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련합(EU) 외교수장은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에 대해 “파멸적이고 종말이 온 듯하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경험한 것보다 파괴 정도가 심하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련합 외교안보 고위대표 호세프 보렐은 이날 오후 벨지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련합 외교장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비례적으로 볼 때 “가자지구 내의 건물 파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도시들이 겪었던 파괴보다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에 대해 “믿기 힘든 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9일 유엔개발계획(UNDP)은 가자지구 내 주택의 절반 가량이 손상 혹은 파괴되였다고 밝혔다.

유엔 관계자들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중 80%가 넘는 190만명이 피난한 것으로 추정했다.

팔레스타인 측 집계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만 8200명을 넘었다.

호세프 보렐 고위대표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에 거주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인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겠다면서 회원국에 이스라엘 극단주의자에 대한 제재를 정식 제안하겠다고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공격 직후부터 서안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 중 일부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앞서 미국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 수십명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제재를 추진한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서안에서 극단적인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책임을 물리는 즉각적 조처를 하라고 촉구했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등 지역을 점령한 뒤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해 유태인들을 이주시켰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의 유태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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