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분노의 포도》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정직하게 살아가다 하루아침에 비참한 이주로동자로 몰락한 조드 일가를 통해 당시 미국의 현실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3대에 걸친 조드 가족은 가뭄과 모래 한파와 지주들의 횡포에 못이겨 트럭으로 개조한 중고차를 타고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하지만 힘들게 도착한 목적지는 지배계급의 로력 착취가 만연한 또 다른 고통의 땅이였는데…

주인공 톰 조드는 살인죄로 4년간 감옥살이를 한 후 가석방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린시절부터 알던 케이시를 만난다. 둘은 함께 톰의 부모가 사는 농가로 향하던중 모래바람으로 바싹 말라버린 옥수수와 빈 농장들을 목격하게 된다. 톰의 집 역시 비여있었다. 가족들은 모두 근처 큰아버지네 집에 모여 떠날 차비를 하는중이였다. 가뭄과 모래바람 때문에 농사를 망친 후 은행의 빚 독촉에 시달리고 트랙터가 들어와 인력이 필요 없어지자 오래동안 살아온 농장을 등지고 일군을 구한다는 캘리포니아로 떠나려던 참이였다.

톰은 가석방 상태라 주 경계를 넘지 못하게 되여있었으나 가족을 위해 함께 려정에 오른다. 그러나 길을 나서자마자 그들처럼 캘리포니아로 가는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고된 려정중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톰의 형은 말없이 사라지며 임신한 녀동생의 남편은 달아나버린다.

그렇지만 가족은 선택의 여지없이 막연한 기대를 품고 나아간다. 막상 캘리포니아에 도착해보니 일을 하려는 사람은 많고 기업화된 농장들은 담합하여 임금이 턱없이 낮아져있었다. 끼니를 거른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결국 로력 착취에 반발해 로동자들은 조합에 합류하기 시작하고 파업을 이끌던 케이시가 삽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톰 역시 이 시간에 련루되고 쫓기는 신세가 되여 가족을 떠나게 된다.

소설의 배경은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산업자본주의가 자리를 잡던 시기로 일부 극소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빈곤 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실업자가 1000만명이 넘는 대공황시기, 비참한 현실에 고통받는 주인공들을 통해 저자는 한 가족의 정신적 성장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갔던 철부지 톰 조드는 처음에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점차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그들을 위해 앞장서 싸울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저는 사방에 있을 거예요. 배고픈 사람들이 먹을 걸 달라고 싸움을 벌이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경찰이 사람을 때리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사람들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러댈 때도 제가 있을 테고 배고픈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제가 있을 거예요.”

로저샨 역시 배속의 아기만을 생각하며 장미빛 미래를 꿈꾸었으나 남편이 자신을 버리고 달아난 후 크게 절망한다. 렬악한 환경 속에서 그녀는 사산을 하고 결국 누구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립증해보이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가난에 절망하면서도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고 애쓰는 조드 가족의 이야기는 희망의 가능성이 여전히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약속의 땅을 향한 고통스러운 려정을 통해 절망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선미, 인간의 생명력과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스타인벡은 책 제목에서 ‘포도’는 억압받는 수천만명의 로동대중을 상징하는데 이는 가히 하나의 독창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호소력 있는 감수성과 예리한 사회적 인식이 조화를 이루어 사실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분노의 포도》는 스타인벡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장 주된 리유이다.” 스웨리예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선정 리유이다.

　　중국에 여화의 작품 《인생》이 있다면 《분노의 포도》는 미국판 ‘인생’이라고 불리울 만하다. 그만큼 이 작품은 출간된 당시 선풍적인 반응을 얻으며 43만부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