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 춘 (외 7수)□ 리영해
추위가 있던 자리 매화가 꽃길 열어
바람이 불어와서 생명을 다독이네
가지는 새움 내밀며 문안인사 드리네.
할머니 세월
그 세월 말할 테면 보리고개 빼놓을가
강으로 산과 들로 신발창이 다 닳았지
정성에 일떠선 세대 떠난 이를 그리네.
상고대
앙상한 가지마다 눈꽃을 피워놓아
아득한 애처로움 안개 속에 남겨두고
향수에 젖은 앙가슴 슬픔으로 남누나.
땅의 연가
먹을 것 입을 것을 빠짐없이 챙겨가며
봄부터 겨울까지 만풍경을 안겨주고
주고 또 주기만 하는 넓은 품에 정드네.
춘 분
음도 반 양도 반에 추위가 량분하니
입은 옷 벗으려나 반팔이 많아지네
삶이란 그런 것이라 꽃 냄새가 좋구나.
호 미
쇠 되여 단단한 몸 어느새 허리 굽혀
밭고랑 포기마다 가려움 긁어주니
한생에 숙여진 고개 고쳐갈 줄 몰라라.
무 정
흐르는 세월 탓에 내 청춘 저물거니
가는 건 그냥 두고 해야 할 일 열중하면
삶이란 나의 몫이요 노력 만큼 얻으리.
다듬이질
평생을 두드려도 주름 말고 뭣이더냐
녀인네 젊은 날은 리듬 속에 스러지고
머얼리 사라진 세월 여운만이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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