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젖줄기 받아 문 꽃나무
수유하는 소리 맛갈스럽다
사처에 봄의 눈망울
개구리눈처럼 불거졌다
장미꽃 나무는 파란 눈망울
개나리꽃 나무는 노란 눈망울
진달래꽃 나무는 빨간 눈망울
목련꽃 나무는 하얀 눈망울…
수묵산수 등불을 켠 듯이 환해졌다
해마다 다시 만나는 봄인데
처음인 듯 신기하게 바라보는 고운 눈망울
꽃샘바람에 씻은 고운 눈망울
초롱초롱 빛이 난다
해마다 다시 만나는 네 얼굴인데
마주치는 눈빛에 애간장 녹는다
─내 심장아!
도심에서 봄을 만나다
창밖에서 부서지는 금빛 봄해살
─똑똑똑
유리창을 노크했다
어서 밖으로 나오라고
하늘을 우러러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모든 촉각 곤두세워
모태처럼 안온하고 포근한 봄볕을 향수한다
달콤한 봄냄새가 코털을 간지럽히니
동면으로 웅크렸던 가슴이 스르르 펴졌다
디딤돌 틈새를 비집고 나온
삼둥이 민들레꽃 해님처럼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새봄입니다! 봄인사 건네고
코딱지만한 냉이꽃도
수줍게 웃으며 눈인사하였다
몸속 모든 세포가 잠에서 깨여나
쭉쭉 기지개를 켰다
겨우내 깡깡 마른 내 가슴에서도
새순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었다
봄날의 식탁
봄날의 식탁은
푸른색이다
톡 쏘아올리는 새콤달콤 고추장 달래무침
달큰하고 싱그러운 참기름 냉이무침
쌉싸름 달작지근 상큼한 민들레 파 쌈
3년 체증이 확 풀리는 구수하고 시원한 쑥국
가난했던 위장을 채워주었고
가는 갈비뼈를 굳혀준
동년의 추억 불러오는 식탁
땅의 정기 듬뿍 다져넣고
봄볕 한스푼 솔솔 뿌린
둘도 없는 건강한 맛
너의 하얀 피 내 혈관으로 흘러들어
뜨거운 피줄이 펄떡이였다
봄날의 식탁은
언제나
푸른색이다
문턱 아래에 핀 민들레
굳이 민들레의 고향을 묻지 마오
보따리 푸는 곳이 고향이라오
어디든 푸른 마당 펼치고
깨가 쏟아지게 잘 살아간다오
천생연분 따로 있나
만나서 정이 들면 연분이라오
바람이 맺어준 인연에 감사하며
문턱 아래 틈서리에 보금자리 틀었다오
방이 좀 비좁으면 어떻소
마주보며 살 부비며 사는 게 좋은 거지
흰민들레 남편 흰 이 드러내며 벙긋
노란 민들레 안해 노란 이마 다소곳이 방긋
오손도손 행복한 민들레 부부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문턱 아래서 다소곳이
가게 손님 맞아주고 바래는
정다운 민들레 부부
백목란
3월
봄의 길목에서 다시 만났다
흰 벽 담장 안에 터를 잡고
가지마다 받쳐올린 수많은 목화송이들
선녀들이 속세에 봄마중 왔는가
티끌 없이 깨끗한 백옥 같은 얼굴들
순백의 비단옷 차려입은 우아한 모습
세속에 물들지 않은 고결한 성품
널 마주한 내 심장 두근두근
첫사랑 만난 듯 설레이여라
혼탁한 내 입냄새가
너의 향기 물들일가 봐
감히 다가서지를 못했네
나 한줄기의 봄빛이 되여
너의 고운 뺨 보듬고 싶어라
나 한줄기의 봄바람 되여
너의 허리 꼭 껴안고 싶어라
수양버들
봄바람이 얼레빗으로
살살 빗어
푸르게 염색해주면
생머리 휘날리는 그 멋
최고라고 찰랑거리네
가을바람 챔빗으로
살살 빗어
갈색으로 염색해주면
그 또한 세련된 멋
으뜸이라 하늘거리네
심술궂은 겨울바람
머리카락 한줌 뽑아가도
괜찮다 쓰다듬으며
숱 적은 머리채 찰랑거리네
백년을 살아도
천년을 살아도
생머리만 고집하는
멋쟁이 수양버들 아가씨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