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로마 만년 사랑 (외 4수)□ 류춘옥

2023-03-10 09:45:03

천년의 력사가 질주한다

무사의 창검이 서리발 친다

말을 달려라

저 광야를 누벼라

투구 끝에 쨍 빛나는 해빛은

누구를 향한 일편단심인가

비너스의 미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강철같은 지조

클레오파트라의 코마루에 대해 말하지 마라

제우스 프로메테우스 뮤즈

뭇 신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았던 시대

기라성을 다른 곳에서 찾지 마라

저 무사의 구리빛 얼굴에서도

저렇게 후둑후둑 떨어지는 신화들

한점 구리녹이

천년 력사이다

청동무사의 발치 그 티끌에도

백년 이야기가 두런거린다

말안장에 실린 천년 로마를

례사로운 세속의 언어로 수군거리지 마라

로마의 사랑은

사랑의 전설이다.



테베레 강


사품치지 않아서 좋다

고여만 있나 하면 흘러서 좋다

테베레 강


로마의 전성기를 견인해왔고

로마의 전설을 기록한 강

테베레 강


그 강가에 서서

강물을 한웅큼 뜨면

거기에서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 데메테르, 아테나, 헤르메스

수많은 로마의 신들이

두런거리는 소리 들린다


다시 한웅큼 떠서

얼굴을 뻑 문지르면

거기에서

옥타비아누스, 네로, 율리우스, 아우구스투스, 티투스

그들이 살아가던 이야기들이

꼭지 풀린 수도물처럼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테베레 강

길이 흘러라

세월과 더불어

인류의 아픔도 씻어내려라.



로마 읽기


로마를 읽었지요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서

이딸리아의 수도이기에 앞서

세상 모든 도시의 기원이 시작된

거대한 고대문명의 도시라고

손목시계에도 곧잘 등장하는

로마수자

그게 로마였지요

이딸리아 수도이자 최대의 도시이고

정치, 경제,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자

2500년 력사를 자랑하는 도시

고대 신성로마제국의 발상지이자

세계 천주교회 중심이고

바티칸을 품고 있는 도시

저 유럽의 르네상스를 이끌었고

다빈치 미켈란젤로 로댕

그 수많은 예술가들을 탄생시킨 곳

동경 12.5도

북위 41.8도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관광지

1200평방킬로메터의 면적에

300만의 인구를 가진 도시

우편번호는 00185이고

전화 지역번호는 00396인 도시

지중해성 기후이고

이딸리아어를 구사하며

700여개의 교회당과 수도원이 있는 곳

로마에 와서

왜 사냐고 묻지 마세요

왜 웃냐고도 묻지 마세요

사람이 사는 법인 로마법으로

세상에 인사만 건네요

안녕하신가고.



폼페이 포도들은

철학가를 닮았는가


얼마나 심각한 고뇌를 거쳤기에

그 새콤하던 포도들이

그 달콤하던 포도들이

포도주로 깊어졌을가


프루노투, 바롤로, 아마로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귀족풍의 와인들은 저마다 철학가들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흙이

구워져 도자기로 눈을 뜨면

오랜 번뇌를 털어버린 와인을 품고

우주적인 사색을 거듭한다


그렇게 백팔번쯤 뒤번지는 세례를 거치고 나면

거칠고 황페하고 이제 그만

내다버려야 할 것 같은

흐드러진 살결들은

드디여

한없이 부드러운 숨결이 되여

우리들의 령혼을 매만져준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세상의 아픔에 대해 고민했길래

그 동그랗던 포도들이

그 투명하던 포도들이

세기를 뛰여넘어 저렇게 붉게 환생했을가


귀족으로 다시 환골탈태하여

생명으로 부활한 것일가


이딸리아 그 장엄한 와인 앞에서

정중하게 입술을 감빨아본다.



폼페이를 아시나요


그 유명한 폼페이를 아시나요

79년이였지요 그게 아마

인류가 아직

문명의 문고리도

만지지 못하고 있을 때였지요

아마존기슭에 마야문명이 있었듯이

베수비오 산기슭에는

폼페이 문명이 있었지요

요즘 그렇게 발달했다는 유럽이

아직 문명의 눈을 껌부룩거릴 때

대중목욕탕이 있었고

상하수도 시스템이 구전했고

사람들은

일하고 웃고 떠들며 살았었지요

폼페이를 아시나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하루아침에

화산재 속에 박제되여버린 문명

하루아침에

세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문명

무려 2천년 세월이 흘러서야

비로소 다시 발굴되여

세상에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지요

현대인들도 도저히 따르지 못할 정도로

규칙적이고

기획적이고

법도적인 도시

사람을 사랑하고

친절과 배려가 항상 감돌고

향기로운 와인 같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어가던 문명도시

그 유명한 폼페이를 아시나요

화산재 속에서 다시 뜬

그 폼페이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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