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나이가 보인다□ 박장길

2023-02-10 09:30:31

올해는 제명 든 해이다. 그리고 내가 퇴직한 해이다. 제명 든 해는 조심하라는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

서류가 구전하게 보관이 되지 않아 42년 사업년한을 두고  26년밖에 승인할 수 없다는 시인사국의 평가에 퇴직부터 3개월간 골머리를 앓게 하던 올해는 통풍도 발작해서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며칠 지나 또 재발하면서 괴롭히고 있다. 그것도 한번에 길어 닷새 정도였는데 열흘씩 연장되여 더 괴롭히고 있다.

이번에도 근 20일 메스껍고 혼미하고 까무러칠 것 같은 타는 통증을 견디며 십년 감수했는데 어느 날 부기는 내리지 않았지만 진통은 많이 갈아앉아 오랜만에 끌신을 신고 집 밖을 나갔다가 그만 삐끗하고 말았다. 무르팍이 벌겋게 부어올라 통증으로 고통을 주었고 다리는 뻗은 대로 가둘 수도 굽힐 수도 없게 되였다. 다행히 약을 먹으면 부기도 내리고 통증도 멎어서 몇발작 걸어서 화장실에 갔다 오면 또 붓고 아파서 신음을 토했다. 더 차도가 없고 자꾸 반복되여 큰 병원에 실려가서 사진을 찍어보니 뼈가 끊어진 것이였다. 뼈 끊어진 채로 20일 고통을 씹어삼키며 고생하였던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 쌍고생을 하며 7월도 지나갔다.

한때 수준급 운동원의 척각이 이렇게 부실하게 되여 수월히 부러진단 말인가. 넘어도 안 지고 한뽐쯤 미끌며 삐끗했는데 골절되다니…

고향 쪽에선 나는 선수로 알려져있다. 1970년초에 연변소년대표팀 선수로 사평시에서 열린 길림성운동대회에 참가하여 2등의 영광을 안아왔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맥주배’로 누구도 뛰여넘을 수 없는 명성을 갖고 있었다. 세번째가 시인의 명성이였다.

소시적부터 실면증과 땀이 나지 않는 질병으로 불편한 나의 몸을 잠들게 하고 편하고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단연 맥주가 최고였다. 물론 다른 약을 크게 써본 적은 없지만 맥주는 나에게 약이였다. 하지만 거친 세월 재워온 맥주력사는 적고 싶지 않다. 몇해 전 많은 세월을 축내며 맥주잔에 빠져있던 나날을 시 <시간의>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맥주에 빠져 둥둥 죽은

나의 시간들이 긴 세월로 줄 서있다


그 죽음의 행렬을 따라 갈지자로 갈 때

시커멓게 가로 막은 고마움이여

해도 찬란히 얼굴 씻고 나왔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탐욕이 생기기 쉬우니

몸이 아프다는 것은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맥주에서 구원된 시간들이 봄을 불러

진초록 덧칠하며 가슴 넓게 안아주고

오장륙부가 진통을 주던 벌 거두고 있다


즐거움을 끝까지 추구하지 말라

알맞게 그칠 줄 아는 것이

행복을 얻는 비결이니


결별이다 액체의 빵 맛있는 이름으로

온 세상 흐르며 시간을 죽이는 맛있는 흉수!


맥주로 죽여버린 시간의 무덤으로 살며

대지를 등에 십자가로 지고

살아남는 시간의 살 깊은 땅이 되리라


이제는 맥주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통풍에 너무 혼나서 맥주의 추억조차 잊고 싶다. 통풍이 또 승냥이처럼 달려와 엄지발가락마디를 물 것 같다. 통풍이 무섭다. 소름 돋는다. 나에게 주어진 최후의 사명, 죽을 때까지 이 공포가 사라지지 말기를!

얼마 전 카나다에서 온 칼슘전문가 리규헌 박사가 의기로 측정한 결과 맥주 때문에 나의 뼈가 80 고령의 뼈로 전락되였다고 한심해하였다.

작년 리백의 고향에 가서 맥주 없는 세월을 살아서 나처럼 통풍에 걸리지 않아 리백은 다행스럽다는 시도 썼고 <통풍,승냥이에게>라는 시도 썼다.

모든 고통에는 뜻이 있는 같다. 고통은 신이 우리게게 보내는 편지인데 읽을 줄 모르는 우리를 안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친 정신건강은 인간의 수명에 치명적이다. 언제나 자신을 예비환자로 생각하면서 조심하면 병원문을 출입하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여섯가지 진통중에서 사자밤을 떠놓고 한다는 해산의 진통이 여섯번째이고 통풍의 진통이 두번째라면 녀성들은 그 정도를 알 것이다. 첫번째는 화상이고 세번째가 골절이라고 하는데 시인이란 천형에 이 무슨 징벌을 또 내려 나를 깨우쳐주려는 그 뜻은 무엇인가?

이번에 병상에 앉아 소변을 볼 수 없는 것을 알았다. 수술보다 오줌을 지리지 못하는 것이 더 긴장됐다. 몇번 시도를 했지만 끝내 성공 못했다. 나와 한병실에 입원한 한 환자는 집안에서 번저져 허벅지뼈와 가슴뼈가 골절되여 숨만 쉬는 산송장으로 누워 나처럼 쌍지팽이 짚고 자기절로 화장실로 가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나를 못내 부러워하였다.

통풍 때문에 몇해 전 조룡남 선생님의 장례식에 못 참가한 것이 마음에 걸려있고 골절 때문에 어제 있은 최룡관 선생님의 시비제막식과 오늘 있는 김응준 선생님의 장례식에 못 참가한 것이 또한 오래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문상객으로 마지막 길을 바래드리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뼈를 상한 데는 백일이 지나가야 한단다. 이제 엿새가 지났다. 집에 갇혀 쌍지팽이 짚고 아니면 두 손으로 밀고 다니면서 몸부림은 못하고 마음 부림 치면서 념불하듯 중얼거린다. 다 지나간다, 지금도 지나간다…

나이가 드니 나이가 보인다.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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