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닭알□ 최 화

2023-04-14 09:41:37

닭알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초반의 본심은 그게 아니였는데 어쩌다 보니까 억울한 죄명을 쓰게 되였노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반년 전, 마을에는 역병이 돌았다. 집 문밖에 나가지 말라는 촌장의 공지가 확성기를 통해 온 동네에 울려펴졌다. 마을어구로 들어오는 길목은 이미 막아놓아서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게 되였고 집집마다 어른들이 자기 식솔들을 불러들이고 문을 닫아걸었다. 농사는 다 철이 있는데 밭은 황페해지고 작은 구멍가게들조차도 다 문을 닫고 사방이 정적이 깃들었다. 사람들이 일을 안 나가고 하루 세끼 있는 것만 까먹다 보니까 그동안 쌓아놓았던 식량들은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며칠만 조신하게 버티면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한주가 두주가 되고 두주가 한달이 되자 드디여 점점 쌀독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애들은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렸고 아침마다 쌀을 푸는 아낙네의 한숨소리에 땅이 꺼질 듯 깊어졌다.

길고양이조차 언제부터 세상 인심이 이토록 박해졌길래 그 흔한 음식물쓰레기도 안 내주냐며 반발했고 산 건너편 다른 마을에서는 이미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고령화가 유독 심한 마을이라 식량이 나올 데 없는 로인네들은 류통기간이 언녕 지난 국수도 아껴가면서 하루에 한끼만 아무런 간이 들어있지 않는 멀건 물에 끓여먹으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러던중 한 독거로인이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드디여 마을사람들은 당황했고 뭔가라도 구해와야 하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란세에 영웅이 난다고 이대로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몰래 마을 밖의 닭알장수와 거래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도처에 련락하다가 구세주마냥 자기 키 만큼 쌓은 닭알판을 구해왔다. 그는 성씨가 양씨였는데 다들 그를 양단장이라고 불렀다.

닭알을 본 마을사람들이 눈을 반짝이였다. 두달 만에 보는 닭알이였다. 거의 빼앗다싶이 순식간에 닭알은 불티나게 팔렸고 미처 사지 못한 사람들은 뭔가 되게 소중한 것을 잃은 듯 서운한 마음으로 돌아서면서 양단장에게 다음번에 또 구하면 무조건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 속에 양단장은 마을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닭알을 공급하였다. 두달 만에 먹는 닭알은 꿀맛이였다. 하얀 속살과 그 안에 있는 반쯤 익은 노른자. 다들 그 맛에 감탄했고 식솔이 많은 집 어른들은 어렵게 구한 닭알을 아이들 그릇에만 넣어주었다.

닭알 스스로도 살면서 한번도 이런 식으로 우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감격해했다. 닭알의 공로는 여러모로 칭송되였다. 닭알은 처음에는 한사람당 하나씩 배당되다가 나중에는 기름을 조금 두르고 아이를 위한 특별한 후라이로 거듭나기도 했고 또 로인의 그릇 안에서 독보적인 단백질 담당이 되기도 했다. 좀 더 사치스러운 생활을 원한다면 우유와 밀가루와 더불어 다른 모양새로 식탁에 오르기도 했다. 다들 힘든 시간을 닭알 덕분에 버티는 것 같았다.

닭알과 더불어 양단장 역시 모두의 존경의 대상이 되였다. 그는 좀 더 안정적인 닭알공급통로를 찾았고 거의 마을 전체의 닭알을 책임지고 있었다. 다들 반드시 필요로 하는 생필품이라 좀 더 리윤을 남겨도 되였을 법한데 양단장은 싸워가면서 가장 싼 가격에 들여왔고 또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내주었다. 마른날 궂은날 가리지 않고 꾸준히 닭알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고 다리가 불편한 로인들에게는 댁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우유장수와 과일장수와도 련락하여 좀 더 윤택한 살림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알의 지위는 독보적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마을사람들 사이에는 양단장이 닭알덕분에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닭알장수로부터 싼 가격에 들여오는 걸 봤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번에 닭알은 지난번에 비해서 훨씬 작다는 사람도 있었으며 우유랑 과일까지 합치면 이번 기회에 목돈을 번 건 확실하다고 믿는 사람이 늘었고 소문은 점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또 그중에는 다들 힘든 이런 고비에 어떻게 사람 등 쳐먹을 생각을 하냐는 비난도 섞여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양단장은 묵묵히 닭알을 배송하기에만 급급해보였다.

“혼자 사는 로인분들에게 닭알 50판을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양단장.”

핸드폰에 양단장의 알림이 뜨는 순간 또 사람들은 두 부류로 갈리였다. 양단장이 좋은 일을 한다는 사람이 한편이였고 거봐라, 찔리는 게 있으니까 저런식으로 무마한다는 사람들이 한편이였다. 마치 공짜라도 생긴 것처럼 양단장의 알림은 여러 그룹을 통해서 옮겨졌고 최종 마감을 하고 보니까 거의 100판까지 육박했다.

“이게 좀…”

양단장의 표정이 난감해보였다. 긴 시간의 부재로 인해 양단장 역시 최근에 일자리를 잃었고 고정된 수입이 없었다.

“저 50판까지는 어떻게 해보겠는데… 100판은 좀 어렵습니다.”

그리고 양단장은 살면서 가장 많은 욕을 먹었다.

“그러게, 하지도 못할 거 왜 한다고 허풍을 쳐요?”

“그동안 우리한테서 번 돈이 있는데. 꼴랑 100판 가지고 뭔 유세예요?”

“어차피 당신은 싼 가격에 들여오잖아요.”

“나는 이거 우리 옆집 혼자 사는 로인을 대신해서 주문한 건데. 이제 와서 못준다 그러면 내가 거짓말한 게 되잖아요.”

“사람을 왜 이렇게 우습게 만들어요?”

“당신이 안 주면 내가 내돈으로 사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저번에도 한번 50판 공짜로 준 적이 있는데 그게 다 장사군 수작이 아닌가요?”

“안 주고 줬다고 한거지? 내역 한번 공개해봐요.”

닭알은 그날 모두의 비난에 주눅이 들어서 눈치만 보다가 한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대신 일부 바른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노라고 했다.

“선행인데 왜 그리 죄인 심문하듯이 추궁하냐고.”

“니들은 닭알 한알이라도 남한테 공짜로 준적이 있냐고.”

“베푸는 사람이 욕을 먹어야 하는 더러운 세상…”

왈가왈부… 또 한동안 시끌벅적 론쟁이 이어졌다. 묵묵히 지켜보던 양단장은 돌아설 뿐이였다.

어느 비오는 날 비닐우비를 입고 주문받은 주소 대로 100판의 닭알을 전부 배송을 마치였다. 마을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평화를 되찾았다.

오직 닭알만이 아직도 어느 부분이 잘못된 건지 리해가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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