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간다 (외 4수)□ 김학송

2023-03-31 09:05:04

그대가 떠나니 3월도 간다

갯버들이 첫잎 피던 계절에

노오란 둔덕에서 서로 만나

서늘한 첫 만남에 몸을 떨던 그날이

금세 어제 일만 같구려


얼음 옷 두텁게 걸친 내물처럼

속으로만 울어야 했던 그때

그때가 바로 3월, 움트는 시절이였지

나의 운명을 졸졸 따라다닌 3월이

오늘은 노을처럼 붉은 눈물을 보이며

또 한번 내 곁에서 떠나간다


잘 가시라 3월이여

내 인생의 첫봄이여

착한 버들개지도 손 흔들어 배웅한다

옛일을 기억하는 청제비들도

저 멀리서 귀향의 날개를 가다듬는다


내 속에 집을 짓고 떠나시는 님이여

올 한해도 당신이 남겨준 온기가 있어

나의 시간이 무척 행복할거라는 믿음이

하늘의 종소리처럼 나를 울려준다


그대가 떠나니 3월도 간다

내 번뇌, 내 미련, 내 청춘을 데리고

오랑캐령을 넘어 3월은 간다

눈물의 고개 넘어 3월은 간다

아, 너와 나의 슬픈 인연도

3월과 함께 영영 떠나가는가.



3월의 꽃


3월은 보슬비 되여 달려옵니다

3월은 강이 되여 출렁입니다

3월은 꽃이 되여 피여납니다


우리들의 눈빛과 마음속에

그리고 방실거리는 해님의 축복 속에

바야흐로 3월은

다정한 밀어로 속살거리며

너와 나의 앞길에 꽃보라 날립니다


대한설풍 이겨내며

손꼽아 기다려온 새봄이길래

풀리는 강물이 내 속에서 굽이치고

짝을 찾는 물새의 노래가

나를 울려주는 메아리가 됩니다


꽃을 닮은 녀성들이

꽃을 안고 춤 추는 거리

남성들은 푸른 잎이 되여

고운 꽃을 감싸고 돕니다


3월은 꽃입니다

꿈을 꾸는 꽃입니다

시를 읊는 꽃입니다

3월은 녀성과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는 영원한 꽃입니다.



그대는 뉘신가요?


날마다 내 마음의 방에 슬며시 찾아와

피리를 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선률이 나의 피를 끓게 하고

그 사람의 온기가 나의 삶에 령감을 준다


그 사람은 하냥 내 꿈속에 머물며

어제도 오늘도 나의 령혼을 춤 추게 하고

나의 세월이 하얀 돛을 달고

드넓은 바다로 흐르게 한다


아, 바람 같은 그 사람

안개 같은 그 사람

그대는 뉘신가요?


푸른 행성


소리가 소리를 물고 쓰러진다

흔적이 흔적을 덮고 사라진다

그림자가 그림자를 삼키며 도망친다


강물은 갈데 몰라 서성거리고

산은 역병에 걸려 휘청거린다


숲속의 새들은 무슨 사연 흐느끼는가?

바다의 날개는 어느 누가 훔쳐갔을가?


손에 쟁기를 쥔 나그네들이

푸른 행성의 피를 마시며

구슬픈 행복을 껄-껄 웃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남몰래 울던 문이

제 손으로 자기를 닫고 돌아선다


문 밖에는 길 잃은 강물이 서성거리고

문안에는 얼굴 없는 남자가 허물을 지우고 있다


어둠이 지그시 문을 당기자

삐끄덕-소리치며 하루가 열린다


문은 그림자를  손 잡고 춤을 추다가

  스스로 제 입을 막고 벙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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