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각종 무대예술이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 활력을 얻고 있다. 숏폼 영상과 연극공연의 새로운 대안 공간, 상업적 홍보는 이제 예술이 관객에게 다가가는 주요 통로로 자리잡았다.
다만 기술이나 수단 자체를 본질적인 콘텐츠로 착각하는 일부 연출은 경계할 대목이다. 대사와 동작, 인물 묘사가 채 숙성되기도 전에 스타 마케팅에 의존해 시장으로 급히 뛰여드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작품 본연의 감동이 부족한 정극이 몇몇 인기장면과 배우의 팬서비스, 이슈 만들기에 그치거나 화려한 홍보문구가 정작 본 공연의 완성도로 이어지지 못하기도 한다. 비록 이러한 현상이 시장의 주류는 아닐지라도 넓어진 시장에서 무대 예술이 과연 어떠한 작품, 어떠한 배우 그리고 어떠한 진정성으로 관객과 만날 것인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 해답은 아마도 시장의 확장이 예술적 품위와 격조를 희생하는 대가가 되여서는 안된다는 점에 있다.
최근 일부 지방 전통극이 얻고 있는 뜨거운 호응은 젊은 관객이 전통을 무조건 멀리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목받는 작품들은 선명한 캐릭터와 긴밀한 서사, 정교한 기량에 현대적인 무대연출을 결합하여 전통 극종에 시대적 감각을 입혀낸 경우가 많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눈요기거리 기술이 아니다. 젊은 신진 배우를 등용하고 극의 호흡과 리듬을 정돈하는 한편 대학가 공연과 장기 투어를 통해 전통극의 미학을 청년층의 감성과 련결하기도 했다. 또한 소극장이라는 특수 공간과 밀착형 관람환경을 활용해 젊은 관객이 전통극에 한걸음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다.
새로운 공간은 관람 방식을 바꾸고 스타 마케팅은 대중적 확산성을 높여주지만 특정 배우의 인기가 극종 자체나 작품의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다. 모색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공통된 지향점은 분명하다. 바로 혁신이 전통의 깊이를 얕게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무대 공간과 극의 리듬, 홍보 방식은 시대에 맞게 바뀔 수 있지만 소리와 몸짓, 인물 창조 그리고 극종 고유의 미학적 본질이 단순한 장식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청년층을 향한다는 것은 전통을 한눈에 소비되는 가벼운 류행 부호로 압축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관객이 전통 그 자체가 지닌 미학적 깊이를 깊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무엇보다 관객의 눈높이를 낮추어 보아서는 안된다. 전통극의 부활, 무용극의 장기 흥행 그리고 중국 발레의 끊임없는 도전은 관객이 전통 양식을 리해할 준비가 되여있으며 복잡하고 립체적인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갈 기꺼운 마음이 있음을 보여준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수많은 정교한 관람 리뷰 역시 오늘날의 관객이 단지 시각적인 화려함에만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력, 작품의 구조, 무대 언어 등을 다각도로 짚어내며 수준 높게 감상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예술로 다가가는 문턱을 낮추는 것이 예술 그 자체의 기준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대공연은 입장권을 구매하기 전에 그 가치를 완벽히 검증할 수 없는 체험형 소비이다. 관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의지하는 것은 오직 작품과 배우, 극장 그리고 제작사에 대한 깊은 신뢰 뿐이다. 예술적 품격은 시장 외곽에 걸어두는 도덕적 장식이 아니라 시장 내부에서 작동하는 가장 핵심적인 신용 기반이다. 자극적인 눈요기거리가 첫번째 입장권 구매를 끌어낼 수는 있고 시장의 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열릴 수 있지만 관객이 극장을 다시 찾을 것인가를 결정지어 주는 것은 결국 작품과 배우 그리고 업계 전체가 마땅한 격조를 갖추고 관객을 대하는 여부에 달려있다.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작품의 완결성, 배우의 전문성 그리고 관객을 마주하는 산업 전체의 타협 없는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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