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베리아 □ 김채옥

2026-02-27 08:53:21

나는 오늘도 집안에 들어서기 바쁘게 긴 심호흡을 하며 향긋한 냄새를 페부 깊숙이 빨아들인다. 그러면 싱그러운 꽃내음이 내 코끝을 지나 온몸의 세포마다에 오리오리 퍼지며 나를 환락과 추억의 세계로 끌어간다.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해주는 내음, 달콤한 것 같으면서도 은은한 향기는 온 집안을 꽃향기로 가득 채우고서 피곤에 절어 돌아오는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 상큼한 향기에 축 처져 내렸던 어깨에 힘이 실리고 삼검불처럼 복잡하던 머리도 상쾌함을 되찾는다. 그러면 나는 다시 코노래를 흥얼거리며 번잡했던 하루의 피곤도 잊고 우리 가족을 위한 맛나는 저녁상을 준비한다. 나에게 생명의 활력과 삶의 원천을 주는 진한 향기,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 익숙한 내음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식물이 아닌 친구로서 산세베리아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산세베리아, 푸른 잎사귀에 진귀한 범가죽처럼 어룽어룽한 노랗고 하아얀 줄무늬를 자랑하는 화분, 꺽다리 외모와는 달리 조그마한 꽃은 그 향기가 어찌나 은은한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 있다. 하기에 나는 꽃보다도 그 냄새로 미루어 꽃이 피였음을 짐작한다.

만일 자세히 여겨보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꽃이 피였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하리라. 작고 앙증맞은 꽃은 어찌나 수줍은지 푸른 잎사귀에 가려서 가냘프게 웃고 있지만 처량하다는 느낌보다는 아이 너무도 귀여워… 란 탄성이 절로 나가게 한다.

파르스름한 꽃망울과 조금씩 벌어진 하아얀 꽃잎을 숨기면서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꽃, 화려한 색갈보다는 잎의 보호색으로 자신을 단장한 꽃,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어 오랜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꽃,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에게는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꽃…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 해도 그 진한 향기 만큼은 숨길 수가 없나 보다.

하기에 더 순수하고 귀여운 꽃, 화려한 자신의 외모를 턱 대고 우쭐대는 요염한 꽃들에 비하면 너무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꽃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내세우기보다는 잎의 뒤에서 몰래몰래 향기를 전하는 꽃, 외모보다는 향기가 아름다운 꽃, 꿀벌의 도움 없이도 진한 꿀을 만들어 자신을 충실히 하는 꽃… 수정처럼 대롱대롱 열린 달콤한 꽃망울엔 산세베리아의 고유한 미가 잉태한 것이리라.

죽순처럼 도고한 잎은 잎 대로 대범하여 몇주일이건 물을 주지 않아도 아무런 투정도 없이 꿋꿋이 서있는다. 주인이 아차 물을 줘야지 벌써 한달도 넘었잖아… 하면서 자책할 때까지도 기다려주는 인내가 있다. 또한 잎을 잘라서 며칠간 말리웠다가 꽂아만 놓아도 산다고 하니 생존능력과 번식능력이 대단히 강한 식물인 것만은 틀림없다. 거기에 사람의 인체에 유익한 음이온을 배출한다고 하니 관상용만이 아닌, 우리의 친근한 벗으로 손색이 없지 않은가? 또 다른 화초들처럼 벌레가 끼여 애를 태우거나 쉽게 죽어버리는 일도 없으니 참으로 순둥이 친구요 가까이 두고 오래오래 사귀여야 할 벗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친구를 한때는 나무람한 적이 있으니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일이지만 밉다고 볼 땐 왜 그렇게 미웠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산세베리아가 우리 집에 온 지도 20년 가까이 되니 결코 짧은 세월이라 할 수 없다. 언젠가 남편이 꽃시장에서 집에 두면 좋은 관상식물이라며 모셔온 건데 금방 왔을 땐 그것이 꽃을 피우는지 어쩌는지 몰라 그런대로 열심히 키웠다. 근데 몇해를 가도 꽃을 피우기는커녕 잔뜩 웃자라서 어디에 두기도 말쨌다. 하여 멀대 없이 크기만 하고 꽃을 피울 줄 모른다고 타박도 하고 화초처럼 화사한 멋이 없다며 생트집을 잡기도 하였다.

건사하기 귀찮다고 버리려고 했던 화분인데 그동안의 키운 정이 있어서 마지못해 물이나 주고 버려두다싶이한 화분에서 언제부터인가 은은한 향기가 풍기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산세베리아는 그 진가를 드러냈다. 만일 내가 버렸더라면 그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의 매력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산세베리아는 자신의 꽃말처럼 관용이란 이름으로 나의 잘못을 너그러이 받아주고 자신을 키워준 나에게 말없는 향기로 다가와 나의 지난날을 감싸안았다. 그러니 내가 어찌 그 매력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돌이켜보니 내 생활 속에도 향기로 남는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텐데 그냥 스쳐버렸던 것 같다. 가라지처럼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 고개를 잔뜩 쳐들고 남의 흉허물은 그렇게도 잘 보아내면서 자기의 허물은 한눈을 감고 보았으니 어찌 바로 볼 수가 있었겠는가? 지금 시대에는 자기 할 일만 잘하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거라 생각했던 나인지라 남의 일에는 무관심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웃간의 일에도, 친구와 동료들 사이의 일에도 될수록 적게 묻고 살면서 스스로 자기의 주위에 누구도 엿볼 수 없는 담벽을 쌓았던 것 같다. 하기에 그 누가 나에게 진실된 충고라도 해주면 귀를 막고 살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비웃거나 흘려버리군 하였다.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규칙도 아닌 규칙을 정해놓고 나의 심미기준에 못미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입을 닫고 살았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가을바람처럼 스쳐버리기도 하였다. 그때까지해도 나는 바쁜 현대생활에 쫓겨 사는 것이 다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랭랭한 나와는 달리 내가 어려울 때나 힘들어할 때 언제나 변함없이 달려와 나를 위로해주며 도움과 사랑을 주던 많은 사람들, 나에게 즐거운 일이 있을 때면 남먼저 달려와 축하해주며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던 고마운 사람들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산세베리아처럼 누가 알아주건 말건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보며 여전한 우정을 보여줬던 친구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항상 변함없는 사랑을 줬던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이웃들… 이들은 모두 관용이란 이름으로 나의 잘못을 너그러이 리해하고 받아줬던 산세베리아 같은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매혹시키는 산세베리아의 그윽한 향기에서 나는 다시한번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남은 인생을 너그럽게 포용할 줄도 알고 잘못을 관용할 줄도 알며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더 진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해본다.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