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설가 가와구찌 도시까즈가 쓴 《커피가 식기 전에》는 그의 시리즈 1권 데뷔작이다.

“부탁할게요, 그날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한적한 일본의 어느 도시, 후미진 골목길 지하에 작은 차집이 하나 있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수상한 차집, 차집의 어느 자리에 앉으면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 다만 몇가지 아주 성가신 규칙이 있다.

첫째, 과거로 돌아가도 이 차집을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둘째,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셋째,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자리를 비켜야만 앉을 수 있다.

넷째, 과거로 돌아가도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일 수 없다.

다섯째,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커피를 잔에 따른 후 그 커피가 식을 때까지에 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전설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이어진다. 차집의 이름은 ‘푸니쿨리 푸니쿨라’. 저마다 리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네명의 녀자들, 서툴지만 솔직한 한마디를 건네고저 지어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들은 과연 원하던 미래를 만날 수 있을가?

총 네개의 장으로 구성된 소설 《커피가 식기 전에》는 차집에 온 네명의 녀자가 전하는 가족과 사랑 그리고 후회의 이야기이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서로 얽히고설키며 놀라운 반전으로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결혼을 생각하던 애인과 헤여진 녀자의 이야기, 기억이 사라져가는 남자와 간호원의 이야기, 가출한 언니와 먹성 좋은 녀동생의 이야기, 차집에서 일하는 임산부의 이야기.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차집은 지하라서 창문이 없다. 조명 기구라고는 천장에 매달린 펜던트 조명 여섯개와 입구 가까이에 걸린 벽 조명 하나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온종일 흑갈색빛으로 물든 실내에서 밤낮을 구별하려면 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가게 안에는 골동품 수준의 커다란 괘종시계가 세개 있었다. 하지만 시계바늘은 저마다 다른 시각을 가리켰다. 의도한 건지 고장이 난 건지는 이 차집에 처음 오는 손님은 알 길이 없다. 결국 자기 시계로 확인해야만 한다.”

“남자도 례외는 아니였다. 남자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오른쪽 눈섭 우를 긁적이며 아래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생생한 공간 및 인물묘사로 한편의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이 소설은 일본의 유명한 극작가이자 연출자인 도시까즈가 자신의 연극을 소설화한 데뷔작이다.

모든 유감과 아쉬움은 결국 우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양분으로 된다. 비록 현실은 바꾸지 못하더라도 아주 짧고 사소한 순간이 우리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 그 마음이 미래를 바꾸는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네번의 눈물과 감동은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 사랑의 위로와 메시지를 전한다.

동명의 제목으로 상영된 이 연극은 제10회 스기나미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연극을 본 출판사 편집자의 제안으로 소설로 출간되였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 책은 일본에서 7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현재까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도서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에는 영화로 제작되여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일본의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고 2019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자,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만나러 가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