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듯 오는 듯
오는 듯 가는 듯
바로 앞에 네가 보여
헐금씨금 쫓아갔으나
넌 그 어디에도 없었다
헌데 웬일인가
정신없이 쫓아다닐 땐 보이지 않더니
돌아서 외면하면 슬금슬금 다가온다
아침 잠자리에서 눈떴을 때
설겆이 하다가
길 가다가
뻐스 안에서
등에 시를 업고
불꽃처럼 튀여나오는 너
마주 향해 달려가 덥썩 손잡으며
기쁨에 겨워 소리친다
한놈 잡았다
령감 2
누군가 넌 내 안에 있다 해서
온몸 뒤지며 찾아보았다
호주머니도 뒤져보기도 하고
위
간
페
심장문까지 열어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없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데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
홱 머리 돌려 보니 신기루인가
불쑥 솟아난 푸른 싹 하나
배시시 나를 부르며 웃고 있었다
와 로또 당첨이다
달려가 꽉 붙잡으며
또다시 기쁨에 겨워 소리친다
와
또 한놈 잡았다
령감 3
언제나 술래가 되여
털끝 하나 보일세라
꽁꽁 숨어버린 널 찾아다녔다
너한테로 가는 길은
때로는 끊기였다가 때로는 열리고
때로는 보이는 듯하다가
금방 다시 사라져버렸다
한시도 쉴세라 땀 벌벌 흘리며
널 찾아다니던 어느 날
문득 커다란 홰불 높이 들고
스르륵 문 열며 소리 없이 들어서는 너
게으른 자는 멀리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너
너를 만나고 온 날은 빛을 만나고 온 날
또 숨어있는 나를 만나는 날
오늘도 계속되는 너와 나의 술래잡기
령감 4
진달래시 한수 쓰고 싶었으나
머리가 하얗게 비여 쓸 수가 없었다
네가 있어야 쓰겠는데
너와 함께 할 때만이 시가 오는데
어디로 도망가고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거냐
번마다 허탕 치고 돌아온 나
그러던 올 4월의 어느 날
다시 진달래밭에 서서
피 터지게 널 부르며 숨소리 듣노라니
문득 류성처럼 날아와 꼰지는 너
이글거리는 네 눈과 마주치는 찰나
아름다운 시가 되여
사뿐사뿐 걸어오는 진달래
엎어질 듯 달려가 포옹했다
너와 초점 맞출 때
너와 하나로 될 때
세상만물 목소리 들리고
그들 모두가 시가 되거늘
오 령감
금쪽같은 내 생의 동반자여
무릎
키 낮출 줄 모르고
직진의 날개 달고
빛과 함께 달리다
곤두박질한다
닳아 떨어진 연골로 맞바꾸어온
삶의 펴기와 굽히기
각 세운 세월이
긴 손 흔들며
길 비켜준다
삶의 노래 2
무정한 허리가 나를 버리고 떠나갔을 때
내 나이 겨우 스물 둘
꽃다운 청춘은 언녕 도망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세월이 준 지팡이 짚고
잃어버린 허리 찾아 가시덤불 헤치며
허위허위 걸어온 수십년 세월
주절주절 털어놓는 나의 삶 주어보면
억울했던 지난 세월 호소하는
허리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
아 허리 가장자리에 피여난
지울 수 없는 눈물꽃
다시 일어나라 눈물로 얼룩진 허리여
아픔 갈아 만든
내 허리에 걸려있는 슬픈 시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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