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그저 사람이 좋습니다

2023-03-29 08:55:38

“왜 기자 직업을 선택했소?”

“기자는 사명감이 매우 중요하오!”

연변일보사에 금방 입사했을 때 로선배님이 새내기 기자인 필자에게 물었던 질문과 귀에 딱지 앉도록 했던 잔소리이다. 필자가 태여났던 1991년부터 연변일보사에서 근무한 로선배님은 아마 헐렁헐렁한 요즘 젊은이들의 사업태도가 퍼그나 마음에 안 들고 나아가 그런 기자들의 기사로 채워지는 신문사의 미래가 많이 걱정스러워 조바심이 나셨던 것 같다.

젊음, 패기, 당돌함, ‘요즘 젊은이’들의 성격에 맞게 로선배님의 질문에 침묵이 아닌 “일자리를 찾다 보니 여기에 와 있습니다. 사명감이 무엇인지 지금은 정말 모르겠지만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나의 립장’, ‘나의 생각’을 가감 없이 그대로 표현했다. 500자의 소식을 쓰려면 하루종일 머리를 쥐여짜야 되고 1000자 넘는 원고를 쓰려면 주말 내내 컴퓨터를 붙들고 살았던 신입시절은 ‘나 잘되라’는 잔소리인 줄 알면서도 귀등으로 흘려보내기 일쑤였다.

원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니 입사 8년차에 접어들었다. 소질도 흥취도 없었던 글쓰기가 힘들고 지쳐 마음속에 늘 ‘사직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매번의 슬럼프를 용케도 잘 극복해왔다. 사명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뛰여들었던 이 직업을 왜 여직 꼭 부둥켜안고 있을가?

지난 8년간의 ‘짬밥’을 곱씹어보면 아마 취재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좋았던 것 같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연변일보사에 입사해서부터 사회부 기자로 뛰면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다.

입사한 지 2년째 되던 2016년 8월말, 연변지역에 불어닥친 태풍 ‘라이언록’은 폭우를 몰고 왔고 그로 인해 우리 주 각 현, 시는 정도 부동하게 홍수 피해를 입었다. 그중 필자가 취재한 도문시의 피해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물에 잠긴 농가, 쓰러진 농작물, 무너진 제방과 도로, 마을 전체에 뒤덮힌 진흙탕… 수해 현장을 처음 목격한 필자에게 처참한 재해현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놀라움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함께 취재 간 선배님의 뒤만 따라다녔던 그 재해 현장에서 수해 위험지역 촌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느라 이틀 동안 뜬눈으로 지샌 촌민위원회 주임, 집중안치소에 대피한 로인들을 돌보느라 과로로 쓰러진 촌 부련회 주임, 피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달려온 애심인사들 등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수마는 무정하지만 인정은 참 따뜻한 것을 느꼈다.

2017년 5.4청년절을 계기로 떠난 청도 취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필자에게 삶의 세찬 박동과 피부로 전해지는 따뜻한 온정을 보여주었다. 치렬한 삶의 현장에서 똘똘 뭉쳐 서로 돕고 이끄는 청도지역 조선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잊고 있던 민족심에 가슴이 뜨거웠고 조선족양로원을 운영하면서 타지에 있는 조선족 로인들을 살뜰히 보살피는 김설화 원장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장애인, 가족을 제쳐두고 촌에서 먹고 자면서 촌을 위해 분투하는 촌주재 간부, 80세 고령에도 당학습 필기를 견지하고 있는 로당원, 불우한 아이들에게는 늘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뢰봉할아버지 등등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마다 부동한 방식으로 긍정적 에너지와 무한한 활력을 발산했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서 ‘으쌰! 으쌰!’ 힘을 냈던 것 같다.

연변일보사 75년의 력사중 명함장을 내밀기 부끄러울 정도로 티 나지 않는 8년을 사회부 기자로 함께 하면서 사명감이 무엇이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도 정확히 터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해진 것은 그때는 ‘출근하기 위해 출근’하는 새내기 기자였다면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좋고 내가 쓴 기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기자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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