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소리□ 리동권

2023-01-20 09:46:50

초중에 입학할 때 책상과 걸상을 만들어 가져갔다. 내가 다닌 학교는 반공반독(일하면서 공부하는 학교)하는 농중이였는데 국가교육편제에 들지 못하여 교원들의 월급외에 학교경비가 거의 없었다. 학생이 급증하게 되니 졸업생보다 입학생이 많아 책상과 걸상이 모자랐다.

교실에는 재질이 다르고 모양과 색상이 각이한 책상과 걸상이 볼품없이 놓여져있었다. 미처 갖춰오지 못한 애들은 교실 뒤에 서서 공부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상과 걸상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날이 갈수록 더 심했다. 어떤 애들은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면 솜으로 귀구멍를 막기도 했다. 휴식시간이면 책상과 걸상을 고치느라 소란스러워 전혀 공부하는 교실 같지 않았다. 언제면 책상과 걸상이 오려나 애타게 기다리던 어느날 드디여 책상과 걸상이 도착했다. 하학종이 울리자 애들은 문이 터지게 쓸려나갔다. 비록 새것은 아니였지만 온전했다. 책상과 걸상을 손으로 어루만지는 선생님의 눈물 고인 눈에 책상과 걸상이 비껴있었다. 나는 래일이면 공부를 그만둔다는것도 잊고 애들과 함께  무등 기뻤다.

애들이 돌아간 뒤 나는 혼자 교실에 남았다. 처음으로 가장 심한 비통을 느꼈다. 15리를 걸어 학교 다닐 수 없었다. 지금도 나는 통학차를 보면 눈물겹다. 내 자리에 앉아 그날 숙제를 하면서 울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자꾸 목만 막혔다. 숙제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니 어느새 선생님이 와 계셨다. 선생님은 나의 숙제를 검사하시고 나서 학교문을 나서는 나의 어깨를 다독여주면서 이제 빠르면 올해, 늦어도 래년이면 새 학교를 향소재지에 지을 것이니 공부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말고 그때 다시 오라고 하셨다.

그 후 열아홉살에 농촌회계를 하게 되면서 물려받은 책상과 걸상은 이미 선배회계가 오래 쓴 것이여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나는 삐걱소리와 인연을 맺아야 하는 운명이였다. 삐걱소리 속에서 초중공부를 조금했고 그만큼 글을 배웠다. 또 삐걱소리 들으면서 출세는 아니지만 회계를 할 수 있어 체질이 약해 힘든 일을 할 수 없는 나에게는 행운이였다. 여러해 후에 책상과 걸상을 새것으로 바꾸게 되였지만 내가 쓰던 책상과 걸상을 건사했다. 건사해둘 자리가 마땅치 않았지만 소중히 건사해두었다.

삐걱소리는 제일 듣기 싫은 소리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남다르게 나의 령혼 속에 각인되여 괴로움과 즐거움을 이어놓는 특이한 감수를 주어 가슴 속 애환의 울림으로 메아리로 들린다. 나는 여태 ‘삐걱’거리며 살았다. 문학을 열애했지만 7년밖에 글을 쓰지 못했다. 많지 않은 졸작들은 모두 내 몸의 ‘삐걱’소리와 책상과 걸상이 내는 삐걱소리 이중주였다. 삐걱소리는 오로지 공부하려는 집착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성약(声药)이였고 필을 접은 30년 문학 동면에 잇따른 생리적실면을  잠재워주는 자장가였다.

요즘 필을 다시 들었다. 배운게 적고 오래동안 책을 보지 않았고 글을 쓰지 않아 버겁지만 즐겁다. 삐걱소리를 들으면 방금 초중생인 것 같다. 문학에서 나는 초중생이다. 삐걱소리는 나를 위로해주고 공부하라고 이끌어주는 성향(声向)이다. 삐걱소리는 나의 창작의욕을 북돋아주고 령감을 튕겨주는 성운(声韵)이다. 그래서 삐걱소리 나는 책상과 걸상이 나에게는 제격이다.

삐걱소리를 들으면서 이 글을 쓴다. 홀로 편곡, 지휘, 연주, 경청자가 된 듯 경이롭다. 귀뚜라미 소리마저 합성하여 심금을 울린다. 평소 술을 안 마시지만 굳이 술 한잔 마시고 싶다. 오래 묵은 술일수록 향은 은은하고 오랜 추억일수록 감미롭다. 술맛은 언제나 쓰지만 주흥은 도도하고 아픈 추억은 쓰리지만 향연은 련련하다. 이럴 때 술은 ‘안주’가 되고 추억은 ‘술’이다.

밖에 나오니 귀뚜라미가 울음 그친다. 귀뚜라미가 달빛 속에서 우는 사연은 부서진 달빛만이 알고있듯이 갈매기 파도 우에 우는 래력은 잠 못드는 바다만이 알고 있으리. 부서진 달빛 한웅큼 주으면서 바다에 잠긴 갈매기표 ‘술’  한잔 마시고 싶어라.

  집에 들어오니 귀뚜라미 다시 홀로 울고 삐걱소리에 ‘안주’가 찰랑인다. 먼 바다 갈매기 상기 울고 있을가? 나만의 성련(声恋)이 아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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