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전상서□ 남옥란

2023-04-21 09:28:18

형님, 내가 생계를 위해 타향을 돈지도 인젠 20년 세월이 흘렀소.

그 사이에 형님은 고향에서 숱한 고생을 하였소.

부모님을 모두 저세상에 보내고 내 아들까지 공부시키고 우리 다섯 형제들의 일에 발벗고 나섰소.

형님의 그 공덕 그 은혜 참말로 눈물겹소. 맏이로서 형님은 자기 직책과 본색을 잃지 않았소.

하기에 나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항상 감격하고 고맙소. 어쩌면 형님부터 세상에 태여나도록 하였을가? 혹간 오차가 생겨 내가 먼저 세상을 보았더라면 우리 집안이 어떻게 되였을런지 상상하기조차 두렵소.

이런 형님이기에 나는 우리 맏형이 여차여차하게 좋다는 얘기를 친구들과 안해와 그리고 처가 식구들에게도 자랑을 많이 하오. 형님은 내 우상이고 집안의 기둥이고 우리 조씨 집안의 희망이였소.

형님은 지식인이요. 전도유망한 외과의사이고 림상경험이 풍부하며 수준급의 학술론문도 국내외 간행물에 많이 발표했소. 인물 또한 번듯하고 키가 훤칠하여 표준 미남으로서의 자격을 몽땅 갖추었소.

이런 형님인데 조물주는 어쩌면 사람을 완미하고 결함이 전혀 없는 로보트 같은 인간으로 만들지 못하였을가 그렇게 생각할 때도 간혹 있소. 사실 형님은 좀 그런 데가 있는 것 같소. 내 오늘 다른 사람이 못 보고 우리 둘만 볼 수 있는 이 편지에 따끔하게 지적하겠소. 급해 마오. 천천히 읽어주오.

“너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이 형님을 춰주었다 내리깎았다 하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소.

맞소. 형님은 우점이 많기에 먼저 춰준 거요. 결함부터 말하면 좋아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소. 고래도 칭찬하면 좋아서 춤을 춘다는데 고래도 아니고 너무 민감하고 똑똑한 형님이시니 내가 이렇게 에둘러 말하는 거요.

말은 아 해서 다르고 어 해서 다르다고 아무리 한피줄을 타고난 형제간이라 해도 말이란 건 듣는 사람의 감수를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하오. 또 나의 동생도 아니고 부모님이 첫 기둥으로 내세운 우러러보고 싶은 형님이신데 안 그렇소? 형님.

어릴 때부터 형님은 절대적인 왕세자였소. 위엄이 있고 권위가 있었소. 추운 겨울날에 형님이 무엇을 먹고 싶다 하면 엄마는 동네 한바퀴 돌고 돌아서라도 꼭 얻어다 먹이군 하였소. 형님의 말 한마디가 전투 명령이고 진군 나팔 소리였소.

그렇게 자라난 형님이기에 세상의 좋고 아름답고 욕심나는 건 다 자기 소유로 만들 수 있다는 싹이 머리에 보일락 말락하게 자랐던 거요.

아, 오해하지 말아주오 형님! 급한 일이 하나도 없소. 오늘은 그믐날이라 나도 휴식하오. 술 한잔이라도 마주 앉아서 나누면서 말하면 얼마나 좋겠소. 술이 술술 목구멍으로 넘어가듯이 말도 술기운에 목구멍에서 술술 구슬에 꿰인 듯이 토해내련만, 강주정이 나가는 것 같아서 미안하오, 내 사랑하는 형님.

내가 어디까지 썼더라, 아이구~ 그렇지, 그 형님의 욕심까지 썼구만. 계속해서 얘기하겠소 나도 인젠 50을 바라보는 중년이고 형님도 만 60살 환갑년이니 우리 둘이 다 남자의 립장에서 이야기하기오. 나의 속마음 한줌을 들추어서 형님에게 드리고 형님도 억울하면 자신을 위하여 변호하오. 우리 서로 립장을 바꾸는 방법으로 대방을 리해하면서 몇년간 보따리 속에서 먼지 끼고 케케묵었던 이야기를 풀어서 래일 새해가 오기 전에 싹 창공에 털어서 버리기오.

난 지금 혼자서 술잔을 들었소. 술처럼 말이 술술 나오라고 다모토리 술 한잔만 하겠소. 형님 미안하오. 술잔이 아니고 예전에 범을 잡던 무송이 마시던 것 같은 대짜 사발이요.

