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적게 마시세요.
─폰 멀리하세요.
여직 안해의 이러한 잔소리들은 귀에 거슬리기만 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귀등으로 흘려보냈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 말들은 입가에 맴도는 온기 가득한 자장가였음을. 안해는 이미 뇌경색에 걸려 전보다 말수가 훨씬 적어졌다. 구수한 숭늉 같던 안해의 잔소리가 이제는 가슴속 깊은 곳에 그리움으로 굳어져 매일 밤 나를 괴롭힌다.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가 안해의 그 목소리를.
단 몇줄의 글에 담긴 깊은 그리움과 후회, 그리고 잃고 나서야 알게 된 소중함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감정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말을 듣고 살지만 그중에서 가장 귀찮고 거슬리는 말이 바로 잔소리이다. 특히 안해의 잔소리는 젊은 날의 우리에게는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처럼 느껴지고 듣기 싫은 소리로만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성숙해지고 그 잔소리를 해주던 사람이 말을 줄이고 나서야 우리는 그 말들이 얼마나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가득했는지 깨닫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잔소리를 해주던 사람이 있었다. 안해는 평생 나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다. 아침에 늦잠 자면 빨리 일어나라고, 밥을 먹을 때는 편식하지 말라고, 외출할 때는 옷을 깔끔하게 입으라고,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보면 시력이 나빠진다고, 술을 마시고 돌아오면 몸에 안 좋다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려오는 안해의 잔소리는 젊은 시절의 나에게는 정말 거슬렸다.
그때 나는 안해의 잔소리를 듣기만 하면 짜증이 났다.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은 거요?”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오.”
나는 이렇게 말하며 안해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했다. 안해는 그래도 다음날이면 다시 똑같은 잔소리를 반복했다. 나는 그것이 안해의 습관이라고 생각했고 단순히 잔소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오해했다. 안해의 잔소리는 심지어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했다.
“혈압 제때에 체크하세요.”
“약 제때에 드세요.”
나이가 들어서도 안해의 눈에는 내가 언제나 어린아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때마다 나는 “여보, 나 이제 나이 좀 먹었으니 잔소리를 그만하오.”라고 투덜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조금씩 그 따뜻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안해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였다.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평소 건강해 보이던 안해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의사는 “회복되더라도 말이 많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의 머리속에는 안해의 잔소리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동안 귀찮다고 여겼던 모든 말들이 갑자기 소중하게 느껴졌다.
병원에서 안해를 간호하면서 나는 수없이 후회했다. 왜 그때 안해의 말을 듣지 않았을가, 왜 짜증 내며 말했을가,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가. 안해는 조금씩 회복되였지만 예전처럼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
안해가 집으로 돌아온 후 집은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아침이면 “빨리 일어나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밥 먹을 때도 “편식하지 마세요.”라는 잔소리가 없었으며 밤에 폰을 보아도 “폰 멀리해요.”라는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조용해진 대신 가슴속에는 깊은 외로움이 자리잡았다. 그동안 귀에 거슬렸던 잔소리가 없어진 것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이제 나는 안해의 잔소리가 얼마나 따뜻한 사랑이였는지 완전히 깨달았다. 안해의 잔소리는 단순히 귀찮은 말이 아니라 나를 걱정하는 마음,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담긴 가장 소중한 말이였다. 그 잔소리는 안해가 살아생전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였고 나를 위한 자장가와 같은 것이였다.
안해의 잔소리는 구수한 숭늉 같았다. 아침에 마시는 구수한 숭늉처럼 마시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였다. 그동안 나는 그 구수함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맛이 없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 맛이 그립고 그 따뜻함이 그립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 안해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맴돈다.
“술 적게 마시세요.”
“폰 멀리하세요.”
그 짧은 말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굳어버린 그리움이 되여 나를 괴롭힌다. 눈을 감으면 안해의 모습이 떠오르고 안해가 나에게 잔소리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때는 짜증 났던 모습이 이제는 너무 그립고 다시한번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 뿐이다.
매일 아침 들려오는 안해의 잔소리, 매일 밤 걱정해주는 말, 매일 함께 식사하는 시간,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줄어들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되고 깊은 후회를 하게 된다.
잔소리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당신을 정말로 걱정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는 증거이다. 잔소리가 적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이상 예전처럼 힘을 내지 못한다는 의미이고 당신을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간단한 진실을 잊고 살아가다가 말이 줄어들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
안해의 잔소리는 이제 예전처럼 들을 수 없다. 그 입은 예전처럼 활짝 열리지 않고 그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안해의 잔소리는 내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그 따뜻한 온기와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나를 지켜주고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여준다.
이제 나는 안해의 잔소리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술을 마실 때면 안해의 “술 적게 마시세요.”라는 당부가 떠올라 적게 마시고 휴대폰을 오래 보다가도 “폰 멀리하세요.”라고 걱정하던 안해의 모습이 떠올라 폰을 내려놓는다. 안해의 잔소리는 이제 나의 삶의 지침이 되였고 나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등불이 되였다.
때때로 길을 걷다가 주변에서 안해가 남편에게 잔소리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본다. 젊은 남편은 짜증 내는 표정을 짓고 안해는 걱정하는 얼굴로 잔소리를 하는 그 모습이 예전의 우리 부부의 모습과 똑같다. 그때마다 나는 그 젊은이에게 “잔소리는 안해의 사랑이라오. 소중하게 들어주오.”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 말도 잔소리로 들릴 것임을 알기에 그냥 바라만 본다.
모든 사람에게는 잔소리를 해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 안해일 수도 남편일 수도 부모님일 수도 자녀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의 잔소리를 귀찮다고 여기지 말고 그 속에 담긴 사랑과 배려를 느끼길 바란다. 잔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
말이 줄어들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너무 늦다. 지금 당신에게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자. 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고 그 사람의 마음을 리해하자.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안해의 잔소리는 이제 그리움이 되여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안해의 예전 같은 잦은 잔소리를 오늘도 손꼽아 기다린다. 안해의 사랑은 영원히 내 곁에 있고 안해의 잔소리는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
잔소리, 그것은 사랑의 증거이고 그리움의 시작이며 삶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다. 나는 안해의 잔소리를 기억하면서 안해에게 더 따뜻한 말을 해주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안해의 사랑을 다시 느끼고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잔소리가 그립다. 내 안해의 그 목소리가 그립다. 그 따뜻한 온기 가득한 자장가 같은 잔소리가 다시 내 귀가에 맴돌기를,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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