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 하나 (외 1수)□ 허명훈

2023-04-28 09:50:15

저녁 달빛이 차갑게

창가에 내리고


독을 품은 서북풍은 

창문을 두드리는데


기러기는 떼를 지어 

남으로 밤길을 재촉한다


뜰에 있는 사과나무도 

모두 옷을 벗었는데 


가을 숙제 남은 잎새 하나

가지에 애처롭게 매달려있네


맛이 간  입새에

무서리만 하얗다.



아직도 미완성


서쪽 하늘에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 숨을 몰아쉬며

지평선을 넘는다

나도 살다가 빈배로 떠나가는 날

노을 진 저 지평선을 넘을 텐데…


인생의 가을에 살고 있는 나에게

아직도 하지 못한 숙제가 남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풀어야 하는데

화살같이 지나는 세월 무정하다


내 삶이 빛이 아니라도 좋다

내 삶이 산처럼 무겁지 않아도 좋다

다만 아주 작은 흔적 하나라도 남기며

나는 살아가고 있는지


비온 뒤 아름다운 칠색무지개를 쫓고

해살 따뜻한 봄날

만화방초의 향기에 취해

꽃가지만 붙들고 살지는 않았는지


내 인생의 가을에

한번쯤 참답게 되돌아볼 시간

흐르는 인생 강물에 비춰본

  나는 아직도 미완성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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