아, 형님 내 혀가 꼬부라지는 것 같소.

내가 고향을 떠난 지 얼마 안돼서 형님은 아들딸 낳아준 조강지처 형수와 리혼했소. 얼마나 무던한 형수였는데. 리유라면 형님은 당당한 의과대학 졸업생이고 형수는 전문대학 졸업생이라고 해서 그랬다며. 그게 무슨 리유가 되오? 결국 형님은 같은 병원의 간호장과 눈이 맞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요? 형님 사정이야 어찌되였든 결국 애 둘은 늙으신 부모님에게 맡겨버렸으니 엄마 없이 자란 애들이 얼마나 불쌍하오.

후에 그 간호장과의 사이에 또 딸 한명이 생기고 고추장 맛보기로 몇년을 사는 듯싶더니 천사같이 이쁘던 간호장도 지내보니 악마더라며 또 차버렸소. 애는 엄마에게 맡겨버리고. 형님! 세상에 예쁜 녀자는 다 천사인가 했소? 그게 우리 남자들의 약점이요. 항상 집에서 헐렁한 고무줄 바지에 머리가 푸수수한 마누라를 보아오다가 깔끔한 직업 녀성들의 세련되고 우아하고 지적인 자태를 보고는 마음이 동하여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 거요.

몇년을 홀로 사는가 싶더니 형님 성격에 어찌 견디겠소. 사실 살림살이도 문제고 하여 이번에는 학교에서 교원사업을 하는 녀인과 사귀였더군. 그 녀자의 애 둘까지 껴안고 결혼했다면서? 처가 고우면 처가집 말뚝에 절까지 한다지만 처가 곱다고 전남편이 두고간 애들까지 곱겠소! 형님은 자비심이 넘쳐 흐르는 위대한 자선가요. 속담에 처는 남의 집 처가 곱고 애는 제 살붙이가 곱다는 말이 있소. 형님, 형님은 지금 업을 만들고 있소. 업보라는 말이 무섭지도 않소? 그런데 또 그 교원이라는 녀자와도 애를 낳았는데 남자 쌍둥이를 낳았다며? 그럼 보기오, 형님에게 붙은 애가 저그만치 여덟이네. 아이고, 애 둘도 키우기 바쁜 세상인데 어째서 그렇게 사는 거요? 결혼생활은 신중해야 하는데, 세상에서 욕심나는 건 다 자기 것이라는 착오는 범하지 말아야 하는데. 결혼 전에 대학에서 련애하다가 갈라진 녀자들까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울고불고하던 일이 눈에 선하오. 형님은 그게 다 자기가 잘나서 그런 것이라고 변명했소.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마오. 중국에 잘생긴 위인들이 많아도 그런 루머가 평생 없이 깨끗한 사람이 대부분이요.

진절머리가 나지도 않소? 제발 쌍둥이 엄마는 버리지 말아주오.

녀자와 련애하고 사귀고 갈라지려 해도 미운 정 고운 정 때문에 감정이 몹시 상하고 괴로운데 형님은 그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소?

형님, 이젠 나이 예순이니 더는 련애 유희를 놀지 말아주오. 자신의 인생은 본인이 산다고 하는데 내가 너무 간섭한 것 같아 미안하오.

아, 한가지 아주 중요한 일을 까먹을 번하였소. 원단에 큰조카 성민이와 큰아주머니 즉 형님이 리혼한 1호 아주머니가 나를 찾아왔었소. 조카 성민이는 작은 전자회사에서 사업하고 있더구만, 잘나가는 것 같았소. 제 힘으로 벌어서 살림집도 샀다오. 아주머니는 아주 현대 녀성으로 탈바꿈하고 좋은 사람과 재혼해서 잘살고 있는 것 같았소. 남편이 그렇게도 끔찍하게 사랑해준다오. 조카에게서 들은 말이요.

술상에서 아주머니는 지금까지 형님을 리해하고 원망해본 적이 없다면서 서글픈 미소를 짓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더구만. 그러면서 돈 얼마간을 나의 구좌에 입금하겠으니 형님에게 전해달라고 하였소. 어찌되였거나 큰조카 성민이에게는 친동생들이니 쌍둥이들의 학잡비로 쓰라고 하였소.

돈이 래일쯤 나에게 입금되면 내가 인츰 형님의 구좌에 넣겠소.

형님의 건강을 기원하오.

동생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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