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 김미월

2023-03-09 08:32:46

“요즘 신문, 잡지들에 발표된 칼럼 잘 보았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3000자 좌우로 적어보내주세요.”

3년 전 생애 첫 원고청탁을 받고 《도라지》잡지에 실린 글을 시작으로 수필 몇편 끄적이다가 문학작품집―《문학시선 청춘기록》에 수록되는 ‘사치’를 누리게 되였다.

《도라지》잡지사에서는 2019년부터 2년간 ‘80후’시선, 청년시선이라는 코너를 설치하여 조선족 문단에서 새로이 이름을 알리고 있는 57명의 차세대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실었다. 이러한 ‘문학시선’을 골조로 해당 작가들의 추천글들을 함께 묶은 것이 《문학시선 청춘기록》(상, 중, 하)이다. 《문학시선 청춘기록》은 상중하 세권으로 총 83만자의 방대한 문학작품집인바 여기에는  ‘문학시선’  57편외에 소설 10편, 수필 47편, 시 75편, 평론 5편까지 총 194편의 글이 실려있다.

80, 90후 작가들의 작품을 다룬 《담쟁이 여름을 만나다》, 《8090후 조선족작가 소설집》과는 달리 《문학시선 청춘기록》에는 80, 90후 작가들이 주를 차지하는 가운데 리홍매, 조려화, 김영수 등 60, 70후 작가들도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조선족문단에 새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는 글쟁이들에게 활보할 공간을 내여주고 앞으로의 힘찬 발걸음을 응원하게 된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제목이 시사하다싶이 《문학시선 청춘기록》의 하이라이트는 글쓰기에 대한 차세대 작가들의 시선이 아닐가 싶다. 작가들의 시선에서 글쓰기는 ‘소통, 공감을 나누는 재미’(상. 리은실)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장 근사한 랑만’(상. 최화)이며 ‘헤여나오지 못하는 블랙홀’(하. 강소영)이다. 또 ‘마음 흘러가는 대로 꿈꾸게 만들어주는’(하. 정해선) 글쓰기는 ‘구원, 자부심’(중. 전춘화)이고 ‘내가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일’(중. 김해)이며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법이고 내가 누군가를 향한 고백’(상. 박진화)이다.

이처럼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을 다룬 《문학시선 청춘기록》에서는 어릴 적 부터 작가의 꿈을 꿔온 과정, 글을 쓰는 바탕이 되였던 독서환경과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서 받은 영향, 글쓰기에서 질적, 량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 등을 생동하고 재미나게 엮고 있다. 이런 생활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 있는가 하면 조선족 문단이나 80, 90후의 습작 현황을 짚어보고 우리 앞에 놓여진 실천적 과제를 제시한 글들도 있다.

또 “조선어창작품이 중국의 통용언어권이나 세계 기타 언어권으로 진입하는 어려움으로 번역을 탓하는 것은 근원을 진맥하지 못한 핑게이다. 작품이 훌륭하다면 단수 높은 번역가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계약서류를 내밀 것이다.”며 차세대 작가들의 창작열을 불러일으키고 수작이 나올 수 있도록 분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 문단의 상황과 사태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사고력과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며 모어와 한어로 모두 비평글을 쓸 수 있도록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고 하면서 신진 비평가들이 활발하게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비평활동이 지극히 소극적인 점에 비추어 반성하고 결의를 다지기도 하였다. 《문학시선 청춘기록》에 수록된 194편의 글만 봐도 그중 평론이 단 5편 뿐이므로 차세대 작가들중에서 평론창작이 제일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7편의 글쓰기에 관한 글을 제외한 나머지 글들은 해당 작가들이 스스로 추천한 글이므로 가히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주제나 내용이 참신할 뿐만 아니라 문학성도 어느 정도 갖춘 작품들이여서 일독을 권장하고 싶다.

《문학시선 청춘기록》에 수록된 작가들은  우리 문단에서 이미 립지를 굳힌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으로는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었으나 지면발표에는 생소한 작가들도 있고 조선족 문단에 갓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진들이 대부분이다. 문장력의 미흡으로, 지면의 제한으로 조선문 신문, 잡지들에 작품을 싣지 못하는 신진들에게 있어서 《도라지》잡지의 ‘80후’시선, 청년시선 코너에 이어 《문학시선 청춘기록》은 손꼽아 바라던 꿈의 무대였다. 물론 편자가 제시한 원고중에서  일부 글들(내용이나 주제 면에서)이 삭제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 작가당 소설이나 수필은 만자 가량의 분량을, 시는 5수 이상씩 실린 작가들이 많다. 그중 김연(중), 박송천(하)의 시는 무려 10편이나 실렸다. 또 다양한 쟝르의 글을 자유자재로 다룬 작가들도 있는데 전은주(중)는 수필, 평론, 시 등 세가지 쟝르의 글이 채택되였고 최명옥(하)은 소설, 수필, 시 등 세가지 쟝르로 근 4만자에 달하는 분량이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차세대 조선족작가들에게 꿈의 무대를 만들어준 《문학시선 청춘기록》은 《도라지》잡지사와 연변교육출판사, 연길시군중예술관 모두의 협력으로 이루어낸 성과물이고 조선족문학사에서 특기할 만한 한차례 기록이 되고 조선문학창작이라는 끈을 놓지 않은 이들에 대한 지대한 고무격려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차세대 글쟁이들이 《문학시선 청춘기록》이라는 꿈의 무대를 바탕으로 더 힘찬 날개짓을 하여 우리 문학의 바통을 이어가기를, 이 무대에 서있는 57송이의 ‘꽃봉오리’ 모두 지금의 꿈과 열정과 아집으로 아름다운 한떨기 한떨기 꽃을 피워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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