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소구채 (외 4수) □ 한경애

2026-08-28 09:16:54

얼씨구절씨구 들어간다

관광차는 어깨춤 추며 들어간다

푸른 턴넬이 돌개바람처럼 빨아들인다


올레길에 들어서니

풀벌레소리 새소리 물소리

두루 비벼넣은 신통한 공기가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었다


가슴속까지 환히 보여주는 개울물

간지럼에 약해 깔깔거리는 조약돌

면사포 같은 물안개 감도는

생기가 샘솟는 곳


방울꽃 산나리꽃 냉초꽃 패랭이꽃…

반갑다고 볼우물을 파며

꽃잔치로 반겨주는

정다운 곳


산등성이에서 들려오는

산사의 은은한 목탁소리

매연에 찌든 마음 보듬어주는

우리의 안식처


일상에 고단한 사람들은

모체의 아늑함이 그리워 그리워서

수림의 품속으로 내처 들어가는데

세상이 궁금한 계곡은

엄마의 품속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온다

얼씨구절씨구 흘러나온다


봄빛이 술래가 되면


봄빛이 술래가 되면

─나 찾아봐

달래가 머리카락 쏙 내민다

개나리가 가슴 활짝 열고 노랗게 웃는다

진달래가 윙크하며 캐득거린다

종달새 지종대며 가지 사이로 빠끔

너도나도 자기를 찾으라 한다


봄빛이 술래가 되면

세상은 술렁술렁

꽃물결 출렁인다

희망이 출렁인다


련애편지


어쩌다 돌고 돌아

담임인 내 손안에 들어왔다

기륭이가 지은이한테 쓴

련애편지

─나 너를 사랑해!

그런데 넌 왜 내가 싫니?

내가 영어를 못해서 싫은 거니?

내가 더 열심히 할게

난 네가 참 좋아…


푸하하

순간,

빵─ 터져버렸다

박하사탕 먹은 듯

싸하고 달콤한 맛

노을처럼 퍼졌다


산과 안개


무덤덤해 보이는 산할아버지는

사실 멋쟁이시다


새들도 잠꼬대하는 신새벽이면

산할아버지는 기껏 멋을 부렸다

흰 중절모를 얹어도 보고

하다를 둘러보기도 하고

흰 모시두루마기를 걸쳐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침해가 눈길 마주치며

빙그레 웃으면

어험~

시치미를 뚝 떼고

모르는 척 점잖게 앉아있더라


궁전


목련이 하얀 드레스 입고

발레 추는 우듬지 사이에

둥그렇게 걸려있는 까치네 궁전


봄볕이 따습게 덥혀놓은 궁전을

방아 찧던 옥토끼도

일손을 멈추고 기웃기웃


봄바람이 살랑살랑 흔들어주는

천혜의 요람

보모가 필요 없다오

목련이 품어 키운 향기 마시며

엄마 아빠 날라주는 미식 먹으니

신선도 부럽지 않다오


짹짹─ 짹짹짹─

그 속에서

사랑이 움트고

사랑이 자라고

사랑이 깃을 펼친다


시야에 잡힌 화면

한폭의 명작이런가

저 궁전에

하루쯤 세 들어 살고 싶어라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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