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활력소□ 송향옥

2023-04-07 09:27:10

6월은 참 좋은 계절이다. 짙은 푸른 빛으로 대지를 장식하고 록음방초 우거지고  천자만홍이 흐드러지는  6월은 열정의 계절, 성숙의 계절, 아름다운 계절이다. 게다가 어린이명절, 단오명절, 대학입학시험, 고중입학시험까지 겹치여 6월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껏 설레이게 하고 기대를 품게 한다. 아니, 어쩌면 6월에 천사처럼 내 곁에 온 딸애 때문에 나는 6월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얘야, 이젠 그만 하고 자거라. 밤이 너무 깊었구나.”

“한문제만 더 풀고 잘게요, 어머니도 힘드실 텐데 먼저 쉬세요.”

딸애는 나를 보고 방긋 웃더니 다시 공부에 몰두한다. 나는 딸애의 뒤모습을 물끄러니 바라보았다. 마음이 저릿해온다. 언제 벌써 이렇게 어엿하게 컸을가? 아빠가 곁에 없어도 너무 훌륭하게 자라준 딸애는 내 삶의 전부였고 생활의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내 삶의 원천이였으며 내 삶의 활력소였다.

딸애의 방에서 나온 나는 창가에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대지는 어느덧 굳잠이 들어 고즈넉하고 하늘의 별들도 깜빡이며 이 밤의 고요와 평화를 이야기한다. 밤하늘의 뭇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17년 전 딸애의 출생을 위해 모진 진통을 겪던 일과 홀로 힘들게 딸애를 키워왔던 일들이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면서 감개가 무량하다. 그렇게 키운 딸애는 이젠 날개가 굳어져 명년 6월이면 내 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딸애와 기쁨과 행복, 슬픔과 아픔을 함께 했던 그동안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결혼하여 섬약한 체질 때문에 류산과 조산의 아픔을 겪고 나서 침을 맞고 뜸료법까지 받으며 어렵게 애를 얻었는지라 나는 딸애를 금지옥엽으로 키웠다. 지금도 딸애가 태여났을 때의  그 가슴 벅찬 기쁨과 감동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다. 17년 전 모진 진통 끝에 힘찬 울음을 터뜨리며 딸애가 태여났다.

“아주 건강하고 예쁜 공주님입니다.”

의사선생님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나의 품에 딸애를 안겨주었다. 눈도 바로 뜨지 못한 채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울고 있는 딸애는 너무 예뻤다. 딸애를 보는 순간 그동안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겪으며 치료를 받던 일과 몇달 동안 입덧을 하면서 제대로 먹지 못하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나는 새 생명의 탄생을 보면서 기쁨과 희열을 감출 수 없어 감동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성장의 계절 6월에 나한테 온 딸애는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였고 내 삶의 활력소였다.

딸애의 출생으로 하여 우리 집에는 기쁨과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딸애 때문에 밤에 잠을 설치고 수십번 깨여나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렇게 잠이 많던 남편도 딸애가 울면 한밤중에라도 일어나서 넓은 품에 딸애를 꼭 안고 우유를 먹이느라 허둥댔다.

딸애가 첫돌 생일이 지나 한창 재롱을 피울 때에 남편은 한 가정의 세대주란 무거운 중임을 떠메고 하나밖에 없는 딸애한테 더 좋은 생활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우리 곁을 떠나 일하게 되였다.

그때부터 나는 홀로 딸애를 키우게 되였다. 그런데 녀자 혼자 몸으로 딸애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게다가 체질이 약해 하루가 멀다하게 제집 드나들 듯 자주 병원놀음하는 딸애 때문에 죽도록 힘들었지만 가족을 위해 따로 떨어져서 고생하는 남편을 생각하면서 나는 묵묵히 모든 어려움을 혼자서 감당하였다. 딸애는 커가면서 내 생활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주었고 내 마음에 행복과 기쁨을 채워주었으며 내 삶의 활력소가 되여주었다. 내가 우울해하거나 아파할 것 같으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볼을 만져주면서 내 귀에 대고 재잘거린다.

“엄마, 어디 아파? 내가 호- 하고 불어줄게 그럼 안 아플 거야…”

내 목을 꼭 끌어안고 호호 불어주는 천진하고 순진한 딸애의 해맑은 모습을 보노라면 모든 시름이 가시면서 저절로 입이 벙글써 벌어진다. 딸애가 있기에 내 삶이 있고 내 행복이 이어지면서 나는 남편이 곁에 없어도 고독을 꾹꾹 씹어삼키면서 언젠가는 세 식구가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눈앞에 그려보면서 씩씩하게 살아갈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명치 끝이 뭉클해오고 가슴이 저려온다. 딸애가 열두살 때였다. 한밤중에 오한이 나면서 나는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하였다. 내가 가까스로 일어나 물을 끓이고 있는데 인기척을 느꼈는지 딸애가 일어났다. 나를 보던 딸애는 깜짝 놀라면서 내 이마를 짚어보더니 울먹이면서 빨리 병원에 가잔다. 괜찮다고 하자 딸애는 찬물에 수건을 적셔오더니 내 이마에 얹어주는 것이였다. 그리고는 내가 하던 대로 생강을 넣고 끓인 물에 홍탕을 타서 나에게 가져다주는 것이였다. 더운 물을 마시는 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날 나는 나이보다 일찍 헴이 든 딸애를 품에 꼭 안고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었다…

17년 동안 불면 날아날가 쥐면 부서질가 추울세라 더울세라 애지중지 사랑으로 정성으로 딸애를 키우면서 나는 삶의 모든 외로움도, 고독도,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냈다. 그렇게 키운 딸애도 어느덧 17살 이쁜 숙녀로 훌쩍 커버렸다. 이제 래년 6월이면 금쪽 같은 내 딸애는 인생의 새로운 비전을 위해 곧 내 옆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짠해지면서 지금 딸애하고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나는 이쁜 내 딸애한테 기쁨과 웃음을 많이 줄 것이고 딸애의 마음에 내 정성과 사랑을 듬뿍 채워줄 것이다.

돌이켜보면 십여년 동안 홀로 딸애를 키우면서 너무 힘들어서 눈물을 쏟을 때도 많았고 성장하면서 딸애가 사춘기를 겪으면서 나와 엇설 때도 종종 있었지만 딸애는 나에게 너무도 많은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늘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사랑스러운 어린 딸애가 곁에 있어 나의 하루하루는 그토록 행복하였다. 이제 또다시 록음방초 우거진 성장의 계절  6월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딸아이는 곧 대학입학시험을 치게 될 것이고 나에게 성공의 희열을 듬뿍 안겨주고 나의 품을 떠나 자기가 원하던 대학으로 자기의 아름다운 꿈을 펼치기 위해 미래를 향해 저 멀리 훨훨 날아갈 것이다.

이제 딸애의 노력의 꽃망울들이 하나둘 꽃봉오리를 터치고 예쁜  꽃으로 피여나 가장 그윽한 꽃향기를 풍길 아름다운 6월이 오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로 되여 딸아이를 한품에 꼭 안고 또 한번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딸아, 고맙다. 너는 내 삶의 영원한 활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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