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질 대로 망가진 중국축구가 또 한번 거대한 격랑 속에 놓였다.

15일, 국가체육총국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축구협회 주석 진술원이 엄중한 규률 위반과 법률 위반 혐의로 중앙규률검사위원회 국가감찰위원회의 국가체육총국주재 규률검사팀과 호북성감찰위원회의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중순 원 중국축구협회 비서장 류의와 상무부비서장 진영량에 이어 한달 만에 주석 진술원까지 감찰조사를 받으며 중국축구협회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돼버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승부조작에 련루돼있다는 주장도 있다. 규률감찰위원회 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감찰조사에 이어 혐의가 립증되면 인민검찰원 등 사법기관의 수사를 거친 뒤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1956년 상해에서 태여난 진술원은 17세인 1973년에 상해항구를 관리하는 국유기업인 상항그룹 산하 부두 로동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료해에 따르면 그는 부두 로동자로 일하는 틈틈이 시와 산문을 써서 회사 내부간행물에 개제했고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23세 때 상항그룹 공청단 서기에 발탁되며 국유기업 관리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상항그룹에서 30여년을 일한 그는 2003년 상항그룹 리사장직에 취임하는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국유기업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4년, 그해 상항그룹이 상해동아축구구락부를 인수하면서였다. 이후 거액 자본을 앞세운 상해상항팀은 2018년 슈퍼리그 우승을 거두며 광주항대팀, 북경국안팀, 산동로능팀과 같은 강팀 반렬에 올랐다.

상해상항팀의 뛰여난 성적과 풍부한 회사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당시 60세 나이였던 진술원은 중국축구의 대개혁과 함께 축구협회 신임 주석직에 당선됐고 이때부터 ‘축구 문외한’의 중국축구에 대한 여러가지 급진적인 개혁이 시작됐다.

진술원이 중국축구협회를 총괄한 지난 몇년간 대대적인 프로리그 개혁안과 여러가지 거창한 목표들을 내 놓았지만 중국축구 생태환경은 오히려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다. 진술원은 국내리그 모든 구단들에 중성명 사용을 요구했고 또 매년 선수들에게 년봉 상한제를 도입했다. 결국 많은 구단들이 갑자기 스폰서가 물러나며 파산 위기에 처했고 수준급 용병들도 대거 떠나며 슈퍼리그 자체 영향력도 크게 하락했다. 2018년 매 시즌 11억원이던 중계비용도 2022년에는 1억원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특히 진술원이 중국축구협회 수장직을 맡은 후 U-23 국가팀은 아시안컵에서 3전, 전패로 도꾜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 국가팀도 ‘력사적’이란 수식어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 팬들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기며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진술원 주석이 까타르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데 이어 전 국가팀 감독 리철의 비리 조사, 광동성 유소년 경기에서의 승부조작, 축구협회 비서장과 부비서장의 동시 감찰 조사 등 축구계 비리로 인해 비난세례를 받았고 결국 본인마저도 구속되는 상황을 맞았다.

16일, 중국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진술원 주석에 대한 조사 수행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성명에서 “진술원에 대한 조사는 부패척결에 대한 결의를 충분히 반영한 것이다. 향후 옳바른 축구 생태계를 조성하고 중국축구의 개혁과 발전을 더욱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술원이 총괄한 지난 몇년간 중국축구는 분명히 정도를 걷지 못했다. 팬들의 불신과 의구심은 비단 최근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여왔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중국축구가 이제 다시 정상화되려면 지금 시작해도 10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대가 많은 아시아 나라들에 희망을 주고 있지만 A매치 장기 중단, 감독진도 미정된 상황에서 최근 축구협회 관리층까지 공중분해되면서 완전한 ‘자중지란’에 빠진 중국축구의 어두운 미래에 팬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리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