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의 침묵 (외 3수)□ 김향란
락엽이 되여 발길에 밟히고
바람에 뒹굴어도
단풍잎은 침묵을 고집하네
현재 쓸모 없다 밟힐지라도
래일은 너도 내가 되여
갈 테니까
래일이면 니가 알리라
내가 침묵하는 리유를.
가을이 오는 소리
여름은 푸른 꿈
꼭 잡고 있어도
가을이 오는 저 소리는
막지를 못하나 봐
새벽공기는 어느덧 시원한데
숲속에 국화 여기저기
내 왔노라 고개 쭉 펴고
여름을 내려다 보네
여름은 아니 가려고
8월 바람을 잡고
흔들어도
옥수수 잎새 살랑살랑
전해주는
가을이 오는 저 소리.
락 엽
9월의 파란 하늘
산에 산마다
황금 색상 칠해놓고
몸부림치는 잎사귀에
이쁘게 떠나라고 부탁하며
가을바람은 속삭이네.
늦가을
어느덧 만물이 그리움의 대상이 되였다
산마다 빨간 단풍으로
새옷 단장하고
이쁜 자태 드러내며
누구를 기다리고 서있나
저 풍요로운 계절 앞에
설레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가
애처롭구나
한순간에 사라질 숙명임을
온몸을 불태워 그리움의
의미를 선사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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