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김옥순

2023-05-19 09:33:32

이번 여름은 지난해보다도 더 덥다.

태양은 마치 다른 곳보다 몇바퀴 정도 더 큰 것 같고 세멘트 바닥은 두터운 신발 밑창을 뚫고 발바닥을 따갑고 아프게 달군다. 시야에 비치는 경물은 거센 열기에 눌려 허영이 되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겨우 몇그루의 커다란 록색 식물이 얼핏 의식될 뿐이다.

드러난 피부는 맵고 아프다. 짜증 내는 것조차 맥 빠지는 짜증 나는 날씨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오는 길에 용림은 같은 건물 지하상가에 있는 단골 편의점에 들러 익숙하게 얼음컵 두개를 꺼내들고 자동 커피머신을 조작했다. 요란한 진동소리와 함께 금방 두잔의 아이스커피가 완성되였다.

“과장님, 커피 사왔어요.”

얼굴에서 물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 용림은 아이스커피 한잔을 과장한테 건네주었다.

“어, 고마워. 또 편의점 커피 얻어마시네.”

과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커피를 받아들었다.

두달 전에 해외에서 새로 발령되여온 과장은 아직 국내 생활에 익숙하지 못했다. 오래된 직원이라 이미 서로 안면이 있는 용림이 거처를 찾아주고 교통상황을 설명해주는 등 거의 과장의 생활 조수 역할까지 하게 되였다. 처음에 용림이 커피를 사줄 때 과장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커피 값을 주려고 했다.

“그냥 드세요. 이 집 커피가 워낙 싸기로 유명하지요. 회원 가입하면 더 저렴해서 이 한 잔은 6원밖에 안합니다.”

과장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깜짝 놀라더니 주저하면서 한모금 마시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맛이 딱 6원짜리네, 허허.”

“…”

용림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 태연하게 웃었다.

비슷한 대화가 반복된 지 벌써 일주일째다.

“나 말이야, 예전에 주로 해외 비싼 커피콩으로 내린 커피를 마셨어, 그래서 커피 맛을 잘 알지, 그게 진짜 맛있는 거야.”

“얘기만 들어도 고급진 커피향이 상상되네요. 과장님은 센스가 좋으시니까 무조건 맛 좋을 것 같아요.”

용림은 맞장구를 쳐주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편의점 커피는 딱 6원짜리 맛이야, 건강에도 6원 만큼 작용할 것 같아. 하하하.”

용림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운 빈 컵을 버리면서 과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표정 관리를 하던 용림은 갑자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용림은 상사한테 잘 보이려고 커피를 사준 게 아니라 본인이 무더운 여름날 매일 점심식사 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상사 옆자리에서 혼자만 마시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가격도 저렴하니 그냥 같이 사게 된 것이였다. 과장은 더위를 엄청나게 타는 체질인지 매번 바깥에서 들어올 때마다 온몸이 후줄근하게 젖어있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음료수를 사먹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혹시 싫어하는가 긴가민가하면서 아이스커피를 처음 건네줬을 때 과장은 마치 빨대를 씹어먹을 기세로 초 빅사이즈 량을 순식간에 소멸해버리고 만족스러운 깊은 숨까지 내쉬였었다.

그렇게 처음이 시작되고 두번째, 세번째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과장도 첫번째가 서툴렀지 두번째부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고 매번 경시하는 대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매일 계속 사줄 의향은 없고 그렇다고 갑자기 멈출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 호시탐탐 계기를 노리던 용림은 평소에 귀등으로 흘려보내던 과장의 비꼬는 말들을 바로 빠짐없이 주워담았다. 차라리 잘됐지, 남의 건강을 해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쩌면 과장도 거절하기 무엇해서 용림이 알아서 본인의 쓸데없는 호의를 거둬들이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용림은 일주일 동안 내키지 않게 이어오던 본의 아닌 호의를 접고 홀가분한 심정으로 아이스커피 한잔만 샀다. 더위 때문인지 과장 얼굴빛이 평소보다 더 벌겋게 달아오른 듯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용림은 마음 편하게 시원한 커피를 쭉쭉 들이켰다. 대뇌피질까지 꽉 들어차있던 더위가 순식간에 날아간 듯 령혼까지 시원해졌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오후, 과장이 처음으로 저절로 커피 한잔을 사들고 들어왔다.

“도로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커피숍이네요, 그기도 손님이 엄청 많지 않았어요?”

“그래, 손님이 많아서 한참 기다렸어. 그런데 여기 커피숍 커피는 30원씩이나 하네, 다른 편의점에서도 대부분 15원씩이나 하고…”

과장은 마치 사기라도 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요즘 세월에 10원도 안하는 커피는 거의 없죠, 뭐 가격 차이 만큼 맛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용림은 저렴한 편의점 아이스커피를 들이키면서 웃으며 말했다.

“흠, 어험, 그래 다르긴 하지… 근데 가격 차이가 너무 크네, 지하 편의점이 진짜 저렴한 거였어. 다른 곳은 좀 비싸네, 자주 마시기엔 좀 비싸, 흠…”

과장은 웬지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헛기침하며 주절댔다. 용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부터 과장은 신기하게도 마법처럼 지하상가 편의점의 6원짜리 커피 맛에 빠져버렸다. 여전히 찌는 듯 무더운 날,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용림은 평소처럼 편의점에서 능숙하게 아이스커피 두잔을 샀다. 다른 한잔은 물론 과장의 몫이였고 커피 값은 물론 각자 부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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