다

아버지의 지팽이가 기대던 자리에

아직도 그의 체온이 스며들어

찬바람을 잠시 막아주네


해질녘 담벼락에 드리운 두 그림자

아버지의 그늘이 내 그늘에 배여들어

빈틈을 메우기보다

서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자라나네

식어버린 차 한잔이라도

손맵시에 배인 온기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네


우물가 돌벽에 마른 비물자국

그 앞에 서면

눈섭에 서린 이슬이

아버지의 눈빛으로 번지더니

결국 한 방울이 되여

내 뺨에 내리네

이제야 알겠어─

나는 아버지를 닮아가는 게 아니라

  그가 남긴 자리를 채워가는 것임을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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