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같이 흐른다

무정하고 매정한 세월이

사랑이 굽나서 가슴이 터져도

나몰라라 시치미를 떼는 너

아무리 무정해도

마무리는 잘하고 가야지

무엇이 그렇게도 급해서

뒤처리도 아니하고  떠나냐

벌써 삼년이나 되는데

네가 벌려놓은 가증스런 온역이

아직도 구석구석 맴돌고 있는데

드디여 이대로 떠나가는 것이냐

떠나만 가면 만사대길이더냐

량심은 어디에다 버리고 떠나냐

불붙는 전쟁의 초연은

아직도 처마 밑을 핥고 있는데

네가 버무려놓은 일은

곱도록 책임을 다하고 떠나라

욕을 한짐 지고 떠나지 말고

미안해요 한마디라도 하고 떠나라

아무리 새 년이 좋아 급해도

마무리는 잘하고 떠나라

미워도 고와도 함께 한 365일

속시원히 모두 걷어안고 떠나라.

묵은해를 보내면서

가는 세월 무정해서

가지 말라 천만번 애원해도

떠나가는 고집 당할 수 없구나

날에 날마다  줄어가는

짧디짧은 인생이 아쉬워도

미련 없이 가는 세월 어이하랴

고개 돌려 돌아보니

지나온 희로애락 일장춘몽이라

한탄한들 또다시 돌아올가

이제라도 탕개를 조여가라

아직도 늦은 가을은 아니기에

둥글둥글 새 희망을 키워보자

이루지 못한 푸른 꿈을

찾아오는 새봄의 꽃바람에

　　한바구니 부풀게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