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에 앉아 새해가 온다 (외 4수)□ 김학송

2023-02-03 09:32:32

눈송이에 앉아 새해가 오네요

침묵으로 펄럭이는 새 옷자락이

지나간 시간을 덮어버리네요


아쉬워 말라고 다독이면서

부드러운 손길 뻗쳐

부끄러운 내 마음

살며시 가려주네요


눈송이에 앉아 새해가 오네요

하늘의 손편지 흔들며

눈송이에 앉아 새 님이 오네요

자연의 리듬에 맞춰

하늘과 땅이 입을 맞추네요


내 이마 스치는

부드러운 살결의 속삭임이

마음 밭에 사르르 녹아들어

예쁜 꽃 송이송이 피워주네요


멋진 풍경은 낮은 곳에 있다고

조용히 귀띔하며

꿈의 들판에

알뜰한 축복이 쏟아지네요


부서지기 쉬운 이야기와

늙지 않는 미래를 데리고

눈송이에 앉아 새해가 오네요

하얗게 웃으며 오네요.


천년송


하늘이 세 선인을 지상에 보냈으니

해란강수 끝자락 양지 바른 동산에

나래 펼친 천년 꿈이 거룩하도다


만고 풍운 주름 잡아

대덕(大德)을 펼치며

우주의 맑은 기운 향기로 전하며

푸른 손길 고루 뻗어 큰 사랑 드리웠네


천공(天公)이 내리신 존귀하신 몸이라

만인이 우러러 그 뜻 기리니

해해년년 이 벌판에 풍년가 울렸더라


그대는 아는가

오래된 달빛 스민

구름 떠인 저 고목이

이 마을의 수호신인 줄.



과거로의 려행


계절이 끝나는 곳에

새의 노래 보이고

숲의 숨소리 맛 있다

거꾸로 흐르는 바람 따라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의 미래가 거기서

나를 기다리며 울고 있더라

엄마의 손


엄마의 손은 약손이지요

해살 같은 손으로 내 배를 문지르면

아픔도 가뭇없이 사라졌지요


엄마의 손은 세탁기지요

동지섣달 개여울에 나가

얼음장 깨고 빨래를 했지요

얼어서 능금처럼 붉어진 그 손이

선히 떠올라 가슴이 아리네요


엄마의 손은 복손이지요

보리고개 넘던 그 시절

초봄이면 멧나물 버무려 허기를 달래주고

가을이면 뒤무지를 늠그어

한웅큼의 웃음이 되게 하고

겨울이면 언감자로 따끈한 행복 빚었지요


엄마의 손은 요술막대기지요

푸성귀 따위를 목이 부러지게 이고

이십리 산길 걸어

장마당에 갔다오면

사탕, 과자, 공책, 연필…

엄마의 보따리 안에서

숱한 보물이 쏟아져나왔지요


어머니의 손에는 발동기라도 숨어있는지

아무리 일해도 지칠 줄 몰랐지요

손오공처럼 일흔 두 가지 재주를 부렸지요


엄마의 가녀린 손이 라침판 되여

그것으로 꿈을 찾은 내 인생임을

뒤늦게야 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 먼 하늘에 띄우니

눈물이 넘쳐나 은하수로 흘러가네요.



가을, 산 속에서


계곡에 내려앉은 가을이

저만치 서서

노랗게 웃는다


산의 속살 만지며

부끄러운 나의 하루


나무마다 걸린 단풍의 눈이

나를 불타게 한다


가을산에 가니

산의 애인이 되고픈 마음이

  슬그머니 일어선다.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