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상자□ 박경화

2026-06-05 09:34:24

툭.

선생님이 ‘비밀상자’라고 적힌 투명한 상자를 교탁 우에 올려놓았습니다.

“비밀상자?”

교실이 술렁거렸습니다.

빨간 글씨로 쓰여진 ‘비밀’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성태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자신의 비밀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학기만 지나면 학생들도 소학교를 졸업하고 초중학생이 됩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편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지요. 그래서 선생님이 좋은 방법을 하나 생각해봤습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이름 없이 적어서 비밀상자에 넣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겁니다.”

“와, 재미있겠다!”

공부에 지쳐있던 친구들의 얼굴이 금시 밝아졌습니다.

“지금부터 선생님이 종이를 나눠줄 겁니다. 이름은 쓰지 말고 요즘 고민되는 일을 적어보세요. 그리고 그 종이를 이 비밀상자에 넣는 겁니다.”

선생님은 종이를 한장씩 나눠주었습니다. 성태는 연필을 들었지만 쉽게 글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걸… 써도 될가?’

그는 망설이다가 교실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교실 여기저기에서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종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고민하느니 이참에 비밀 고민의 답을 찾아보자.’

이렇게 결심을 내린 성태는 끝내 자신의 고민을 종이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각사각…

마지막 친구가 비밀상자에 고민 종이를 넣자 선생님은 비밀상자를 달그락달그락 흔들었습니다.

“자, 지금까지는 항상 선생님이 답을 알려주었지요.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아니라 여러분이 서로의 답이 되여보는 겁니다.”

“우리가요?”

교실은 또다시 술렁거렸습니다.

“자, 첫번째 고민입니다.”

선생님이 상자 속에 손을 넣어 쪽지 한장을 꺼내 읽으셨습니다.

“졸업시험 성적이 기대 만큼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죠? 너무 걱정됩니다.”

친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굴가?”

“부모님에게 혼날가 봐 그러겠지…”

그때였습니다.

민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순간 교실이 다시 술렁거렸습니다.

민수는 성적이 그다지 높은편이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민수는 늘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 민수가 입을 열었습니다.

“나도 그게 많이 걱정돼.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보다 끝까지 해보는 거라고 생각해.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말하는 민수가 여느때보다 든든하고 멋졌습니다.

누군가 먼저 짝짝짝! 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곧 교실 가득 박수소리가 퍼졌습니다.

선생님이 다음 쪽지를 읽었습니다.

“요즘 어른들이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는데, 저는 친자식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가요?”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성태는 마음이 묘하게 무거워졌습니다.

‘만약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정말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

그때 선희가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친구들이 알다싶이 선희는 입양된 아이였습니다.

“부모님께 직접 물어봐. 그리고 이렇게 말해봐. ‘저를 키워주신 분이 제 부모님이예요.’ 혼자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교실에는 다시 박수가 울려퍼졌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많은 고민이 나왔습니다. 친구들은 울다가 웃기도 하고 박수를 치다가 조용해지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그렇게 커보이던 성태의 비밀 고민은 훌쩍 줄어들어서 퍽 작아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중 선생님이 또 하나의 쪽지를 읽었습니다.

“내가 어떤 이성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직 소학생인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고 공부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가요?”

그것은 바로 성태의 고민이였습니다.

친구들이 웃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교실 분위기는 조용했습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태의 마음속에는 벌써 답이 떠올랐습니다. 성태는 용기를 내여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은 그 마음을 친구로서 소중히 간직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우리는 아직 더 자라야 하니까.”

말을 마친 성태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사뭇 가벼워졌습니다. 이 말은 성태가 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자신의 고민을 풀어주는 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우! 멋있다!”

친구들은 엄지를 들어보였습니다.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무엇보다 성태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가벼워졌습니다. 고민도 사라진 것 같았고 이제는 공부도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민이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태는 교실 창가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신애가 친구들과 웃고 있었습니다. 성태도 웃었습니다. 그 웃음 속에는 한뼘 성장한 성태의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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